록콘서트 같은 떼창 커튼콜 백미…뮤지컬 '리지'[이예슬의 쇼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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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보든 도끼로 엄마한테 마흔 번 아빠한텐 아니야 마흔 하고 한 번 더."
이 뮤지컬은 익히 잘 알려진 '리지 보든 사건'을 소재로 한다.
'리지'는 실제 사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로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펼쳐진다.
뮤지컬과 콘서트를 섞은 듯한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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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리지 보든 도끼로 엄마한테 마흔 번 아빠한텐 아니야 마흔 하고 한 번 더."
코르셋과 패티코트를 덧입었음직한 풍성한 드레스 차림의 여인들이 냅다 스탠드마이크를 붙잡고 고음을 내지른다. 날카로운 일렉기타 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빠른 드럼 비트가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그 동안 봐 왔던 뮤지컬 공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4명의 여성 배우들을 내세운 록뮤지컬 리지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이다.
1892년 태양이 작열하는 8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부유한 사업가 앤드류 보든과 그의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보든 가의 둘째 딸 리지.
이 뮤지컬은 익히 잘 알려진 '리지 보든 사건'을 소재로 한다. 리지 보든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정황 증거 외에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무죄로 석방된 유명한 미제 살인 사건이다.
당시 여성은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연약한 존재로 여겨졌고, 여성이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었다. 여기에 리지가 독실한 신앙심으로 교회에 봉사해 왔다는 점이 리지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리지'는 실제 사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로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펼쳐진다. 보든 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증언할 이는 모두 4명이다. 리지, 첫째 딸인 엠마, 가정부 브리짓, 이웃 앨리스.
여성 배우가 타이틀롤로 설 무대가 적은 뮤지컬 업계에서 등장인물 모두를 여성으로 설정한 작품은 흔치 않다. 상당수의 뮤지컬에서 여성 인물의 역할이 남성 주인공 옆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네 명의 여성 모두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대부분의 극이 기승전결식 구성으로 흐르는 데 반해 '리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강강강'으로 치닫는다. 이는 일관적으로 강렬한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넘버부터 파워풀한 고음이 돋보이는데, 쉬는 곡이라고는 없어 보일 정도로 내내 강하다. '저렇게 하면 배우들 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 뮤지컬의 백미는 커튼콜이다. 배우들이 주요 넘버들을 콘서트 형식으로 부르고, 관객들은 록밴드에 공연에 온 듯 떼창을 부르고 몸을 흔든다. 도끼 모양의 야광봉을 흔들며 헤드뱅잉을 하는 관객들을 보면 여기가 뮤지컬 공연장인지 록밴드 콘서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극도 보고 콘서트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연인 셈.
주의할 사항이 있다. '리지'를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미리 넘버를 익히고 가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서 상당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은 12월1일까지.
★공연 페어링 :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언뜻 보기에 아이스티같이 보이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미국 금주법 시대에 술을 몰래 팔고 마실 수 있게 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레몬주스와 설탕시럽, 콜라로 새콤달콤한 맛을 위장했지만 속아선 안 된다. 보드카, 진, 데킬라, 럼, 쿠엥트로 혹은 트리플섹이 동량으로 들어가는데 다른 칵테일에 비해 그 술의 양이 꽤 많다. 알콜도수 40도 언저리의 여러 가지 술을 섞은 폭탄주인 만큼 만만하게 봐선 안 될 칵테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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