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피트는 내한 소감과 슬램덩크의 감독 이노우에 타케히코와의 케미스트리 그리고 교토다이사쿠센의 미래에 대해 밝혔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세가 상상 이상으로 매섭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관객수는 약 450만명에 육박했으며, 기존 팬 뿐만 아니라 신규 마니아들의 대거 유입이 새로운 ‘슬램덩크 세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드롬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연출한 영상미가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으나,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해 카타르시스를 배가하는 역동적인 사운드트랙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두 곡의 주제가 중에서도, 러닝타임 후반 송태섭이 두명의 수비를 뚫고 나오는 순간 강렬한 기타리프와 EDM 소스를 동반해 터져나오는 ‘다이제로칸(第ゼロ感’)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해당 주제곡을 담당한 3인조 밴드 텐-피트(10-FEET)는 일본 록 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이자 중진이며, 동시에 현재진행형 레전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매년 수많은 라이브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매년 고향인 교토에서 ‘교토다이사쿠센(京都大作戦)’이라는 이름에 페스티벌을 개최해 많은 록 팬들을 불러모으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내한은 작년에 결성 25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보 ‘콜린즈(コリンズ)’의 전국투어를 비롯, 빽빽한 스케줄 중 어렵게 시간을 낸 일정이기도 하다. 2009년 이후 오랜만에 바다를 건너온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간만의 한국 방문인데, 정말 판타스틱하다”라는 말로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2009년 내한공연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타쿠마 : 슬램덩크 엔딩곡과 BGM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어,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고 계신 느낌이 든다.
나오키 : 지난 번 왔을 때 와는 상황이 완전 바뀌어 있어서. 이번에 슬램덩크의 흥행에 맞춰 방문하게 되어서 그런지 굉장히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이런 상황에서 라이브하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극적이고 즐거운 하루였다.
코이치 : 영화관에서 이렇게 연주하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어서, 정말 귀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하는 라이브는 어땠는지?
타쿠마 : 올려다 보니까, 관객들이 있었다.(웃음) 반응도 굉장했기 때문에 잠깐 저희가 아이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라이브 이벤트와 관련해, 아리랑을 부른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타쿠마 :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에 왔던 적이 있다. 내가 다니던 일본의 기타오츠 고등학교(北大津高等学校)와 자매학교로 교류하던 학교가 서울에 있는 영신고였는데, 그 반 친구들이 모두 알고 있던 노래가 아리랑이었다. 나도 조금 기억하고 있어 이번에 불러보게 되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느꼈겠지만, 한국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더불어 주제가 ‘다이제로칸(第ゼロ感)’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지.
타쿠마 : (라이브할 때) 콜 앤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가 엄청났기 때문에,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다들 노래를 알고 계시는구나 하고. 슬램덩크의 높은 인기 역시 관객들의 텐션과 큰 목소리,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앉아서 보고 계셨는데, 도중에 “괜찮으시면 일어나서 즐겨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난 이후의 분위기가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주제가인 ‘다이제로칸(第ゼロ感)’은 언제쯤 어떤 경위로 의뢰받게 된 것인지, 제작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 궁금하다.
타쿠마 : 배경음악과 주제가를 전부 완성하는 데 2년 2개월이 걸렸다. 배경음악 중에 ‘다이제로칸(第ゼロ感)’의 모티브가 되었던 ‘Double crutch ZERO’라는 곡이 있는데, 여기에 ‘다이제로칸(第ゼロ感)’에 있는 노래파트가 영어 표기로 삽입되어 있다. 영화 제작팀이 2년 전부터 “그 노래가 흐르는 신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정말 기적이 일어날거고, 명장면이 탄생할 거다”라고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제작팀과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님이 그리는 이미지, 그리고 우리가 그리는 이미지와 맞춰 가는 데에 있어, 그 지점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꽤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쳤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것을 가지고 갔을 때에도, 감독님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밴드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주시기도 했다.
이처럼 감독님은 이런 음악, 저런 음악을 주문하기 보다는, 가급적 자유롭게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주셨다. 그 결과, 영화 제작팀과 감독님이 말씀하신 “기적,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싶다”라는 것에 조금씩 부응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가장 빠른 스피드로, 가장 좋은 내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자유롭게 해달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구체적인 디렉션이 있었을 것 같다.
타쿠마 : 예를 들면, 북산이 핀치에 몰린 장면과 관련해, 일단 저희가 음악을 만들어 갔었는데, 감독님께서는 그 신이 북산에게는 위기지만, 산왕에게는 기회이기도 한 장면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한 쪽에 쏠리지 않고, 양 쪽의 이미지가 모두 들어가 있는 음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어렵다.(웃음)
타쿠마 : 뭔가 센서티브하다고 할까. 세세하게 지적하시지는 않는데, 크게, 그리고 어렴풋이 이런 식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철저하게 해주셨다. 생각해보면, 세 명이 만들어가는 음악에 우리만의 색을 많이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이 아니었나 싶다.
가사 또한 여러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OST의 쓰임에 맞게 의도된 것인지?
타쿠마 : 음악이(영화보다) 먼저 발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 음악이 영화의 내용을 너무 많이 포함하지 않도록, 동시에 영화가 공개 된 이후에도, 그 가사가 슬램덩크의 세계를 과도하게 그리게 되면 그 흐름에 쓸려가 버리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 음악은 음악 자체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슬램덩크의 엔딩곡으로도 쓸 수 있는 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 구체성은 없지만, 이미지화 할 수 있는 가사가 이상적이라는 주문이셨고, 그 지점을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구상할 수 있었다.

배경음악도 이번에 함께 작업했는데, 가사와 노래가 없는 인스트루멘탈이기에 작업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음악들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타쿠마 : 인스트루멘탈 제작은 우리로서도 처음이었다. 영화의 각 장면을 음악과 매칭해 그려나가는 식의 작업은 처음인지라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 처음이라는 것의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것이 어려움이나 긴 제작기간을 잊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연주 측면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평소와는 다른 감각으로 작업에 임했을 것 같은데.
나오키 : 평소 밴드의 곡을 만드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가사가 없는 곡을 제작하면서 도전적으로 임해야 했던 부분도, 여러가지 공부가 된 측면도 있었다. 아무래도 가창이 없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그 부분을 곡에서 모두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무척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보통은 노래를 보다 잘 들리게 하는 배킹 연주를 한다는 느낌으로 임할 때가 많다. 이번에는 노래가 전혀 없는, 연주만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악기로 표현 가능한 것이 무엇인가를 의식했기 때문에, 확실히 지금까지 해본 적 없던 경험이었다.
이쯤에서 자연스럽게 앨범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 한다. 작년 말 5년 만의 앨범인 ‘콜린즈(コリンズ)’가 릴리즈 되었다. 타이틀은 달에 착륙한 최초의 비행선인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세 명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의 이름을 땄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타쿠마 : 일단 그 우주탐사의 멤버가 세 명이었다는 점이 뭔가 밴드스러웠다. 그 중 마이클 콜린스는 유일하게 달을 밟지 않은 우주비행사였는데, 달에 직접 발을 내딛지 않는 대신 주변 촬영을 한다던가 돌아올 모선의 탐사기를 관리 및 조사한다던가, 모두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만, 달에 직접 발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금은 주목을 덜 받은 측면이 있기도 했다.
밴드 역시 눈에 띄게 앞으로 나올 때도 있고, 제작 등 여러 측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이처럼 여러 장면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밴드 같다고 생각했다. 앨범 제목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을 당시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듣고는 “이거다!”라고 생각해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밴드 결성 25주년이 되는 해에 나온 앨범이기도 한데, 그만큼 밴드로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 같다. 녹음이라던가 작업방식이라던가, 새로운 음악적 시도 등 이전과 비교해 특히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성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타쿠마 :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코이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웃음)
코이치 :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내 특기다.(웃음) 그래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고 늘 만들던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슬램덩크과 연관되어 제작되었던 것도 있고,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나오키 : ‘콜린즈(コリンズ)’에는 여러 시기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호노(炎)’라는 곡은 저희 결성 초반, 약 20년 전쯤에 만든 걸 재편곡한 노래이기도 하고, 코로나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만든 곡도 수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결성 25주년 차에 만든 곡이라던가, 여러 시기의 텐-피트가 담겨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밴드 역사의 집대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가 ’다이제로칸(第ゼロ感)’을 비롯해,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5곡도 함께 수록이 되어있는데, 이 작품들을 OST로 분리하지 않고 정규앨범에 수록한 이유가 있는지? 원래부터 앨범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곡들인가?
타쿠마 : 제작 당시에는 이 트랙들을 정규앨범의 일부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별개로 생각하고 작업을 했는데, 사실 사운드 트랙을 별도로 만들 것이라는 예정이 없기도 했다.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대중들이) 인스트루멘탈을 들어준다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 함께 수록하게 되었다.
에디터 Hwang Sun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