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창작의 탐욕, 그리고 파멸의 문학 수업—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넷플릭스가 선보인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연출 김규태, 극본 장명우)은 자극적인 액션이나 말초적인 스릴러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대신 문학과 인간의 관음적 욕망을 동력 삼아 팽팽한 심리 서스펜스를 구축해 낸다. 스페인의 천재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삼아, 지적 유희와 관음증 사이의 정교한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낸 수작이다.

극은 한 권의 소설 이후 오랜 침묵과 열패감에 갇혀 살아온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공대생 이강(최현욱 분)의 천재적인 글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강이 제출한 과제는 친구 세윤의 가정을 관찰하고 묘사한 일종의 사생활 관음 기록이다. 텍스트의 중독성에 매료된 스승은 제자에게 ‘더 가져오라’며 개인 문학 수업을 빙자해 타인의 삶을 해킹하도록 부추긴다.

이 작품의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보편적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성을 뒤튼 역학 관계에 있다. 허문오는 자신이 멘토로서 소년을 이끈다고 착각하지만, 현실의 데이터를 쥐고 텍스트를 가공하여 흘려보내는 쪽은 이강이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스승은 철저한 독자이자 소비자로 전락하며, 서사의 중단을 견디지 못하는 원초적인 불안과 탐욕에 눈이 멀어 파멸로 걸어 들어간다.

김규태 감독은 기존의 따뜻한 미장센을 거두고, 명암의 극단적 대비와 건조하고 차가운 카메라 무빙을 통해 두 인물의 심리적 균열과 욕망을 시각적으로 웅변한다. 프랑수아 오존 감독의 영화 버전(Dans la maison)이 보여준 세련된 변주와 비교해 보아도, 이번 시리즈는 인물의 탐욕과 찝찝한 서사의 무게감을 더욱 묵직하고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이 정적인 심리극을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로 격상시키는 일등 공신이다. 최민식은 주인공 허문오를 연기해 덤덤한 표정 너머로 요동치는 결핍, 열등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미세한 숨소리와 눈빛만으로 누출하며 극의 척추를 단단히 지탱한다. 매 에피소드 엔딩마다 전율을 선사하는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미스터리한 학생 이강을 연기한 최현욱은 순진함과 영악함, 갈망과 조종의 경계를 능숙하게 오간다.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건조한 마스크는 그 자체로 서스펜스의 핵심이 된다. 허준호, 김윤진, 진경은 인물 간의 다층적인 관계성을 밀도 있게 메우며 드라마의 문학적 향취를 완성도 높게 받쳐준다.

‘맨 끝줄 소년’은 타인의 사생활 침해를 창작이라는 명목하에 방조하고 탐하는 인물들의 도덕적 결함을 다루기에, 시청하는 내내 묘한 불쾌감과 찝찝함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독한 불쾌감이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텍스트와 묘사만으로 인간을 어디까지 긴장시킬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며, 매화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타인의 삶을 서사로 소비하려는 현대인의 관음적 본능과, 저자(著者)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탐욕을 이토록 냉혹하게 해부한 작품은 오랜만이다. 예술과 윤리의 경계선에서 던지는 이 묵직한 질문은 서사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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