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자존심이자 세계 랭킹 1위인 김원호-서승재(이상 삼성생명) 조가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부상 공백을 딛고 다시 뭉친 이들은 압도적인 기량과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대회 2연패를 향한 대장정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27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의 무게감 속에서 전설적인 스승 박주봉 감독의 기록에 도전하는 이들의 행보에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4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전영오픈(슈퍼 1000)' 남자복식 32강전에서 영국의 벤 레인-션 벤디 조를 상대로 기권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첫 게임을 따내며 기세를 올린 뒤, 2게임 도중 상대 선수의 부상으로 경기가 중단되면서 체력을 아끼는 동시에 실전 감각을 점검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어냈다.
부상 악재 뚫고 다시 뭉친 세계 최강… ‘완전체’의 위엄
이번 대회는 김원호-서승재 조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올해 초 열린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산뜻하게 시즌을 시작했으나, 당시 서승재가 어깨 부상을 당하며 잠시 공백기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서승재의 재활 기간 동안 김원호는 아시아단체선수권에서 다른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등 '잠시 멈춤' 상태였으나, 전영오픈을 앞두고 서승재가 완벽히 회복하면서 다시금 '세계 최강 콤비'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복귀전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이들은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1세트 초반 16-16으로 팽팽하게 맞선 승부처에서 김원호의 날카로운 전위 플레이와 서승재의 강력한 후방 스매싱이 조화를 이루며 연속 5득점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를 압박하는 이들의 전술은 왜 이들이 세계 1위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상대 부상 기권으로 얻은 16강행… 매너와 실력 모두 빛났다
2세트 역시 김원호-서승재의 흐름이었다. 18-15로 앞선 상황에서 서승재의 절묘한 페인트 공격을 수비하려던 영국의 션 벤디가 무릎 부상을 당하며 경기가 중단되었다. 메디컬 타임 이후 경기가 재개되었으나 통증을 참지 못한 벤디가 결국 기권을 선언했고, 김원호와 서승재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상대 선수의 부상을 먼저 걱정하며 격려하는 성숙한 매너를 보여주어 현지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비록 기권승이었으나 경기 전반에 걸쳐 보여준 수비 범위와 역동적인 로테이션은 서승재의 어깨 부상이 완전히 씻겨 나갔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로써 이들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며 토너먼트 상위 라운드를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제 이들의 시선은 16강에서 만날 덴마크의 강호 킴 아스트루프-안데르스 스카루프 라스무센 조를 향하고 있다.
스승 박주봉의 40년 전 기록에 도전…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
김원호-서승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게 된다. 전영오픈 남자복식 2연패는 한국 역사상 단 한 번, 1985~1986년 박주봉-김문수 조가 달성한 이후 40년 동안 끊겼던 기록이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의 현역 시절 전설적인 발자취를 제자들이 직접 재현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11번의 우승을 합작하며 안세영과 함께 한국 배드민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들은, 단순한 메달 사냥을 넘어 한국 남자복식의 계보를 잇는 상징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2012년 정재성-이용대 조 이후 13년 만에 전영오픈 정상에 올랐던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이들은 스승의 가르침 아래 더욱 견고해진 수비와 창의적인 공격으로 무장했다.
안세영과 함께하는 ‘동반 2연패’ 시나리오… 도쿄의 봄을 꿈꾼다
여자단식의 안세영 역시 첫 판을 완승으로 장식하며 16강에 진출한 가운데, 김원호-서승재 조의 순항은 한국 대표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배드민턴의 권력을 가져온 이들이 이번 전영오픈에서 남녀 동반 2연패를 달성한다면, 이는 다가올 큰 국제대회들을 앞두고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 최강임을 확고히 하는 선언이 될 것이다.

김원호-서승재는 이제 8강 진출을 놓고 유럽의 강호들과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서승재의 정교한 어깨와 김원호의 영리한 네트 플레이가 조화를 이룬다면, 40년 전 박주봉 감독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다시 한번 버밍엄의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황금 콤비'의 라켓 끝에 전 국민의 응원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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