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제주, 가족과 함께 떠나는 가성비 여행

김민수 2024. 9. 2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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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가을의 제주를 만끽하러 떠났다.
거기에 '가성비'라는 키워드를 붙였더니, 최고의 여행지들이 쏟아졌다.

제주를 직접 품어 보기
레일바이크 & 용눈이오름

제주의 자연은 너무도 황홀하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껴 보고 싶다면, 레일바이크가 제격이다. 제주 레일바이크는 4km 철로 위를 달려 원점 회귀하는 제주 최초의 유원시설이다. 레일바이크의 코스가 놓인 곳이 오름과 목장지대다. 그 때문에 이용객은 바이크가 이동하는 동안 소와 말의 방목현장, 초록이 넘실대는 들판, 매끄럽게 이어지는 오름의 곡선미를 만끽하게 된다. 산담과 밭담 등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제주민의 지혜도 만나 볼 수 있다.

레일바이크의 운행시간은 35분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종료됐다고 해서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슴, 조랑말, 염소, 토끼 등의 먹이 체험장과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길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레일바이크에서 바라본 용눈이오름을 직접 올라 보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용눈이오름은 2년 2개월의 '자연휴식년제'를 끝내고 작년 7월 다시 개방하여 탐방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3개의 분화구를 가진 몇 안 되는 오름 중 하나며 인체에 비유되는 우아한 곡선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무숲 없이 맨살 같은 초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용눈이오름은 사계절 각기 다른 색을 품고 있다. 특히 억새가 넘실대는 금빛 가을과 눈으로 덮인 하얀 겨울은 풍광의 정점으로 꼽힌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해발 247.8m로 나지막한 데다 중산간 지역에 자리해 있는 이유로 88m만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오름의 정상 굼부리는 생태복원을 위해 아직은 일부만 개통된 상태다. 굼부리 둘레를 온전히 돌아볼 수는 없지만, 한라산은 물론 일출봉과 우도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
스누피가든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스누피가든'이다. 스누피가든은 좌보미, 문석이, 백약이, 아부 등 내로라하는 오름들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금백조로'에 자리한다.

스누피가든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만화가 '찰스 먼로 슐츠'의 작품,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인 스누피를 테마로 하는 공간으로, 자그마치 규모가 2만5,000m2에 이른다. 스누피가든의 모든 공간은 만화에 나오는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라는 대사를 모티브로 꾸며졌다. 그러고 보니 '휴식을 통한 재충전'이라는 여행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공간은 크게 '가든하우스'와 '야외가든'으로 구성된다. 가든하우스는 'Peanuts, Nature & Life'를 주제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5개의 테마 홀은 자유로운 콘셉트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1950년대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들이라 족히 70세가 넘었을 테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스누피가든은 한나절을 충분히 누리고도 남을 다양한 제주의 콘텐츠를 품고 있다. 야외가든에는 비자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동백 등 200여 종의 나무와 꽃이 식재되어 있다. 제주의 자연과 곶자왈, 오름의 자락까지 품고 있다.

비가 와도 괜찮아
노형수퍼마켙

제주 가족여행에 비 소식이 있다면 실망할 필요 없다. 제주는 콘텐츠의 천국이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놀 거리가 차고 넘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미디어아트(Media Art) 전시장 3곳을 보유하고 있다. 빛의 벙커, 아르떼뮤지엄, 그리고 노형수퍼마켙.

노형수퍼마켙은 1,200m2의 면적에 20m의 높이로 국내 미디어아트 전시장 가운데 가장 크다. 노형수퍼마켙으로 들어서려면 잃어버린 문(The Forgotten Doors)을 넘어서야 한다. 일상의 모든 색을 잃어버린 후 비로소 비일상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는 콘셉트다. 마치 영화 <킹스맨>에서 헌츠 양복점을 통과해야 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설정이다. 입구에서 1층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과 수퍼마켙 내부는 흑과 백만이 존재한다. 상품, 광고지, 신문, 간판 등은 색을 빼앗겼다는 1981년의 시간에 맞춰져 있다. 슈퍼마켓이 아닌 '수퍼마켙'이란 오자 표기를 그대로 이름에 적용한 것도 복고적 감성을 재현하기 위함이다.

노형수퍼마켙에는 프리쇼, 베롱베롱, 뭉테구름, 와랑와랑, 곱을락을 포함한 총 5개 전시 공간이 있다. 그중 핵심은 '와랑와랑'이다. 중세의 성, 불, 바다, 제주, 자연, 동물, 천체, 장난감 등 미디어아트의 테마는 다양하다. 46대의 대형 프로젝터 그리고 7.1채널 EAW 스피커를 설치해 만들어 내는 영상과 사운드의 웅장함은 실로 압도적이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되는 미디어아트는 지루할 틈이 없다.

꽃과 신화가 있는 제주
동쪽송당 동화마을

동쪽송당 동화마을은 제주의 유통기업인 '제스코마트'가 '셰프라인 체험랜드'를 인수한 후 재단장한 시설이다. 개방형 공원을 표방하고 있어서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경내에는 다양한 카페 체인 시설이 입점해 있어 쉬어가기도 좋다.

최근 여행객들에게 제주 동쪽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인공 폭포를 지나 봉긋 솟은 동산 전망대로 올라가면, 한라산을 비롯해 주변의 오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주의 어느 동네에서든 조금만 높은 곳에 서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소한 풍경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제주라 각인될 대표적 장면이다. 동산은 연못으로, 연못은 계절 꽃이 가득 피어난 산책길로 둘러싸여 있다. 커다란 화산석에 수변과의 조화가 화려하다.

동쪽송당 동화마을 내에는 '돌조각 공원'도 조성돼 있다. 나무와 바위 사이 수많은 석상은 제주의 신들이다. 닮은 듯해도 엄연히 다른 나름의 이름과 임무가 있다. 특히 길가에 세워진 3기의 석상은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과 양육을 관장하는 '삼승할망', 해상안전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 그리고 '설문대할망'이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가 창조신화가 아닌 건국신화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제주에 창조신화가 존재함을 알고는 놀라게 된다. 설문대할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주 여행의 애피타이저
수목원 테마파크

제주에서는 가을에도 크리스마스를 만날 수 있다. 제주시 연동 한라수목원 내에 있는 '수목원테마파크'로 향하면 된다. 2012년 개관한 수목원테마파크는 아이스 뮤지엄, 3D 착시아트, 5D 영상관, VR 체험관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과 즐길 거리를 두루 갖추고 있다. 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본격적인 제주 여행을 시작하기 전, 설렘을 돋우는 데 안성맞춤이다.

아이스 뮤지엄은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실내는 영하 4~5도, 반소매 옷을 입었다면 금세 추위에 떨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관람객들은 미리 두꺼운 재킷이나 담요를 챙겨 입장한다. 이곳의 백미는 얼음 미끄럼틀이다. 한겨울 눈썰매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또한, 색을 바꿔가며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형 눈사람, 실제 크기의 이글루 그리고 탑승이 가능한 자동차 등도 겨울 속에서 자연히 만나게 되는 아이스뮤지엄의 볼거리다.

수목원 테마파크 3층에 있는 3D 착시 아트는 기발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벽면에 그려진 트릭아트에 끼어들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바이크를 운전하거나 말을 타고 또 레이싱의 주인공이 된다. 또는 걸그룹 멤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거나 벽에 걸린 명화를 과감히 찢어 보기도 한다. 3D 착시 아트는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재미있는 장면에 담아 인생숏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박물관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은 '도미니크 페로, 톰 메인'과 더불어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활용, 건축과 외부환경을 조화롭게 연결한다는 작가 고유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한다. 박물관은 멀리 산방산이 내려다보이는 중산간 지역에 세워진 대가의 건축물로 간결하고 단순하다.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라는 박물관의 설립목적을 배려한 까닭이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구역에 5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있다. 1관은 전통공예관이다. 소반과 그릇, 여성 장신구, 침구, 의류, 목공예품 등 옛 생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 공간은 변화무쌍하다, 단면에서 양면으로, 그러다 1, 2층을 아우르는 벽체를 맞닥뜨렸을 때 한 면을 가득 채운 소반을 만나기도 한다. 소박함과 화려함의 공존, 우리네 일상이 이토록 아름다웠음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2관은 현대미술관이다. 처마 아래 창으로 흘러든 햇살이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살바도르 달리, 줄리안 오피, 로버트 인디아나, 피카소', 이름만 들어도 황홀해지는 거장들의 공간이다. 그리고 주 전시실의 백남준, 안도 다다오의 명상 방까지 두루 관람하고 나면 현대미술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가 부쩍 상승한다. 쿠사마 아요이의 대표작 무한거울방과 호박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 3관,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란 부제로 꼭두 인형과 전통 상례를 만나는 4관. 불교미술의 5관도 건성으로 지나쳐선 안 된다.

본태박물관의 대미는 5관의 루프톱과 조각공원이 담당한다. 산방산과 제주의 남쪽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루프톱, 파란색의 'LOVE'는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다. 연잎이 가득한 호수 변에도 독특한 조형물들이 많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자전거와 강렬한 색감의 나비 떼가 인상적인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도 그곳에 있다.

▶Editor's Pick
제주 착한가격 업소
제주에서 놓칠 수 없는 맛 3

제주도 내 '착한가격 업소'는 지역 인근 상권 평균 이하의 가격과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업소로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선별해 지정하는 곳이다.

맛있고 든든한 한 끼맛
제라진 밥상

제라진 밥상은 함덕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한식 뷔페다. 제주산 돼지고기, 생선과 고기를 포함한 30여 가지의 반찬에 초밥과 라면, 국수, 계란 프라이까지 제공된다. 원하기만 한다면 제대로 된 비빔밥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제라진 밥상'의 사장 내외는 유명호텔의 한식 조리사와 직원으로 만났다고 한다. 제주에 내려와 창업한 지 5년, 점심시간에는 근로자, 농업인, 지역 상인들까지 찾아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아침이나 조금 늦은 시간을 이용하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반찬은 매일 바뀐다. 특히 돈까스와 제육볶음은 인기메뉴다.

외관만큼 아름다운 빵
만나빵집

만나빵집의 주인장 부부는 제주에 내려온 지 8년 차 이주민이다. 빵집 건물은 남편이 손수 지었고 조리학과 출신의 아내는 학교 때 배웠던 제빵 기술을 발휘해서 5년 전 창업했다. '만나빵집'은 외관 맛집으로 먼저 알려졌다. 작은 공간이지만 여백의 적정비율을 살린 하얀 벽체가 간결하고 세련됐다. 빵의 종류는 10여 가지, 최근에는 단골과 함께 빵 맛에 감탄하는 손님이 대폭 늘었다. 창가에는 나무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다. 주인장은 그곳에서 책을 읽고 손님도 커피와 빵을 들고 함께 앉는다. 지나가던 여행자도, 동네 아주머니도 그곳에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눈다. '만나빵집'은 종달초등학교 후문 담벼락과 마주 보고 있다.

베지근한 제주의 맛
새물국수

'제주도가 선정한 향토음식 20선'에 올라 있는 고기국수는 돼지 뼈(요즘은 닭육수를 섞어 사용하기도 함)를 우려낸 육수에 중면을 삶아 넣고 돔베고기를 고명으로 올려 먹는 음식이다. 새물국수의 고기국수는 베지근(기름져서 속이 든든할 것 같은 맛)한 맛이 일품이라 육식 취향의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4인 가족이 방문했다면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돔베고기로 구성된 2인 세트 A에 국수를 하나 추가하면 넉넉히 먹을 수 있다. 특히 비빔국수에는 불향 진한 양념 돼지고기 두 점이 얹혀 있다. 큼지막한 고기를 잘게 자르고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을 더해서 비벼 먹으면 환상 궁합이 따로 없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제주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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