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식물이 어우러지는 정원을 만든다

[5월호 특집 식물과 정원, 그리고 사람 ④] 집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개인적인 풍경, 정원. 때로는 조경가와 정원주의 취향으로, 때로는 계절의 색감으로 채워지는 자연의 한 조각은 어느새 건축의 큰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꽃의 계절인 5월, 땅과 공간을 읽고 식물과 교감하는 정원을 만들어가는 조경가들을 만나봤다.

틸테이블 TEAL TABLE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긴 업력만큼이나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17년차 가드닝 스튜디오 틸테이블. 식물을 수려하게 심는 것보다 예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오주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경가 오주원 : 틸테이블
조소를 전공한 오주원 대표는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실내 가드닝 스튜디오 틸테이블을 설립하고 인테리어와 공간 디스플레이에 자연과 식물을 접목하며 실내 가드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창출해 왔다. 주택과 카페뿐 아니라 패션, 뷰티, 가구 등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하며 틸테이블만의 스타일을 구축했고 다양한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며 프리미엄 화기와 장식품들을 직접 디자인, 생산해왔다. 고객들의 요청으로 지난 2013년부터는 가드닝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틸테이블 쇼룸을 운영 중이다. 02-544-7936 www.tealtable.com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로 천창으로부터 넉넉한 자연광을 확보할 수 있어 선인장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선인장을 연출한 공간 위로는 그물 해먹을 설치해 아이들이 스릴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사무실 테라스 작업. 남동향에 위치해 적당한 채광을 누릴 수 있고 습도 유지도 가능한 공간이라고 파악되어 이끼와 고사리류들을 연출했다.
마치 제주도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내고자 했다.

틸테이블 소개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졸업 후 디스플레이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다가 식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식물을 디자인 작업에 접목하다 보니 단순히 예쁘게 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쁘게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많은 분이 식물을 구매해서 집에 두었는데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식물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결국 방치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틸테이블 오픈 초창기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실내 정원’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2007년 실내 가드닝 스튜디오 틸테이블을 설립했고 벌써 17년 차가 되었네요.
실내 정원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점은
실외 식물과 실내 식물은 개념이 완전히 다릅니다. 안팎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수종부터 관리법까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실내 식물에 관한 노하우를 쌓은 업체에 맡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수는 어떻게 해서든 물을 가져오면 되는 부분이지만, 배수가 안 되는 구조라면 실내 식물들이 잘 자라는 데 한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더불어 ‘햇빛의 양’을 고려해야 합니다. 햇빛의 양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의 수종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추가로 환기 여부, 온·습도, 창호의 단열 정도 등 여러 부분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야외도 쉽지 않은 공간이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역시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까다롭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해외에서 진행된 패션 브랜드 프로젝트로 작은 정글을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식물을 들고 갈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진행되는 작업은 현지 여건에 맞는 수종을 선택해야 하고 변수가 많아 고생스럽지만, 훗날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남기도 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틸테이블 쇼룸에서 인터뷰 답변 중인 오주원 대표.
ADVICE
식물은 오브제가 아닌 교감하는 존재, 환경 고려는 필수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기 전에 전문가와 함께 식물을 키울 환경부터 점검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집의 층고는 어떻게 되는지, 방향은 어느 쪽인지, 환기는 잘 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세요. 식물의 ‘집’인 화기도 식물과 맞는 것을 골라야겠죠.

실내 정원만의 매력은
일단 실내에서는 식물의 양이 많아지면 확실히 ‘공기의 질’이 달라집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또한, 실내 정원을 통해 실내의 삭막한 분위기를 확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제가 작업했던 한 집은 굉장히 모던한 느낌으로 설계되었지만, 가구나 건축주의 생활 짐은 모던함과는 거리가 먼 빈티지하고 내추럴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 콘셉트끼리 충돌되는 공간이 실내 정원의 도움을 받으면 중화가 되며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죠.
집 안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을 추천한다면
집이 배치된 방향, 층고 등 집 안의 환경도 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경이 우선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몬스테라’도 실내에서 키우기 좋긴 하지만, 햇빛의 양이 많고 센 남향에 배치하게 되면 잎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식물을 둘 공간의 컨디션을 고려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실내에서 잘 클 수 있는 식물은 매우 많습니다. 보편적으로 추천한다면 몬스테라, 칼라테아과 식물들, 홍콩야자, 갠차야자, 아레카야자 등이 있겠습니다.

장독대였던 공간에 철재 플랜트 박스를 디자인하여 설치한 한옥 카페 프로젝트.
여백의 미를 살려 동양적인 느낌을 준 플랜트 정원이 한옥과 잘 어우러진다.

조경가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가장 오래 키운 식물 두 개가 있습니다. 13년 키운 박쥐란과 8년 키운 갠차야자입니다. (가족처럼 애착이 깊겠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웃음) 식물에 너무 감정을 쏟고 애정을 둔다고 식물이 잘 크는 건 아니에요. 식물에 해줄 수 있는 애정표현으로는 물을 계속 주는 것밖에는 없는데 그러면 결국 과습으로 식물이 죽을 수도 있어요. 화분 안의 습도가 높아졌다가 또 건조되는 반복 과정이 중요한데요. 계속 ‘습’만 주면 뿌리가 썩게 됩니다.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애정을 가지는 것이 식물을 잘 키우는 길입니다. 식물을 처음 사 왔을 때는 애정을 주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지는 것보다는 그냥 ‘원래 저기 있었던 아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틸테이블은 화분도 주력 상품이다
화분은 식물이 사는 ‘집’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테라조 라인의 화분은 틸테이블이 직접 디자인해서 생산한 라인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화분 라인을 여러 도예가분과 협업해서 만들어 냅니다. 저희가 선호하는 화분 스타일이 있는데요. 우선 통기성이 너무 좋은 화분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토분이라고 하는 테라코타 재질의 화분인데요. 물론 화분을 어떤 온도에서 굽느냐에 따라 통기성이나 경도 등이 달라지지만,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이 토분에 심게 되면 건조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식물이 바짝 마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여백이 많고 라인감 있는 식물들의 경우 물을 좋아해서 토분과는 맞지 않고, 반대로 선인장이나 다육식물의 경우 토분이 잘 맞는 ‘집’이 되겠죠. 이렇게 심을 식물과 그 식물이 살 ‘집’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분들께서도 식물을 단순 오브제가 아닌 함께 교감하며 사는 존재로 생각하시고 식물이 사는 ‘집’인 화분도 중요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취재_ 오수현   사진_ 변종석, 조경가 제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5월호 / Vol.291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