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특이한 차종은 아마 경차일 거예요. 경차는 완전히 대중적인 차량이라고 할 수 없지만, 판매량을 보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팔리면서도 굉장히 실용적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공간이 좁고 골목이 많은 협소한 도로 환경을 가진 곳에 더욱 잘 어울리는데요.
경차를 찾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꾸준히 많았어요. 우리나라 경차의 역사는 이미 30년을 지났고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은 장르예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이어지리라 믿었던 경차 시장에 매우 큰 변화가 오고 있어요. 그 소식은 쉐보레 스파크 단종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오늘은 스파크 단종과, 우리나라 경차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IMF 시절 태어난 그 녀석
대우 마티즈 ⛄

우리가 알고 있는 경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스파크는 처음 시작부터 스파크였던 것은 아니에요. 스파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마티즈라는 차량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마티즈가 스파크의 원조에 해당하는 차량이라고 봐요. 당시에는 브랜드 또한 쉐보레가 아니라 대우자동차였어요. 대우그룹이 IMF때 부도가 나면서 지금의 쉐보레로 바뀌게 된 것이죠.
어쨌든 스파크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마티즈는 1998년에 출시됐어요. 예전 대우자동차는 아주 작은 차량을 잘 만들었는데, 한 번쯤은 들어본 ‘티코’를 기억하실 수도 있겠네요. 티코 다음으로 출시된 차량이 바로 마티즈였죠. 마티즈는 차량 자체를 잘 만든 것도 있지만 출시 시기가 매우 적절했기 때문에 굉장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차량이었어요.
아직도 우리나라는 큰 차량, 고급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티즈가 출시되던 시기는 90년대 호황기를 겪고 있던 시절이어서 차량 사이즈가 굉장히 작았던 경차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죠.

그러나 마티즈의 인기는 어마어마하게 높았어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을 텐데,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바로 경차라는 특징이에요. 당시 마티즈가 출시되었던 1998년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을 때였기에 큰 사이즈의 대배기량 차량을 구매할 수 없는 경제적 요소가 있었어요.
다음으로는 스타일을 꼽을 수 있어요. 지금도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색상이 무엇이냐고 하면 흰색 혹은 검은색이에요. 지금도 무채색 계열의 차량이 거의 대부분 판매량을 차지하는데 과거는 말할 것도 없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티즈는 금색에 가까운 색상을 메인 컬러로 출시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어요. 경제성이 높으면서 개성이 넘치는 차, 많은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죠.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출시했음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마티즈를 본 다른 제조사들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고, 곧장 마티즈를 뛰어넘을 차량들을 준비했어요.
대표적인 차량이 바로 현대의 아토스였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국산차 브랜드 하면 단연코 현대자동차인데, 현대차에서 마티즈를 따라잡기 위해 신차를 준비했다는 소식은 당시 마티즈에게 굉장히 위협적인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막상 현대차가 선보인 경차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게까지 위협이 되는 경쟁 상대는 아니었어요. 당시 출시된 현대차의 아토스는 세로로 긴 구조를 지닌 차량이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다소 높을 수밖에 없었고, 주행 질감이 좋지 못하단 평가를 받았어요. 아무리 현대차에서 출시한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품질에서 마티즈가 더 낫다는 평이 자자했어요.

잘나가는 시장이 있으면 너도 나도 이 시장에 참여해서 파이를 나눠먹고 싶은 것은 모든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본능일 거예요.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차에서도 마티즈가 맛있게 요리하고 있는 경차 시장을 함께 나눠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아차가 출시했던 차량이 바로 ‘비스토’였죠.
이 차량은 아토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차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토스에게 느꼈던 다소 불안한 주행 질감을 많이 개선하여 출시되었어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스토 또한 마티즈를 이기기엔 많이 부족했고, 시장은 여전히 마티즈를 선택했어요. 현대차와는 다르게 기아는 비스토 이후 모닝을 출시하면서 훗날 경차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 일본과 너무 다른 한국
경차, 어깨 좀 펴고 다녀!

우리나라 경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굉장히 재밌는 부분들이 많아요.
마티즈가 우리나라 경차 시장을 폭발하게 만들면서 정부에서도 경차 시장을 밀어주기 위해 많은 정책들을 내놓아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과소비와 보여주기를 위한 낭비적 소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서 경차에 많은 혜택을 줬었죠. 경차를 구매하면 취등록 세를 감면해 주고, 공영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할인해 주는 등 경제적인 면에서 굉장히 메리트 있는 정책들이었어요.
이는 중고차 시장을 보면 확연하게 느낄 수 있어요. 보통 중고차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차량을 구매하기 위한 분들이 많이 찾는 시장인데,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죠.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판매돼 버릴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인기는 굉장해요.
이처럼 혜택이 많은 경차 시장에서 잘 나갔던 마티즈는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게 됩니다.

2000년에 마티즈2라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어요. 이때 원, 투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했기 때문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것처럼 마티즈2가 된 건 매우 흥미로운 점이에요. 마티즈 2는 마티즈가 얼마나 잘나가는 모델인지 확인시켜 줬어요. 특히 당시 유명했던 연예인을 모델로 하여 대규모 TV 광고를 선보인 것을 보면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체감할 수 있는데요. 차량은 수동 5단 변속기 혹은 CVT 미션을 장착했는데, 최고 시속이 144km/h까지 올라갈 정도로 생각보다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대우자동차가 GM대우를 거쳐 쉐보레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마티즈는 스파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약했어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경차 시장에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경차 시장이 수십년이 흐르는 동안 이 경차에 해당하는 차량이 최대 2대 혹은 3대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아주 오랫동안 경차 하면 마티즈, 모닝밖에 없었어요. 우리와 도로 사정이 비슷한 일본처럼 매우 다양한 경차가 출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늘 있었지만, 최근 출시한 캐스퍼까지 합친다고 하더라도 4종밖에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워요.
스파크의 단종 소식 👋
경차,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경차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하나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 경차를 선택하는 것인데 과연 지금의 경차는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어요. 경차의 가격이 많이 상승한 것도 한몫하지만, 차량 가격이 상승한 것에 반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 것도 매우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돼요. 경차 구매시 적용되던 취등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고 저공해차에게 주는 최소한의 혜택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차를 선택할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어요.

최근 출시된 캐스퍼를 보면 경차가 바라보는 방향이 단순한 경제성이 아니라 개성이 강한 스몰 럭셔리로 나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게다가 얼마 전 2차 페이스리프트를 한 레이를 보아도 완전이 새로운 풀체인지 레이가 아니라 또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것을 통해 유추해보면 새로운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 그닥 효율 높은 방안이 아닌 것으로 보여요.
이번 스파크 단종 소식 또한 차세대 스파크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7월 생산분 까지만 인도를 마치면 이후로는 단종한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말은 지금의 스몰 럭셔리 트렌드와 전동화 흐름에 더 이상 경차가 예전만큼 높은 점유율을 가지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을 거예요.

경차의 대명사인 스파크의 단종 소식은 앞으로 경차 시장이 어떻게 나아갈지를 한번 고민하게 되는 이벤트예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경차라는 차종은 경제성이 가장 큰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차량이었지만, 경차라는 차종 그 자체를 놓고 보면 차량 사이즈가 작아서 좁은 골목을 다니는, 시티 카에 매우 잘 어울리는 장르이기도 해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1,000cc 미만의 작은 경차만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형차나 중형차에 들어갈 법한 출력을 가진 경차를 출시하기도 해요. 경제적인 혜택이 사실상 거의 사라진 요즘, 캐스퍼와 같은 경차가 출시한 것은 미래의 경차를 미리 보기 한 사례인 것 같아요.
어쩌면 전동화 시대에는 초소형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 트위지 같은 저속 전기차를 일컫는 말)와 같은 전기차가 경차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요.
☝ 대우 마티즈 시절부터 시작된 스파크는 약 20년 가까이 경차 시장을 휘어잡았어요.
✌️ 그러나 점차 경차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스파크는 단종의 길을 걷게 됐는데요.
👌 앞으로 경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처음 경차가 등장했을 때에는 경제성을 가장 큰 가치를 내세웠지만, 지금의 스몰 럭셔리로 바뀌어버린 경차 시장은 스파크 같은 차량이 더 이상 계량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당장은 스파크가 전동화되어 출시되지는 않겠지만 전기차 시장이 무르익고 보다 더 다양한 차량들이 출시된다면, 미래에는 다시 전동화된 스파크 같은 경차가 다시 경제성 높은 자동차로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한번 해보아요.
이미지 출처 - Motor1,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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