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셀러 매출 반토막 내는 中 유령업체 위법 행위에 몸살

양범수 기자 2024. 10.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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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셀러, 中 업체 지재권 침해로 매출 44%↓ 주장
지난 8월 이후 기승… 커뮤니티에 피해 글 수십 개
업체 사무실은 폐문… “사람 못 봤다”
관련 신고도 증가세… 쿠팡 “모니터링 강화”

쿠팡에서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A씨는 지난 8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4% 감소했다. 중국인이 설립한 유령 업체가 자신의 상품 이미지 등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아이템 위너’를 빼앗아 간 탓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올해 8월에만 10곳의 유령 업체로부터 이러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피해를 봤다고 했다.

아이템 위너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을 묶어 가격과 배송 조건 등을 고려해 하나의 판매자를 소비자에게 우선 표출하는 쿠팡의 판매 방식이다. 아이템 위너 선정 여부에 따라 판매자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8일 온라인 상품 판매자들의 커뮤니티에는 A씨와 같은 상황을 겪는 판매자의 피해 호소가 많다. 지난 8월 이후 올라온 관련 게시글만 수십 개에 이른다. 자체 제작 의류를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다른 업체가 이미지 등을 도용해 가격만 낮춰 아이템 위너를 가져간다. 종일 신고만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한다”고 했다.

피해 판매자들은 올해 하반기 들어 이러한 중국 업체들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가 본격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판매자 A씨 역시 지난 8월 이후에만 16개 업체로부터 25회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당했다. 징웨이이커머스, 홍안트레이드, 러칭트레이드, 지민이커머스 등은 중국인 임원만 등재돼 있으며 공유오피스나 사서함 주소로 국내 사업자를 낸 곳들이었다. 일부는 아예 주소지가 중국이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올해 하반기에 설립됐다.

◇ 판매 중단 업체 주소지엔 문 닫은 공유오피스… 신고도 증가세

지난 7일 조선비즈는 징웨이이커머스의 주소지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건물을 찾았다. 정오비즈니스센터라는 이름의 공용 사무실이 있었으나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닫힌 유리문 안으로는 몇몇 집기가 놓여있었고, 외부 우편함에는 반송 물품 택배 등이 놓여 있었다. 옆에서 식당을 하는 상인은 “그 사무실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업체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판매자들이 쿠팡에 자체적으로 이를 신고하고 상품 분리 조치를 받는다. 일부 판매자들은 사정기관에 이를 신고하기도 한다.

올해 들어 이러한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쿠팡에서 발생한 상표권 침해 신고 건수는 119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2022년 120건에서 지난해 126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올해는 4개월이 남은 시점에서도 2020년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판매자들이 상표권 침해를 신고하더라도 대부분이 유령 업체이거나 대표자가 국외에 있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한 쿠팡 입점 판매자는 유한회사 웨어둔유통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신고를 한 결과 ‘피고소인이 해외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피고소인이 귀국할 때까지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징웨이이커머스 주소지에 있는 사무실의 모습. 해당 업체는 국내 판매자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쿠팡에 신고가 접수돼 판매가 중단됐다. /양범수 기자

◇ 판매자들 “가격 낮추려는 것” vs 쿠팡 “있을 수 없는 일”

일부 판매자들은 국내 판매자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아이템 위너에 상품을 매칭시키는 중국 업체들과 쿠팡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판매자들이 반품이나 수수료율 등을 이유로 경쟁 업체에 비해 높은 판매가격을 설정해두자 중국 업체를 이용해 낮추려는 것(더 낮은 최저가 표출)이라는 주장이다.

쿠팡에서 운동용품 등을 판매하는 이모씨는 “중국 판매자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면 자신들도 손해가 발생할 텐데, 쿠팡이 목적을 갖고 이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겠냐”라고 주장했다. 일부 판매자들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며 판매자들에게 피해 사례를 모아 달라고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오픈마켓은 거래액에 기반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기에 그러한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일부 악성 판매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모니터링 강화, 추가 검증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판매 중단 조치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승규 의원은 “중국 업체로 인해 지적재산권 침해 피해를 받는 쿠팡 입점 판매자들은 자체 신고 센터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쿠팡은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외면하지 말고 중국 유령회사들을 전수조사해 적극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판매자들이 중국 업체로부터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쿠팡에 신고한 내용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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