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만 있는 나만의 가구 설계, 가족실

밀라노에서 전해오는 가구 디자이너의 최신 트렌드 ④

매년 유럽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발 빠르게 탐방하는 가구 디자이너가 특파원의 눈으로 전하는 전원주택을 위한 가구 최신 TIP & TREND. 그 두 번째 시간은 경계를 넘나드는 주방가구의 소재들을 짚는다.


주택 가구를 설계하는 초기에 ‘가족실’이라는 명칭은 꽤 생소했다. 당시 아파트 또는 신식 주택 문화에 대입하면 가장 가까운 개념이 거실에 해당했을 것이다. 거실은 한자 그대로 ‘居室’, 큰 방이라는 뜻이다. 신식 주택 문화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족 구성원의 공동생활은 거실에서 이루어졌다. 거실에는 주로 TV와 소파가 있으며, 밥상을 놓고 밥을 먹기도 한다. 영어에서의 거실은 ‘Living room’ 또는 ‘:ounge’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실은 응접실의 역할을 하면서 가족과 손님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가족실과 응접실, 식당, 미디어룸, 또는 서재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포괄적인 공용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실은 그와 조금 다르다. 손님을 대접하는 곳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나이 및 취미 활동을 고려하는 공간이다. 거실이 광장처럼 현관을 들어 와서 바로 보이는 장소라면, 가족실은 거실보다는 내밀한 장소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택을 설계할 때 가장 가슴 뛰는 공간 중 하나인 이유는 필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실, 침실, 드레스룸, 주방, 현관은 주거의 필수 구성요소이지만, 가족실은 쓰임에 따라 역할을 부여하는 일종의 잉여공간이다. 실무 현장에서는 멀티룸, 가족실, 서재, 소(小)거실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가족실에는 내 집의 보석이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는 왜 가족실이 필요한가?

1980년대부터 대형 주택에서는 ‘공용부인 거실’과 ‘가족의 사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가족실’을 나누는 형태가 꽤 있었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며 최근 주택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실 구성인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핵가족화로 인하여 단독주택이라 하더라도 가족 구성원 수가 줄었다. 두 번째로는 TV가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세 번째는 다양한 삶의 양식이 두드러지면서 취미실을 대신하여 가족 간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내밀한 공간이 필요했다. 이 중 TV가 재미있는 변화를 보여주는데, 거실에 모여 앉아 TV를 함께 보는 문화가 물러나면서 거실 공간 자체가 점점 줄어 들고 있다. 과거에는 거실의 주인공이 TV와 TV를 바라보는 대형 소파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TV와 소파, 나아가 거실을 없애고 다이닝 또는 라운지 공간을 확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거실에서 수행하던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여전히 필요했고, 이를 가족실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가족실은 더 사적이고 일상적이다. 스크린이나 게임기를 놓기도 한다. 한 주택에서는 가족 밴드를 하는 가족이 합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두기도 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가족실에서 놀이와 숙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격들은 비공식적인 사적 공간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손님보다는 가족들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공간이다.

유아가 있는 가족실

유아가 있는 집은 손님으로 방문해 거실의 모습만 보아도, 가족 구성원의 나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심지어 교구, 장난감, 매트로 아이의 월령까지도 추론할 수 있다. 예전에는 거실이 이런 기능을 모두 담당했지만, 설계 시 안방과 아이 방의 가까운 곳에 가족실을 별도로 구성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가 있으면 필연적으로 방과 가족실이 가까워야 하고 모든 알록달록한 물건이 나와 있어야 해 현관과 가까운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아가 있는 가족실에서는 각종 장난감과 교구, 아이 용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가구가 필요하다.

보통 가족실 없이 거실에서 모든 육아를 하는 집이 좁아 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그 거실에 유아를 위한 가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충만하다. 기어 다니고 걷기 시작하면서 가구에 올라타고 서랍을 밟아 계단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한다. 때문에 가구는 모두 붙박이로 벽에 고정해야 한다. 교구나 책의 사이즈와 색깔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슬라이딩장을 이용하여 일부를 열었을 때는 놀이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학습의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또 다른 쪽을 열어 멀티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올라가서 놀이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수납 시트를 제작하기도 한다. 수납 시트는 하부에 장난감 서랍 또는 장난감 바구니를 통으로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경우 시트 위에는 페브릭으로 소파를 만들어 딱딱하거나 날카롭지 않게 마감을 한다. 오히려 아이 월령이 적을 때는 책상까지 제작하지는 않고 가운데 공간을 넓게 남겨둔 후, 벽에 충분한 수납과 서랍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물건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재 또는 스터디 카페로 연출한 가족실

닮고 싶은 생활 방식으로 가족실을 연출한 주택이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족실은 모든 식구가 앉을 수 있는 넓은 책상이 있었다. 자녀들의 나이는 고등학생과 성인이었는데, 부모와 자녀들이 한 공간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업무를 하는 그러한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은 집이었다. 이러한 가족실이 서재와 다른 점은 오픈형이라는 것이다. 보통 서재를 설계해달라는 경우에는 방 한 칸을 서재로 실 구성을 하지만, 가족실일 경우에는 거실처럼 틔어 있는 공간, 또 가족 구성원의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일 때이다. 따라서 재미있는 공간에 서재 또는 스터디 카페형 가족실을 연출할 때가 많은데, 주로 복층 또는 다락, 계단이 노출되기도 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을 연출할수록 더 스터디 카페같은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책장이 높게 올라가기도 해 층고가 높을수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 자체가 너무 트여있을 때는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유리 또는 가벽을 통하여 일부분의 시야는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책상 자리에는 콘센트 또는 조명을 설계하기도 하고, 책이 많은 집은 높은 층고를 활용하기도 한다. 공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가운데에 카페처럼 큰 테이블을 놓기도 하지만, 보통 창을 바라보고 책상을 두르는 형태로 설계를 많이 한다. 지적이고 편한 콘셉트가 많아 우드 컬러를 많이 활용하는데, 이럴 때는 건축에서 사용한 우드의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톤을 맞추는 편이 도움이 된다.

홈바가 있는 가족실

미니 카페, 홈바 등의 공간이 필요하여 가족실까지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복층일 경우에 1층은 공용부로 현관, 거실, 주방, 게스트룸 등으로 설계할 때가 많고 2층에 마스터룸, 자녀방 등 생활 공간으로 배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2층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경우에는 물 하나 뜨러 주방까지 내려가는 동선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작은 냉장고나 정수기, 커피 정도 마실 수 있는 간이 주방이 필요해진다. 청소년, 성인 자녀와 동선을 분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녀와의 동선을 분리하여 서로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홈바 또는 카페가 있는 가족실이 필요해진다. 이런 경우 가족실은 ‘소(小) 거실’의 역할을 한다.

건축주들은 가족실 홈바를 계획하면서 ‘간단한 주방’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디자인적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싱크대와 냉장고, 또는 인덕션까지 들어가게 되면 생활감이 묻어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카페’ 또는 ‘바’ 같은 느낌을 내는 것이 주요해진다. 실용적으로는 싱크볼, 미니 냉장고가 들어가야 하고, 요리를 주로 하는 곳은 아니기에 1구 인덕션 또는 포터블 인덕션으로 감추는 것을 추천한다. 주방 같지 않은 느낌을 내야 해야 해 큰 가구에서는 선뜻 쓰기 어려웠던 과감한 컬러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상판을 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나무로 올려서 비일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는 코너를 라운드로 돌리는 등 집과 어울리는 가구 디테일을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 홈바형 가족실을 자녀들 또는 부부가 이용하는가, 응접실로 활용하는가에 따라 콘셉트는 천차만별이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 건축주의 경우에는 가족실을 와인바로 연출하고자 할 때 눈이 반짝거린다. 가족이 간단히 술을 한잔하거나,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손색없는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분위기가 그윽하고, 와인이나 와인잔, 관련 집기류를 적절하게 진열할 수 있는 가구의 구성이 필요해진다. 이럴 때는 컬러나 채도를 조금 어둡게 가고, 어두운 나무와 석재의 느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인트는 가구에 설계된 ‘조명’이 분위기를 만든다.

멀티룸 역할을 하는 평상형 또는 윈도시트 가족실

가족실 설계는 재미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할 때 날것의 표현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클라이언트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멍 때리고 싶어요” 이런 클라이언트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그들에게 주택은 일터이다. 자녀를 양육하고, 음식을 하고,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고,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리를 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방이나 거실에 있으면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일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분의 가 족실에는 창문을 바라보는 윈도 시트형 평상이 있다. 이런 가족실은 말 그대로 가족의 휴식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이다.

다른 공간이 적절히 보이지 않도록 가려져 있어, 오롯이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휴식의 역할을 하는 가족실에는 안마의자를 두기도 하고 소파나 윈도 시트를 설계하기도 한다. 서재처럼 많은 책은 아니지만 간단한 책을 수납하고 노트북을 할 수 있는 간이 테이블도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실에서 가장 많이 제작하는 가구는 윈도 시트 또는 평상이다. 윈도 시트라면 보통의 소파만큼 600㎜ 깊이를 넘지 않는 창가 의자를 뜻하며, 평상은 그 이상으로 간단히 누울 수도 있는 형태를 말한다. 휴식에 최적화된 가족실은 뷰가 중요할 때가 많다. 위 사례처럼 ‘멍 때릴 수 있는’ 정원이 보이는 큰 창, 대지가 높은 건물이라면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숲이 있는 창 근처에 가구를 설계한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창문의 틀을 가구로 둘러싸서 아늑한 느낌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금 설계하는 주택에는 ‘다실’이 있다. 최근의 인테리어 트랜드는 동양미 또는 한국적인 공간을 가미하는 것이 하나의 도전적인 스타일이 되는 듯하다. 한 주택에서는 다다미를 깐 일본식 다실을 연출한 적이 있고, 이번 현장에서는 건축주님이 개인 소장 중인 한국 고가구를 놓고,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다실이다.

그 다실 자체가 하나의 큰 평상이라서, 하부에는 수납할 수 있게 디자인 중이다. 가구 위에는 바닥처럼 마루를 깔고, 벽에는 마루의 원목 컬러와 맞춘 책장을 끼움 제작으로 집어넣는다. 다이닝 공간과 트여있는데,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것으로도 전혀 다른 공기가 되는 듯한 분위기로 연출을 하고 있다. 바닥과 벽의 끼움 우드, 그리고 창틀까지 컬러를 맞추어 자체가 액자 같은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가족실은 내 주택의 고유한 분위기를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다. 취미실, 휴식실, 미디어실, 육아실 등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나 많기에 그 역할을 받아줄 수 있는 개별적인 가구 설계가 필요하다. 이미 공간이 구획된 획일화된 주택에 맞추어 살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고민이다. 가족실의 가구 설계는 클라이언트가 꿈꾸는 만큼 이루어진다. 나와 내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 어떤 곳인지 충분한 고민을 하고 행복한 설계를 하길 바란다.


글과 자료_ 고은애 실장 : 우노가구

우노가구는 25년간 전원주택, 고급아파트 등 다양한 공간과 고객의 니즈를 맞춰온 가구 제작 및 디자인 전문 기업이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철저한 제조 과정 관리를 자랑하며, 디자인-설계-제작 모든 과정을 거쳐 최초 설계와 같은 가구, 자유로운 아이디어로 구현한 맞춤 가구를 실현한다. https://unoga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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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7월호 / Vol. 317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