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카타르 월드컵 비판하는 서양, 본인부터 되돌아보길”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 주최국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처우나 인권 문제에 대한 서구의 비판은 위선적이라며 ‘카타르 감싸기’에 나섰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1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이 카타르 월드컵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지적할 처지가 아니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우리 유럽인들이 300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저지른 일을 생각한다면, 도덕적인 설교를 하기 전에 앞으로 3000년 동안 우리가 해온 일들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이나 처우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서구 언론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가디언은 지난해 2월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6500여명이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를 따낸 이후 카타르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이들이 모두 월드컵 관련 프로젝트에서 일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총계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카타르 당국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37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사망한 노동자는 3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노동기구(ILO)는 수치가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판티노 회장은 2014년 이후 유럽으로 들어오려던 이주민 2만5000명이 사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유럽이 정말로 이주노동자들의 운명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은 카타르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이 유럽으로 일하러 올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타르가 노동자들의 비자 허용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고용주에게 일임한 ‘카팔라’ 제도를 폐기했다며 개최국으로 결정된 이후부터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 인판티노 회장은 “종교, 인종, 성적인 취향과 관계없이 카타르에 오는 모든 이들은 환영받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월드컵 기간에 카타르에서 성 소수자 인권이 보호받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원래 동성애가 법으로 금지되는 나라다. 그는 소수자들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으로 어린 시절 외모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경험까지 끄집어냈다.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경기장에서 맥주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카타르의 편을 들기 바빴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 동안 맥주를 못 마신다고 해도 인간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며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스코틀랜드에서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데, 여긴 이슬람 국가라서 (경기장 맥주 판매 금지가) 큰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카타르 정부는 FIFA의 스폰서십 계약 등을 존중해 경기장 일원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지난 18일 경기장은 물론 경기장 주변에서도 주류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 밝혔다.
인권 단체들은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비영리 인권단체 ‘페어스퀘어’의 니콜라스 맥기한 이사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은 서툴렀고 엉터리투성이였다. 카타르 당국으로부터 직접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지시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내고 “인판티노 회장은 인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무시하면서 월드컵 개최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지불한 엄청난 대가와 그것에 대한 FIFA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며 “평등, 존엄성, 보상에 대한 요구는 일종의 ‘문화 전쟁’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이는 FIFA도 자체 법령에서 존중하기로 약속한 보편적인 인권”이라 지적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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