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도 눈에 확~" 삼각지역 코 앞 시선강탈 꼬마 빌딩

[땅집고] 삼각지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1분만 걸어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노출 콘크리트와 검은색 벽돌로 마감한 지상 4층 빌딩이 눈을 사로잡는다. 2020년 준공한 ‘더 블랙 플레이스(The Black Place)’라는 이름의 건물이다.

[땅집고] 삼각지역 인근에 들어선 지상 4층 규모 수익형 빌딩 '더 블랙 플레이스' 외부 모습과 내부 설계 구조 모습. /리슈건축, 김재윤 작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구간인 용산구 한강로 2가 서쪽 뒷골목은 젊은 셰프(요리사)가 운영하는 맛집과 카페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남동과 성수동에 이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역 앞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촌에 자리잡아 이른바 ‘용리단길’이란 별칭도 붙었다.

땅집고 건축주 대학의 강사인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이 설계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지은 지상 4층 규모 수익형 빌딩으로 외관을 마감해 세련미를 높였고, 지하층부터 각층에 테라스 공간을 넓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 “건축주대학에서 배운 지식 실제 건축에 잘 써먹었죠”

더 블랙 플레이스를 지은 건물주는 땅집고가 운영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8기 수강생 A(63)씨다.

그는 2년여 전 용리단길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끝에 487㎡ 규모 땅을 매입했다. 이 땅에는 2층 단독주택이 있었다. 그는 새 건물을 짓고 싶었다. 모든 지인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건축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인맥과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땅값과 건축비까지 포함하면 수십억원을 투자하는데 건축가 말만 믿고 섣불리 결정하기 쉽지 않았던 것. 그는 ‘무작정 짓기보다 건축이 뭔지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땅집고 건축주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 시공사 대표, 상업용 부동산 임대 전문가, 세무사로부터 실전형 건축 강의를 들으며 A씨는 눈이 번쩍 띄였다. 점차 자신이 원하는 건축 구상을 명확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이후 땅집고 건축주대학을 수강하면서 좋아했던 인기 강사인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갔다. 건물 디자인은 물론 수익성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설계했다.

홍 대표는 “건축주가 땅집고 건축주대학을 수강한 덕분에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 “건축 과정에 건축주 의견도 적극 반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대표는 건축물 자체 완성도가 높아 용리단길에서 랜드마크 빌딩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주차장 9대를 7대로 줄인 묘수…1·2층 유리로, 명품 탈바꿈

A씨가 구입한 땅에는 원래 지상 2층짜리 노후한 단독주택이 있었다. 법정 용적률(170%)에 옥상 녹화, 에너지 절약 설계를 적용하면 인센티브(10%포인트)까지 받아 4층 건물 신축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 경우 법정 주차대수(9대)를 확보하기 위해 자주식 주차장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9대 이상 자주식 주차장을 확보하려면 부지 안에 폭 6m 진입로를 만들어야 한다. 1층 전체를 필로티 구조로 만들고 주차장을 확보하면 가능했다.

하지만 수익형 건물은 1층 수익률이 가장 높아 고민이 컸다. 어쩔 수 없이 기계식 주차장을 만들어야 했는데 연면적 10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를 갖춰야 하는 것이 또 다른 골칫거리였다. 차량이 오가는 통로와 주차대수를 고려하면 지하 1층은 부족해 2층까지 파야 했고 가용 면적이 대폭 줄었다.

홍 대표는 주차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묘수를 냈다. 임대 면적을 일부 포기하면서 용적률을 20% 낮춰 법정 주차 대수를 7대로 줄이는 방식이다. 임대면적이 줄지만 주차장 확보를 위해 지하 2층을 파거나 소방 설비를 위한 기계실도 필요 없기 때문에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줄어든 건축 연면적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각각 테라스와 선큰, 옥상 등 건축면적에 포함하지 않는 공간을 최대한 지어서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면적(237㎡)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용적률은 183%로 건물 최대 용적률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테라스를 갖춘 건물은 세입자 선호도가 높아 임대 수익도 좀 더 기대할 수 있었다. 홍 대표는 지상층 전체를 음식점 운영까지 가능하도록 설비를 갖춰 다양한 세입자가 입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핫 플레이스에 짓는 건물인만큼 내외부 디자인도 꼼꼼히 신경썼다. 1층과 2층까지는 주변 가로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전면을 유리로 마감해 개방감을 살렸다. 3~4층 외벽은 흙을 구워서 만든 검은색 벽돌인 전벽돌(塼壁乭)로 마감했다. 1~2층은 유리로, 3~4층은 벽돌로 각각 마감해 멀리서 보면 건물 상층부가 허공에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련된 외관 설계 덕분에 이 건물은 일반상업시설은 물론 오피스 빌딩으로도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