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5년간 방위사업청 경쟁입찰에서 수주한 사업은 1건에 불과하다. 전투기·훈련기 등 독점 플랫폼은 양산 및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지만 경쟁입찰 수주능력의 한계로 제품군 확장, 새 성장동력 확보에는 실패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KAI가 방사청 입찰에서 체결한 계약은 총 15건이다. 전술입문용훈련기 2차 사업(TA-50 Block2)을 비롯해 △수리온(KUH-1) 4차 양산 △소형무장헬기(LAH) 양산 △한국형 차기전투기(KF-21) 양산 등 굵직한 사업이다.

독점 플랫폼 편중…경쟁입찰 수주공백 구조화
매출 비중으로는 독점 플랫폼 양산 및 생산이 73.7%를 차지한다. 이밖에 △성능개량 21.6% △유지정비 3.3% △타기관 공급 1.3% 등이다. 무기체계별 계약 규모는 △KF-21 4조4800억원 △LAH 1조8200억원 △수리온 1조600억원 △백두체계 능력 보강 8100억원 △TA-50 블록2 6900억원 등이다.
문제는 경쟁 부문의 수주 공백이 구조화됐다는 점이다. 앞서 대표이사를 지낸 강구영 전 사장도 현재 개발 중인 KF-21, LAH 이후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KAI 2050 비전’에서 5년간 1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UH-60 헬기 성능개량사업은 대한항공에 돌아갔다. 유럽 헬기 기술을 기반으로 삼은 KAI가 미국 헬기 기술을 체득할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또 동남아시아, 이집트, 중동에서 대량 수주를 기대했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제는 KAI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강 전 사장이 KAI의 문제점이라고 짚은 사안이다.

전자전기 입찰 앞두고 산학연 컨소시엄 가동
KAI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자체 플랫폼 양산'에 맞춰졌다. 웅비(KT-1), T-50, FA-50, 수리온(KUH-1), 보라매(KF-21) 등을 개발해 이를 중심으로 매출을 쌓아가는 구조다.
이는 KAI가 '전자전기 체계 개발'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기존 무기체계에 더해 또 하나의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1조7775억원을 투입해 적군 레이더 및 통신망 교란용 전자전 항공기 4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KAI가 갖추지 못한 역량은 기체에 탑재할 전자기전 관련 기술이다. 이에 이달 27일 카이스트에 'AI-전자기전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기술개발에는 KAI, 한화시스템, 펀진(AI 개발사), 카이스트 등 산업계와 학계가 참여한다.
또 이번 전자전기 사업의 후속으로 진행될 '한국형 그라울러(KF-21 활용 전자전기)', 유무인복합체계 기반의 '근접형 전자전기' 등 전자기전 기술의 로드맵을 함께 구상할 계획이다.
차재병 KAI 부사장은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상황인식 및 자동대응 등 인지 기반의 전자기전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며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AI 전자기전 항공무기체계의 기술자립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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