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비, 자동차보험료 다 오른다…1·2세대 가입자는 5세대 강제 이동 전망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이 최근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내년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4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했던 자동차보험은 올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5세대 상품 도입을 앞둔 실손보험 역시 구조적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돼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당국이 매년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더는 유지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 자동차보험, 4년 연속 인하했지만…업계 적자 ‘눈덩이’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생명보험사들은 조만간 내년도 보험료 조정안을 마련해 금융당국과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인하됐다.

  • 2022년 – 1.2% 인하
  • 2023년 – 1.9% 인하
  • 2024년 – 2.5% 인하
  • 2025년 – 0.8% 인하

이 과정에서 주요 손보사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올해 3분기까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삼성화재(648억), DB손보(558억), 현대해상(553억), KB손보(442억) 등이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손해율은 85.4%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높아졌다. 사업비까지 고려한 합산비율은 101.7%로 ‘적자 국면’이 이미 고착화된 상태다.

정비수가 인상, 이상기후에 따른 대형 사고 증가, 연속된 요율 인하로 인한 대당 보험료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업계는 올해만 7000억~800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료는 의무가입 상품이며 CPI 항목이어서 인상 시 물가 부담이 즉각 반영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겹쳐 정부가 인상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환경도 변수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반발을 고려해 사실상 매년 인하 또는 동결 압박을 받아왔다”며 “올해처럼 적자폭이 큰 상황에서는 동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실손보험, ‘2차 건강보험’ 된 지 오래…손해율 악화에 인상 불가피

업계에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도 내년 보험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실손보험료는 감독규정상 연 25% 인상 한도가 설정돼 있지만, 최근 손해율 추세는 이 범위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19.3%에 달한다.

  • 1세대: 113.2%
  • 2세대: 114.5%
  • 3세대: 137.9%
  • 4세대: 147.9%

과거 높은 손해율을 보였던 1·2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이동하면서 4세대 손해율이 역전된 것도 특징이다.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비급여 진료 과잉 이용이다. 지난해 손보사 전체 지급보험금 12조9000억 원 중 비급여 상위 10개 항목 보험금은 3조9000억 원(30.1%)이었다. 특히 도수·체외충격파 등 물리치료가 2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비급여 주사제가 6525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 도입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중증 보장 강화, 비중증 비급여 억제 방향으로 설계가 검토되고 있다.

■ 5세대 실손 출시 앞두고도 ‘갈아타기 부담’ 여전

문제는 소비자들의 갈아타기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세대가 바뀔수록 보장범위·지급한도·갱신주기 등이 축소되거나 짧아져 ‘보험료는 오르고 보장은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됐다.

4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1~5년 단위 갱신 구조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험료 상승폭이 가파르게 커지는 문제가 있다. 5세대 상품도 이 구조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정부는 1·2세대 가입자가 기존 계약을 보험사에 되팔 수 있도록 하는 ’계약 재매입’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손해율이 높은 구세대 상품을 정리하고 실손보험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보험료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 평가다.

보험연구원 김경선 연구원은 “자율적 요율 조정 원칙이 실현돼야 재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며 인상 한도 25% 완화를 언급했고, 업계에서도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자동차보험보다 클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 수준의 손해율이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가입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보험사·당국·소비자 간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