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8시간 반 출근! 해발 1,601m 지리산 대피소 주임의 삶

안녕하세요. 지리산의 1,601미터에 위치한 세석대피소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주임 선용원입니다. 서울 집에서 출근하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용산역에서 KTX를 탄 후 남원역에 주차해 둔 개인 차량을 이용해 지리산으로 올라가요. 서울에서부터 지리산까지 가는 이 길이 저의 출근길인데요, 총 출근 시간만 8시간 반이 걸립니다. 6일 정도 근무하고 4일에서 5일 정도 휴무를 가진 뒤 다시 산으로 올라오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46살입니다. 원래 다른 회사에서 영업 관리자로 일하다가, 국립공원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국립공원 공단은 매년 한두 회 정도 공채를 통해 60명 내외를 뽑는데, 2020년에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대피소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고, 장터목대피소로 발령받았을 때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견딜 수 있을까', '나를 왜 올려 보냈지'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출근 전날에는 잠이 잘 오지 않고, 이런 부담감은 직원들 모두가 느끼는 것 같아요.

늦은 나이에 입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제가 직접 간병을 했는데, 그때 아버지와의 옛 사진을 보다가 어릴 적 산에 갔던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특히 아버지가 지리산을 많이 좋아하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죠. 지리산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공단이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둘째는 마흔 살이 되면 자신의 일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냉정하게 저 자신을 평가해 봤을 때 전 직장에서의 영업 관리자로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관리자나 개인사업은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때 마침 아버지도 돌아가시게 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국립공원 공단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붙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붙더라도 지금까지의 생활을 버리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장모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아버지와 지리산에 한 번도 함께 오지 못했지만, 산을 오를 때마다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돼요.

거림탐방지원센터부터가 제 업무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끝 지점이죠. 이곳부터 출근 복장인 국립공원공단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랜턴, 비옷, 로프 같은 기본 비상 장비를 챙겨 다닙니다. 거림 코스의 특징은 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인데도 평지가 나오는 세석평전, 세석고원이라는 곳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 코스는 얼마 전 산불이 났던 곳이라, 두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새까만 흔적이 남아있어 마치 지옥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산에 오르면서 제일 중요한 업무는 탐방로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데크길이 부서진 곳은 없는지, 나무가 쓰러진 곳은 없는지, 지리산은 물길이 많아 길이 패인 곳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요. 부서진 곳은 직접 고치기도 하고, 고쳐야 한다고 알리고 서류상으로도 남겨야 합니다. 또한, 동물의 똥이나 피어있는 식물의 꽃 등 자연의 변화들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저희는 사법경찰 권한도 가지고 있어서 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거나, 출입 금지 구역에 가거나, 취사, 음주, 지정된 산행 시간 위반 등 국립공원에서 금지된 행위를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계도하는 업무도 해요. 특히 계곡물은 경남 지역의 식수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발을 담그거나 손을 씻는 행위도 금지됩니다.

요즘에는 시민 의식이 많이 향상되어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거의 없고, 각자 가져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문화가 정착되었어요. 대피소에서는 씻을 수 있는 세면장이 없기 때문에 오폐수 문제로 인해 땀을 흘린 탐방객들은 개인이 가져온 타월에 물을 적셔 닦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남은 음식물을 헬기로 날라 버려야 하는 문제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2단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탐방로를 오르면서는 500미터마다 설치된 다목적 위치 표지판을 보게 됩니다. 비상시 119나 공원 사무소, 경찰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때 이 번호를 활용할 수 있어요.

탐방객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지리산을 찾아주시고 돌아가시는 것이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죠. 준비가 부족하신 분들에게는 초코바나 젤리 같은 행동식을 나눠드리기도 합니다. 산을 오르면서는 군대에서 휴가 복귀하는 것처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커요. 다음 휴무 때는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않고 더 잘해주고 집안일도 더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설악산에서 나무 쓰러짐 사고로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처럼, 산은 예측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저희는 구조 활동도 나가지만, 심정지 같은 경우는 바로 옆에 계신 분들의 초기 조치가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산을 오르다 보면 두 달 전 산불이 났던 현장이 아직도 생생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다행히 능선을 타고 불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직원들이 화재 진압에 동원되었고 한 달 동안은 무서울 정도로 새까만 풍경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시 새싹이 돋아나고 회복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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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는 현재 93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탐방객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공격한 기록은 없어요. 반달곰은 모계 사회라 어미 곰이 새끼들에게 사람을 만나면 안 될 지역을 교육하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지만, 다른 지역을 넘어갈 때 마주치기도 합니다. 저도 순두류 근처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정말 빠르더군요.

간혹 산악회나 모임에서 지나갔다는 표시를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산을 오염시키는 행위이므로 주기적으로 회수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연구 목적으로 색깔별로 나무에 표식을 달아 놓는 경우는 있어요.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면 바로 업무가 시작됩니다. 점심은 동료 주임님들이 준비해 둔 너구리 라면과 밥, 반찬을 먹습니다. 신발을 벗고 직원 식당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제가 먹어본 라면 중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맛있어요.

대피소에 도착하면 먼저 메일을 확인하고, 매점 판매,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입실 준비 등을 합니다. 입실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받고, 매점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해요. 오후 6시 이후에는 당직 체계로 넘어가 4시간마다 교대로 순찰을 돕니다. 아침 7시에는 매점을 다시 열어야 하고요. 이 모든 업무는 오늘 저와 같이 근무하는 3명의 직원들이 서로 보완하며 물 흐르듯이 돌아갑니다.

세석대피소는 홀이 넓어서 예전에는 족구를 하거나 음악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호실은 85명, 2호실은 86명이 주무실 수 있는 방으로, 저희는 1인당 폭을 조금 더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중앙난방 시스템이라 개별적으로 원하는 온도를 맞춰드리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온도를 맞춰드리려 합니다. 탐방객들이 처음 오시면 온도나 씻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많이 얘기하시는데, 이는 아직 씻는 정화 시설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산장'으로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이었지만, 요즘에는 자연 그대로를 보전하고 인간이 그 속에서 하나가 되어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트렌드죠. 대피소는 탐방객들이 피곤할 때 잠시 피해서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피소의 모든 예약은 사전 예약과 사전 추첨제로 이루어지며, 당일 예약은 불가능합니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하산 조치를 해요. 이는 혼란을 막기 위함인데, 처음 이 시스템이 정착되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탐방객들은 취사장에서 버너를 사용해 직접 음식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잔반통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화장실은 물을 계속 공급할 수 없어서 무방류 순환 수세식 화장실로, 정화조에서 물을 걸러서 다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물 색깔이 투명하지는 않아요. 제발 휴지와 물티슈는 변기에 버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합니다. 직원들이 수시로 화장실을 점검하고 관리하여 냄새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요.

직원들은 교대 근무하며 퇴근한 직원이 남긴 업무를 이어받아 처리합니다. 현재 세석대피소 근무자는 모두 남자예요. 올해 소장님께서 여자 직원을 배치한 대피소를 만들고 싶어 하셨지만, 제가 알기로는 아직 대피소 근무자로 여성은 없습니다. 대피소는 개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고, 방이 없어서 직원들이 매점이나 사무실에 이불을 깔고 자는 열악한 환경입니다. 여성 직원들이 근무하려면 환경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죠.

저녁 식사 후에는 중앙홀에서 재난안전극장과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지리산이 1967년 제1호 국립공원이 된 역사나 반달곰 현황, 그리고 심폐소생술 교육 등을 통해 탐방객들의 안전과 이해를 돕습니다.

밤 8시에 입실 마감이 되면, 저희는 야간 순찰을 하고 저녁 식사 후 취침합니다. 새벽에는 당직을 서면서 탐방객들이 잘 주무시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요.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해가 뜨기 전에 대피소를 떠나기 때문에 새벽에는 몇 분만 남아있습니다. 지리산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일출이기 때문이죠.

아침 7시부터 다시 일과가 시작되고, 일출 전에 80퍼센트 이상의 탐방객이 빠져나가면 9시 이후부터 대피소를 청소합니다. 다음 탐방객들을 맞이하기 위함입니다. 분실물은 보관하여 하산할 때 택배로 보내드리기도 해요.

대피소 직원들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노력을 하는 일입니다. 언론을 통해 이런 노고가 조금씩 알려지는 것 같아 감사해요. 근무하는 매점이나 사무실에서 이불을 깔고 자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대피소 개선 사업이 진행되어 직원들이 쉴 때만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보장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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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한 달의 반 이상을 떨어져 있어서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지만,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것은 저에게 정말 좋은 직장이에요. 아내와 어머니, 장모님, 그리고 아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해 주는 아이들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혼자 근무하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동료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고, 각자 주특기가 있어서 8명의 과외 선생님을 만난 것처럼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리산을 찾아주시고 아껴주시는 탐방객들 덕분에 저희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근무하며 여러분을 반겨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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