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색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 2027년 개교 목표”

조영달 기자 2024. 10.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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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인터뷰
내달 20년 만에 과학고 지정 앞둬… 기업-연구소 등 활용해 특화 운영
학교선 인성-기초역량 향상에 집중… 전문성은 지역사회와 함께 길러야
수업 땐 교사의 절대적 권한 필요… 화해중재단 운영하고 법제화 추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2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설과 인력,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를 새로 지정할 예정입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년 전 보수 진영에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된 경기도교육감이다. 지난달 20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수원 광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지역 과학고 경쟁률이 10 대 1에 달하고 학생 수가 전국의 3분의 1이나 된다”라며 “적어도 3, 4개 정도는 새로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 지정되는 과학고는 학교별로 특성화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엘리트 학생만을 위한 특권교육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역 특화’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평소 지역 교육자원을 활용한 미래교육을 강조해 온 임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도 통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음 달, 20년 만에 과학고 신규 지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과학고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수원에 경기과학고가 있지만 수학·과학 중심 교육에 초점을 맞춘 영재고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경기도 인구는 약 1363만 명. 경기도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938만 명) △부산(328만 명) △인천(300만 명) △경북(254만 명) △경남(324만 명)에도 과학고는 2곳씩 있다.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경기지역 학생은 교육 혜택과 진학 선택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2년이 지났다. 평가와 계획은….

“경기교육의 기본은 학교다. 학교 교육에서 ‘학력 향상’과 ‘기본 인성 함양’의 중요성을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교원 역량 강화와 교육행정 체제도 구축했다. 2년 전 선거 때 ‘경기교육을 바꾸고 새롭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교육은 기본을 지켜야 하지만, 트렌드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경기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꿀 생각이다.”

―‘공유학교’ ‘하이러닝’을 추진 중이다.

“경기교육의 핵심은 ‘공유학교’ ‘하이러닝’의 두 축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가, 교사들이 모든 걸 다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교는 기본 인성과 수리·독해·글쓰기·체육 같은 기초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필요한 전문성은 학교 밖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한다. 그것이 공유학교다. 하이러닝은 학습을 도와주는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이다. AI 학습진단과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도 가능하다. 현재 97%인 2418개 학교가 활용하고 있다.”

―교권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수업에 대해서만큼은 교사들에게 절대 권한을 주는 게 맞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핫라인과 법률지원단을 통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한다. 학교 안 갈등을 해결하는 화해중재단을 운영했는데, 올해 안으로 법제화도 추진한다.”

―과학고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 지정되는 과학고는 (기존 과학고와)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 서열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마련한 대안이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경기형 과학고’다. 시설과 인력,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러 과학 분야를 골고루 잘하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된 과학고 설립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기존 학교를 과학고로 전환하면 2027년 3월, 신설 과학고는 2030년 개교가 목표다. 학생 선발은 시험이 아닌 학교 추천을 받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대학입시 개혁을 강조했다.

“누구나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이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지식, 암기 테스트다. 사고력이나 문제 해결력, 논리력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세상일은 정답이 없는데, 교육은 정답 맞히는 일만 한다. 명문대를 나와도 정답 맞히는 것만 잘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토론은 잘 못한다. 대학입시의 중장기 개편을 말하면서도 미세조정만 해왔다. 경기도교육청은 입시 개혁 전담 기구를 만들어 대입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는데, 이것은 잘못됐다.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

―정부의 의료 개혁으로 현장에선 혼란스러운데….

“중고등학교는 의대 열풍이 더 과열됐다. 2025년 의대 수시 전형에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수험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정부의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시기는 맞다. 의대를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체계 개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개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의대 정원 숫자만 늘렸지 뚜렷한 발표도 없다. 정부의 의료개혁도 현장과 충분히 논의하며 속도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 목표가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 맞게 재량권을 주고 장을 열어주면 해결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을 축소하고 교원을 감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학생 수가 줄지만, 과거처럼 양적 교육의 방식, 대량으로 교육하는 과정이 아닌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맞춤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12월 수원에서 유네스코 국제포럼이 열린다.

“유네스코는 세계 교육의 미래에 대해 여러 담론을 국제사회와 공유한다. AI 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지역사회 협력 측면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구 환경을 위해 교육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등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 유네스코와 함께 포럼을 마련했다. 올해는 ‘미래를 위한 교육 변혁’이 주제다. 경기교육의 성장과 변화, 현장의 다양한 실천 모습을 유네스코 회원국 교육전문가 1000여 명에게 소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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