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향후 가장 뜨거운 변수로 부상할 논쟁거리!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2016년 실패의 교훈, 민주당에 약(藥)될까
①엘리트 이미지는 안된다
②당내 분열을 막아라
③정체성보다 경제·외교가 더 중요하다
한국의 진보진영도 생각해야 할 전략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와 최근 해리스-월즈 캠프의 움직임을 보면, 2016년 대선 패배에 대해 철저히 연구, 복기해 전략을 수립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당시 대부분의 주류 언론에서 승리를 점쳤던 힐러리 클린턴이 왜 트럼프에 패배했는가에 대한 반성이 이번 대선 민주당의 전략을 보여준다는 것. 정리하자면 2016년 패배의 원인은 ①힐러리가 보여주는 엘리트 이미지와 낮은 호감도의 문제, ②경제, 외교 정책 보다 정체성 정치에만 집중했던 패착, ③버니 샌더스로 대표되는 진보와 민주당 주류 리버럴의 분열 등이었다. 민주당은 이 문제들에 대응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 하다.

2016년의 실패 요인1: 힐러리의 엘리트 이미지

힐러리 클린턴이 똑똑하고 대단한 경력과 능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기존 정치인들을 싸잡아 워싱턴 인사이더, 글로벌리스트 등으로 폄하하며, 자신은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이기에 정부내 기득권 세력인 '딥 스테이트'에 맞서서 평범한 대중을 대표한다고 내세울 때, 대응이 약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과 개입주의 외교 정책을 유지해 왔고, 특히 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등 공화 진보를 가리지 않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따라갔다. 예를 들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받아준 것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것은 빌 클린턴이었다. 이 와중에 미국의 중산층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에서 노조가 약한 남부의 선 벨트, 그리고 멕시코나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에 더해 2008년 경제 위기의 고통, 그리고 20년간의 중동 군사개입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던 국민들은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기존 정치인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클린턴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에서 강연을 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등 오랜 정치경력과 유명세를 통해 자기 배를 불린다는 의구심도 받았고, 부시 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등 중도 보수적인 색깔로 변화를 바라는 진보 세력과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어려웠다.

대통령 영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으로 대단한 경력을 자랑했지만, 과거 한 토론 사회자가 힐러리에게 대놓고 호감도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이 보기엔 엘리트 이미지만 강할 뿐 호감도와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가 약했다.

이번 해리스-월즈 후보 구성은 이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해리스는 자메이카와 인도에서 온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기성 정치인이라고 하기에 정치 경력이 짧아 참신한 이미지가 있다(물론 동시에 경력과 내세울 업적이 부족하고 본인의 이념 성향이 분명하지 않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지원 연설에 나선 빌 클린턴은 "해리스는 가장 많은 시간을 (서민적인 일자리인) 맥도날드에서 보낸 대통령이라는 나의 기록을 깰 것”이라 언급하며 해리스의 대중적 배경을 강조했다. 해리스의 소개와 지지 연설 등에서도 친구와 가족, 남편 등이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가족이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날 행사에 참석해 무대에 서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월즈는 네브래스카의 가난한 집안 출신, 군인, 공립학교 교사, 풋볼 코치 등 평범한 미국인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배경을 갖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거나 두 손을 모으며 인사하는 등 제스처도 상당히 겸손하고, 헐렁한 티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뒷마당에서 버거 패티를 굽고 있을 듯한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지원 연설에서 오바마는 월즈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표하며 "그가 입은 플란넬 셔츠(모직, 털실 등의 혼방재질로 가볍고 따뜻해서 미국 남성들이 즐겨 입는 셔츠)를 보면 정치 컨설턴트가 골라준 게 아니라 자기 옷장에서 바로 꺼내 입었고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한 것을 알 수 있다"며 농담을 했는데, 월즈의 아내가 정말 맞다고 박수치는 장면이 화면에 나오기도 했다. 전당대회의 정점이었던 부통령 후보 연설에서 월즈는 자신의 풋볼 코치 경력을 살려 “지금은 4쿼터로 우리는 뒤지고 있지만, 공격 상황이고 공은 우리에게 있다”는 표현으로 현재 선거의 판세를 설명하고 결집을 독려했다.

무엇보다 인공수정(IVF)을 통해 어렵게 가진 딸과 아들에게 "너희는 내 세상의 전부"라고 외치자, 딸은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장애가 있는 아들이 격정적인 모습으로 일어나 월즈를 가리키며 “우리 아빠”라고 외치는 모습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기 힘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재산 공개에 따르면 부동산도, 주식도, 채권도, 코인도 없고, 순 자산이 1백만 달러가 넘지 않는다고 하는데, 주지사까지 한 정치인들 중에서 상당히 예외적이다.

같은 중서부 출신으로 가난한 배경을 내세우는 JD 밴스는 예일대를 나와 백만장자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벤처 캐피털을 설립하고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래서 월즈는 밴스가 '무늬만' 중서부 시골 출신일 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출신과 이미지, 호감도에서 해리스와 월즈는 유리해 보이고, 기존 정치인들을 워싱턴 엘리트로 비판해 온 트럼프의 전략이 먹히기는 힘들듯 하다. 다만 대통령 후보라 하기에 해리스의 정치 경력이 짧고, 개인사나 이념과 성향 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점이 향후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20대 때 자신보다 30살 많았던 유부남 흑인 거물 정치인 윌리 브라운(Willie Brown, 1934년생)과 연인관계였다는 사실에 덧붙여, 그녀가 유색인종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법무장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한 배경에 브라운의 영향력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트럼프 측이 제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토론이나 대선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 정치인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왼쪽)과 해리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워렌 의원은 가장 일찍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며 후원자로 자처했다.

2016년의 실패 요인2: 진보와 민주당 주류 리버럴의 분열

2016년 대선 패배의 두번째 요인은 진보와 민주당 주류 리버럴의 분열(Progressives vs. Liberal)이었다. 2008년 경제위기가 그 시작이었다. 골드만 삭스 CEO 출신인 헨리 폴슨이 부시 정부의 재무장관이 되어 금융가의 탐욕을 채우려 무차별적 규제 완화를 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돌아왔다. 그러나 대마불사라는 이유로 월스트리트와 거대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고, 그 피해는 집을 차압당하고 퇴거당한 평범한 시민들이 치렀다. 이후 보수에서는 티파티 운동이 등장해 트럼프를 지지했고, 진보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 운동이 일어나 버니 샌더스에 열광했다.

샌더스는 거대 은행들을 규제, 분할하고 부유층에 세금을 강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민주적 사회주의'를 들고 나왔다. 샌더스의 이름(Bernie Sanders)을 차용한 구호인 “Feel the Bern!”을 외치며 결집한 민주당 내 진보와 젊은이들의 지지에도, 샌더스는 민주당 주류의 견제로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한다. 이후 진보와 젊은층은 마지 못해 클린턴을 찍거나 아니면 “버니 아니면 꽝(Bernie or Bust)”이라며 실망하자 끓어오르던 에너지도 사그러 들었다. 트럼프와 샌더스 두 사람이 주류 정치에 반발해 변화를 외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화당에서는 변화를 말하는 트럼프가 후보가 되었고, 민주당에서는 주류세력인 클린턴이 샌더스를 막고 후보가 된 것이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어느 정도 복기한 듯, 전당대회에서는 범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을 대표하는 샌더스, 오케시오 코르테즈(AOC), 엘리자베스 워렌 등이 연사로 올라 해리스-월즈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시했다. 이념상 민주당의 가장 왼쪽에 가까운 AOC는 다소 좌충우돌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확실하게 해리스 캠프를 지지하는 열정적인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진보와 리버럴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부통령 후보로 다소 진보 성향을 띄는 월즈를 골랐는데 그의 접근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주지사로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들을 추진했다. 특히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미네소타주 상·하원 과반을 차지하자, 여세를 몰아 낙태, 기후 변화, 경제 정책, 학교 무상 급식 등 선명한 진보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대마초, 총기구매 신원조회 강화, LGBTQ(성소수자) 친화 정책, 여성 낙태권 지지 등 논쟁적인 이슈에 대한 입장도 상당히 진보적이다. 이로 인해 공화당에서는 극좌후보라는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월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추진해온 정책이 지나치게 진보성향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주지사로 있던 미네소타 주가 사업하기 좋은 주로 5위 안에, 행복도로 3위 안에 든다고 강조하며, 학생들이 배를 곯지 않고 교육의 기회를 가지며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시민들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게 문제라면 "자신은 어떤 꼬리표도 상관 없다"고 웃으며 대답한 것.

주목할 점은, 그가 소모적인 진보-보수의 이념 대결로 답하지 않고, 자신의 진보 정책을 시민들의 행복과 기본권을 위한 ‘상식과 합리’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샌더스는 진보에 대한 신념이 강했으나 너무 극좌적 이미지가 강했고, 중도, 보수가 받아들이기에는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는 레이블이 너무 부각되어서 한계가 있었다. 반면 월즈는 이념적 지향은 진보적이면서도, 평범한 이미지로 호감도가 높고, '이념 진보'가 아닌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생활 진보', '정책 진보'로 진보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진보 입장에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대기만성형 인생을 살아왔고,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국민들의 심리와 정서를 잘 이해하는 월즈는 정치적 내공도 매우 단단하고, 노련해 보인다. 이는 트럼프-밴스를 건강한 보수가 아닌, 상식과 합리를 무시하는 괴상한 자들로 규정하는 대신 자신을 건강한 미국 중산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이는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에서 "비합리와 넌센스가 아닌 상식과 합리를 선택하자(Common sense over Non-sense)"라고 강조한 것과도 통한다.

2024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후보.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에 태어난 유색인종 후보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의 실패 요인3: 정체성 정치에 집중해 경제와 외교를 놓침.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 대통령 탄생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정체성 정치에 승부를 걸었으나, 앞서 언급했듯 러스트 벨트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에 깊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강경한 이민정책, 중국 때리기로 무역전쟁을 내세웠다. 또한 2차대전 이후 최초로 고립주의 외교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이 접근이 바람직하고 효과가 있었는지는 논의해 볼 문제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보기에 경제 문제를 강조하며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는 클린턴이 아닌 트럼프였다.

이번에도 흑인, 인도계, 여성인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역사적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만 내세워서는 확실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2016년의 교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지원 유세에 나선 조 바이든 현대통령은 임기 동안 이룬 업적들을 강조했다. 사회 기반시설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며, 인슐린 등 처방약 가격을 낮춘 것 등이다.

현재 미국은 경제 지표는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 보다 나쁘지 않은데, 국민들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아직 경제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해리스 캠프는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2만 5,000달러를 지원하고, 300만 개의 신규 주택과 임대 주택을 건설하며, 자녀 당 3,600달러의 확대된 자녀 세액 공제를 재도입하고, 대기업의 불공정한 가격 인상과 싸우며, 의료 부채를 없애고, 처방약 가격에 제한을 두겠다는 등 민생과 관련된 공약들을 내어 놓고 있다. '팁'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겠고 약속했는데, 얼마전 트럼프도 유사한 약속을 한 바가 있어 정책 베끼기 논란도 일었다.

'낙태권' 논쟁, 향후 가장 뜨거운 변수

2016년과 달라진 큰 변수가 있다. 이는 트럼프가 재임시 극보수에 가까운 대법관 세 명을 임명하면서 진보 대 보수의 균형이 6대 3으로 깨지게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1973)'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절반 이상인 보수적인 주들이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을 예고하는 '프로젝트 2025'에는 강간, 근친상간을 포함한 낙태와 시험관 시술을 불법화하고 시술하는 의사와 병원도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JD 밴스도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낙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는 상징적 변화를 이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여성들에겐 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닥칠 경우에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무시무시한 공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 하에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가 수없이 반복됐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뿐 아니라, 원하는 때에 임신을 하는 가족계획을 하고, 불임 난임의 경우 시험관 수술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이 ‘생식권(Reproductive rights)’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강조됐다. 전당대회 중간에 강간 등의 피해로 임신을 겪었던 여성들,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태아가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낙태를 하지 못해 건강과 향후 임신 가능성에 위기를 겪었던 당사자들이 직접 사례들을 설명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월즈 본인도 아기를 갖고자 했으나 생기지 않았던 난임의 고통을 설명하며 시험관 수술을 통해 남매를 갖게 된 경험을 이야기했다. 결국 생식권은 공화당이 내세우듯 가족의 가치나 출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권리라는 것, 그리고 트럼프-밴스의 접근은 여성의 건강이나 건강한 가족계획을 심각히 위협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월즈는 생식권 문제에 있어 자유와 선택을 강조했는데, 보수의 논리로 보수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흔히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자유, 민주당은 큰 정부와 평등을 지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해 공화당의 작은 정부 정책은 경제분야에 국한된다. 외교 국방에서는 큰 정부에 의한 높은 군비와 개입주의를 강조하고, 낙태 동성애 등 사회문화적 이슈에서는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며 여성의 생식권과 LGBTQ의 권리 등을 국가가 제한하고자 한다.

같은 보수지만 리버태리안(자유지상주의)은 이 모든 이슈에서 작은 정부와 최대한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월즈는 이를 파고 들어, 여성의 임신, 낙태, 가족 계획등을 모두 포함하는 생식권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며,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되는 자유와 권리의 영역이라고 공화당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여혐성 발언들로 유명한 트럼프와 더불어 JD 밴스의 과거 인터뷰들이 공개되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만 기르는 여성들(Childless cat ladies)이 이 나라를 주도하고 있어 통탄스러운데, 이들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고, 나라의 미래에 헌신하거나 지분을 갖고 있지 않기에,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투표권을 더 가져야 한다"는 발언이 밴스의 입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의 피트 부티지지는 자신은 아이를 갖기 전에도 미군으로 복무하며 매우 진지하게 나라에 헌신했다며, 어떻게 자녀 유무만으로 국민의 권리와 헌신을 판단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밴스가 자녀들이 조부모와의 유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한 인터뷰에서, 인터뷰 상대측이 "폐경기 여성의 유일한 존재 가치는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하자, 밴스가 이에 동의한 것이 공개됐다. 이런 발언들로 트럼프-밴스 캠프의 입장이 극도로 남성중심적이며 심지어 여혐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들이 어필하고자 하는 타겟이 보수 백인 남성 중심 사회로의 회귀를 바라는 유권자들이기에 이러한 발언들이 의도적인 부분도 있지만, 정치적 견해를 떠나 여성들의 시각을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보수 남성중심적 청중과만 대화하며 그들의 시각으로만 사고를 해와 미국 사회의 변화와는 너무나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의구심도 받고 있다.

결국 2016년의 교훈에 따라 정체성 이슈만을 내세워서는 안되고, 경제, 외교, 무역, 이민 문제 등에 있어 해리스만의 정책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인데, 여성의 권리를 둘러싼 최근의 치열한 논쟁은 아마도 해리스-월즈 캠프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여론 조사에서 남성들은 유의미한 격차가 없었지만, 여성 유권자 간의 격차가 해리스 54%대 트럼프 41%로 더 벌어졌다고 한다.

한가지 우려는 이제까지 해리스가 내놓은 경제, 민생 관련 공약들은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보일 소지가 있고, 또한 유권자들이 보기에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대중 무역전쟁 같이 대중이 이해하기에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는 경제, 외교 분야의 대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조지 부시의 미국은 극단적인 군사 개입정책으로 중동에서 20년을 보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 정책은 이득도 주었지만,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었다. 그에 대한 반발로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정책과 무역전쟁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다시 개입주의 외교 정책과 자유무역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아마도 해리스는 외교 무역에서는 바이든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사태를 어떻게 토론에서 풀어갈지 지켜볼 주제다.

이런 점에서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특유의 이민 정책, 무역정책 등만 확실하게 강조해도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최근 지지율이 뒤집히고 해리스가 앞서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트럼프가 정책보다는 해리스-월즈에 대한 인신공격과 막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무역전쟁으로 러스트 벨트를 뒤집는 스티브 배넌 등의 전략이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능력 있는 참모가 없거나, 있어도 트럼프가 조언을 따르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밀어 부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모았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캠프 합류는 생각보다 큰 파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가 지지율이 15%까지 올랐을 때는 트럼프-바이든이 경쟁하고 있어서 제3의 대안을 찾는 유권자들이 많았으나, 해리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의 지지율은 이미 5%아래로 내려 앉은 바 있다. 케네디 집안으로 민주당을 배경으로 하고 환경문제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백신 거부론 등을 내세우기에 트럼프 지지자들과 더 겹친다는 분석도 있었다. 외모나 표정, 목소리 등에서 호감도가 높지 않은 점도 작용한 듯하다.

9월 10일 첫 대선TV 토론의 승자는?

그 보다는 오는 9월 10일로 예정된 첫 대선 TV토론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토론 규칙을 놓고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발언 시간 이후 마이크를 끄는 지난 대선 규칙이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드는 걸로 유명한 트럼프를 보다 대통령 스럽게 보이게 했다. 그래서 차라리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트럼프가 끼어들고 이를 쳐 내는 모습이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계산에 트럼프는 발언 이후 마이크가 꺼지길 원하고, 해리스는 마이크가 켜 있기를 원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과연 트럼프 특유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해리스가 어떻게 대응할 지, 그리고 단독 인터뷰도 거의 없었던 해리스가 어느 정도의 토론 능력을 보여줄 지, 양측이 어떤 정책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지 등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조사기관에 따라 3~7%까지 해리스가 우세한 것으로 나오긴 하지만, 양측 지지자들이 워낙 견고하게 결집한 상태고, 트럼프 총격이나 민주당 후보 교체 등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로 판세가 흔들리는 최근의 상황에서 보듯, 마지막까지 예측하기 힘든 선거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