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한국 '5극 3특' 행정개편이 가야 할 길

김칭우 기자 2026. 1. 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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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통합·파리권 유지…佛 사례로 본 '5극 3특' 해법

22개 레종, 13개 축소해 대규모 개편
행정 비용 절감 아닌 전략 집행력 강화
파리권, 과밀 메가시티…통합 무용론
행정 경계 확장보다 '기능 조정' 선택

비수도권 대통합, 중장기 경쟁력 확보
소통합, 글로벌 경쟁에서 구조적 취약
경인권, 통합 아닌 광역 기능 조정 필요
강원·제주특자도, 통합 예외로 다루고
고권한·고자율 지방분권 모델 '효과적'

“佛 통합의 용기·비대칭의 지혜 귀감”
▲ 김경수(오른쪽 세 번째) 지방시대위원장이 지난해 9월30일 세종시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열린 제2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에 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행정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5극 3특', '대통합이냐 소통합이냐', '경인권 1극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지방소멸을 동시에 다루는 체제 전환의 문제다. 이 논의에서 주요한 해외 사례가 프랑스의 2016년 레종(Region) 개편이다. 프랑스 사례의 핵심은 "몇 개로 줄였는가"가 아니라, 왜 지방은 통합하고 파리권은 유지했는가에 있다.

▲레종통합의 본질 : '지도 변경'이 아닌 '전략 정부층의 재설계'

프랑스의 2016년 레종 개편은 22개 레종을 13개로 줄인 대규모 개편이었다. 레종은 우리의 광역자치단체격이다.

2014~2015년에 걸친 제3차 분권개혁 패키지(Act III)의 일부로써 프랑스 정부가 설정한 목표는 명확했다. 첫째, 레종을 국가 전략을 집행하는 실질적 정부층으로 키운다. 둘째, 유럽 차원의 경쟁이 가능한 '임계 규모'를 만든다. 셋째, 파리대도시권은 별도의 거버넌스로 다룬다.

프랑스는 이미 중앙정부-레종(광역)-데파르트망(시·군·구)–코뮌(읍·면·동)으로 이어지는 다층 행정체계를 갖고 있었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집권 이후 1982년, 2004년, 2014년 3차례에 걸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레종의 권한은 대폭 커졌다. 프랑스는 2003년 헌법에 분권화된 공화국이라고 명시하였는데, 레종의 규모와 역량은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인구 200만명 안팎의 작은 레종 다수로는 광역 교통망, 산업 전략, 혁신 정책, EU 구조기금 집행을 주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프랑스는 2016년 지방 레종을 통합해 '작은 지방정부'에서 '유럽형 전략 지방정부'로 격상시켰다.

▲레종통합은 재정 절감인가? 전략 집행력 강화인가

프랑스의 레종개편 과정에서 '행정 비용 절감'이 자주 언급됐지만, 이는 주된 목적이라기보다 정치적 명분이자 부수 효과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통합 초기에는 인사·청사·정보시스템 통합 비용이 상당했다. 프랑스 정부가 진짜로 노린 것은 중복 제거를 통한 정책 일관성과 전략 집행력 강화였다. 즉, "제대로 결정하고 집행하자"는 문제의식이었다.

▲왜 파리권은 레종을 통합하지 않았는가

프랑스 개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비대칭성이다. 지방 레종은 통합했지만, 파리권(일드프랑스)은 오히려 그대로 유지했다.

첫째, 파리권은 이미 과대·과밀한 메가시티다. 더 키운다고 경쟁력이 늘어나는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불균형과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컸다.

둘째, 파리의 문제는 '행정 경계'가 아니라 도시권 기능의 조정이었다. 주거, 교통, 환경, 불평등 같은 문제는 레종 통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프랑스는 레종을 키우는 대신, '그랑 파리(Métropole du Grand Paris)'라는 도시권 거버넌스를 별도로 설계했다.

셋째, 정치경제적 현실이다. 파리권을 더 확장하면 주변 지역의 '파리 종속' 반발, 세수와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컸다.

프랑스는 이를 회피하고 조정 중심의 접근을 택했다. 프랑스의 2016년 선택은 "지방은 통합으로 키우고, 파리권은 조정으로 관리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한국의 '5극 3특' 행정체제 대통합

비수도권은 대통합이 소통합보다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부울경권(754만명), 충청권(557만명), 호남권(490만명), 대구경북권(486만명) 처럼 500만 명 내외의 초광역 단위는 글로벌 도시권으로 인식될 최소 조건을 갖춘다. 이는 단순한 인구 합산이 아니라, 재정력·인재 풀·산업 전략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지방소멸의 핵심 대응책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소통합은 정치적 저항은 적지만, 300만 명대 권역은 글로벌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세종·충북·울산·전북 등을 따로 떼어 두는 순간, 규모의 경제는 급격히 약화되고 정책은 파편화된다. 소통합은 과도기적 선택일 수는 있어도, 최종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수도권인 경인권은 이미 과밀 상태인 만큼 프랑스의 파리권과 마찬가지로, 광역 조정이 답이다. 서울특별시로 경기도 일부 시를 흡수하기 보다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4개 통합특별시로 조정하여, 교통, 주거, 환경, 산업 같은 기능을 묶고, 서울특별시와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강원·제주특별자치도는 프랑스의 코르시카처럼 통합의 예외로 다뤄서, 인구가 적어도 면적, 자원, 정체성, 규제 특례로써 고권한·고자율 지방분권 모델이 효과적이다.

▲한국의 '비대칭 다층 구조'

프랑스 레종 개편사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행정개편은 전국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비수도권 4극은 전략적 대통합, 수도권 1극은 통합이 아닌 조정, 특별자치도 2특은 존치 유지이다. 이는 타협이 아니라, 경쟁력, 민주성, 현실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이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프랑스가 보여준 것은 '통합의 용기'이면서 동시에 '비대칭의 지혜'였다"라며 "한국의 행정체제 개편도 비수도권 대통합, 수도권 조정, 특별자치 유지라는 전략의 문제로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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