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쓰지 않는 ‘코 스프레이’, 코로나∙독감∙폐렴 예방?
코로나19∙유행성독감∙감기 등 바이러스와 폐렴 등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생기는 호흡기감염을 예방해주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비강 스프레이)가 개발됐다. 이 코 스프레이는 특정 약물을 쓰지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여성병원은 특수 화합물을 이용해 비강(콧속 빈 구멍)을 코팅함으로써 호흡기 비말(튀어서 흩어지는 물방울)을 붙잡아두고, 각종 바이러스·세균에 대해 물리적 장벽을 구축하고, 바이러스와 세균을 효과적으로 중화하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의하면 스펙트럼이 넓은 이 코 스프레이의 공식 명칭은 '병원체 포획 및 중화 스프레이(PCANS)'이다. 병원균(바이러스와 세균)으로부터의 보호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호흡기병을 안전하게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석좌교수 제프리 카프 박사(마취과)는 "코로나19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고, 유행성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의 고통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성독감과 코로나19 감염으로 매년 많은 사망자와 중증 환자가 발생한다. 직장 결근자, 학교 결석자도 적지 않다. 바이러스 백신이 큰 도움이 되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일부는 감염돼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마스크도 완벽하진 않다. 마스크가 새는 경우도 있고, 이를 부적절하게 착용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는 사람도 꽤 많다.
연구팀에 의하면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코를 통해 몸 안에 침투한다. 유행성독감,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에 걸리면 병원균이 포함된 작은 물방울을 내뱉는다. 주변의 건강한 사람은 이 병원균이 포함된 비말을 들이마시게 되고, 이 비말은 코 안에 붙어 비강을 감싸고 있는 세포를 감염시킨다. 병원균은 복제돼 부지불식간에 재채기, 기침, 웃음, 노래, 심지어 호흡을 통해 공기 중으로 다시 방출된다.
연구의 공동 책임 저자인 브리검여성병원 니틴 조시 조교수(마취과)는 "이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비활성성분 데이터베이스(IID)에 있는 성분이나 FDA의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GRAS) 목록에서 이전에 승인된 코 스프레이에 쓰인 재료를 이용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화합물을 사용해 세 가지 방식으로 약물을 쓰지 않고도 세균을 차단하는 제형을 개발했다. PCANS는 호흡기 비말을 가두는 젤과 같은 매트릭스를 이루고, 세균을 붙잡고, 효과적으로 중화해 감염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선 실험실 환경에서 PCANS를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이 제형을 개발하고 3D 프린팅으로 만든 사람 코 모형에서 호흡기 비말을 포획하는 능력을 연구했다. 그 결과 PCANS가 점액만 뿌렸을 때에 비해, 비강 모형에 뿌렸을 때 비말을 2배 더 많이 포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CANS는 젤을 형성, 기계적 강도를 100배로 높여 견고한 장벽을 구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유행성독감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기 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폐렴균 등 테스트한 모든 바이러스와 세균을 거의 100% 차단하고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생쥐실험에선 PCANS 비강 스프레이를 한 번만 써도 치사량의 25배에 달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R8)의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의 바이러스 수치는 99.99% 이상 감소했고, PCANS를 투여한 동물의 폐에서 염증 세포와 사이토카인 수치는 정상이 됐다.
이 연구 결과(Toward a Radically Simple Multi-Modal Nasal Spray for Preventing Respiratory Infections)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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