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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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그간 동인으로 활동해온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mook誌)를 통해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산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한 작가는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면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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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 가진 분”…외할머니와의 추억 담겨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그간 동인으로 활동해온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mook誌)를 통해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산문을 발표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발표된 첫 글이다.
온라인 동인 무크지 '보풀'은 지난 15일 저녁 발행한 제3호 레터에서 한 작가의 글 '깃털'을 소개했다. 900자가 조금 넘는 짧은 산문으로서,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한 글이다.
이 글에서 한 작가는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면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외가를 방문한 자신에게 유과나 약과를 쥐어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묘사하며 "내가 한 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한 작가의 모친은 나이차가 많은 오빠를 둔 늦둥이 딸이었다. 이에 한 작가는 자신의 외할머니에 대해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면서 "그 깃털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이라고 썼다.
대학교 1학년생이던 한 작가는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고 회상한다.
끝으로 한 작가는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며 외할머니를 추억한다.
한편 한 작가는 지난 8월 발생을 시작한 이 무크지의 '보풀 사전'이라는 코너에서 연재해왔다. 보풀은 한 작가와 뮤지션 이햇빛, 사진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 4명이 모인 동인 '보푸라기'가 모여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행하는 무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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