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글 공개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2024. 10.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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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그간 동인으로 활동해온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mook誌)를 통해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산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한 작가는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면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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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인 무크지 ‘보풀’ 통해 산문 발표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 가진 분”…외할머니와의 추억 담겨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한강 작가가 2023년 11월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그간 동인으로 활동해온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mook誌)를 통해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산문을 발표했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발표된 첫 글이다.

온라인 동인 무크지 '보풀'은 지난 15일 저녁 발행한 제3호 레터에서 한 작가의 글 '깃털'을 소개했다. 900자가 조금 넘는 짧은 산문으로서,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한 글이다.

이 글에서 한 작가는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라면서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외가를 방문한 자신에게 유과나 약과를 쥐어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묘사하며 "내가 한 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한 작가의 모친은 나이차가 많은 오빠를 둔 늦둥이 딸이었다. 이에 한 작가는 자신의 외할머니에 대해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면서 "그 깃털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이라고 썼다.

대학교 1학년생이던 한 작가는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고 회상한다.

끝으로 한 작가는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 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며 외할머니를 추억한다.

한편 한 작가는 지난 8월 발생을 시작한 이 무크지의 '보풀 사전'이라는 코너에서 연재해왔다. 보풀은 한 작가와 뮤지션 이햇빛, 사진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 4명이 모인 동인 '보푸라기'가 모여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행하는 무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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