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리포트] 미술품 쌓이고 STO 불확실…반전 고심 | 케이옥션①

저평가 코스닥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사진 제공=케이옥션

미술품 경매기업 케이옥션이 상장 이후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고금리 환경 속 미술 투자 심리 위축이 경매 사업 부진으로 이어졌다. 미술품 STO(토큰증권) 사업이 리레이팅 요소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 지배력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매 시장 위축에 저평가 지속

케이옥션은 2006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미술품 경매를 실시한 기업이다. 2012년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을 국내 고미술 최고 가격인 34억원에 낙찰했다. 2017년엔 김환기 화백의 '고요'를 65억원에 낙찰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갱신했다. 2022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서울옥션과 함께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핵심 경쟁력은 미술품 종합 관리 시스템 'K-Office'다. 미술품 유통 관리의 표준화를 통해 상품 기획의 정교함을 높여 갤러리나 개인 딜러가 진입하기 힘든 높은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실적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옥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40억원, 당기순손실 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원인은 미술품 판매 급감이다. 직접 작품을 매입해 파는 상품 매출이 2024년 101억원에서 지난해 2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회사는 재고 확대를 지양하고 수수료 기반의 경매·중개 사업 중심으로 이를 방어하고 있다. 판매관리비는 107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절감하며 비용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저평가는 지속되고 있다. 29일 종가 기준 케이옥션의 시가총액은 888억원이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1053억원이다. 순자산 가치보다 시총이 20% 가량 저평가된 상태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0배로 나타났다.

자산 구성도 눈길을 끈다. 강남구 신사동 사옥 등 유형자산(921억원)과 투자부동산(423억원)의 장부 가치만으로 시가총액을 크게 상회한다. 해당 자산의 청산가치가 기업가치보다 크다는 점에서 시장은 케이옥션의 영업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재무 구조는 안정적이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312억원이다. 미술품 재고는 단순 재고가 아닌 옵션 성격을 갖는다. 시장 회복 시 즉시 매각을 통해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 유동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역시 장기차입금 중심으로 구성돼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85.2%로 낮은 편이다.

STO 법제화…불확실성 상존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리레이팅 요소는 자회사 투게더아트(지분율 50.43%)를 통한 STO 사업이다. 지난 1월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 통과로 STO를 제도권 내에서 발행·유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STO는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실물·금융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말한다.

투게더아트는 최근 김환기·하종현 화백의 작품을 내세워 제9회차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합산 발행을 공고했다. 모집 규모는 9억원이다. 투자자로부터 재원을 조달해 미술품을 취득한 뒤 이를 판매하여 투자자들에게 청산손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경매(케이옥션)→ 증권화(투게더아트)→ 유통 플랫폼(NH투자증권 제휴)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다. 케이옥션은 경매로 작품을 확보해 수수료를 수취하고, 투게더아트는 증권 발행 및 관리로 수익을 창출한다. 제휴사인 NH투자증권은 계좌·청약 시스템을 구축한다.

투게더아트는 미술품 지분 분할 및 거래 관련 4건의 특허와 금융보안원 수준의 전산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기초자산 확보부터 증권 발행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평가된다.

수익 기여도는 제한적이다. 투게더아트의 당기순손실은 2023년 26억, 2024년 22억, 지난해 26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64억원)의 99.4%가 부채일 정도로 극심한 레버리지 구조다. 자본총계는 3791만원으로 전년(24억원) 대비 크게 줄어 자본잠식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 환경도 변수다. 현재 투게더아트가 발행하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발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장외거래소 등 유통 플랫폼은 내년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제도 초기에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성을 띤 기초자산이나 대형 금융사 중심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투게더아트 등 민간 발행사가 얼마나 빠르게 유통 물량을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느냐가 관건이다.

케이옥션은 미술품 경매 회사와 디지털 자산 플랫폼 사이의 과도기에 놓여 있다. 경매 시장 부진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STO 사업이 실질 매출과 시장 점유율로 연결되는 시점이 저평가 탈출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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