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랑 중동 여행 갈건데…‘히잡’ 꼭 써야 하나요?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1.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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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 관광객을 위한 히잡 착용 가이드

[파일럿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5] UAE(아랍에미리트)에 살다보면 가끔 이곳으로 여행오는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이 있다. 대부분 먹을 것 입을 것에 관련된 질문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한국 여성이 이슬람 국가에 놀러갔을 때 여성복인 히잡(Ḥijab)을 써야하나요?’이다.

히잡은 전신 의복이 아닌, 얼굴 일부와 머리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두르는 천이다. 히잡의 문자적 의미는 ‘가리다’, ‘막다’ 또는 ‘분리하다’로, 이는 원래 물리적인 가리개나 스크린을 의미하는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됐다.

히잡을 쓰고 체스를 두고 있는 여성 [출처=위키피디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히잡착용 여부는 상황별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도 같은 아시아권에 묶여 있지만 중국 일본과 문화가 다르듯이 이들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히잡을 쓰더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이마 부분을 드러내고 나머지 머리카락을 가리는 방식으로 착용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머리카락을 전부 가리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히잡 착용이 강제처럼 느껴지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자유롭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곳도 있다.

이번화에서는 이러한 히잡과 관련된 역사 문화적 측면과 필자의 실제 경험에 기초해 중동 내 관광객의 히잡 착용과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보겠다.

히잡의 기원과 역사
사실 히잡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중동의 토착 풍습 가운데 하나였다. 중동의 뜨거운 햇볕과 모래바람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이 지역 유목민들은 머리에 두건을 썼다. 머리에 썼던 베일은 자연과 기후 조건에서 보호받기 위한 자발적인 발명품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수메르인들이 약 3000년 전에 고대국가의 형태를 처음으로 세웠다고 알려진 가운데, 도시국가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군사적 중요성은 남성의 사회적 우위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남성에게 ‘속한’ 여성과 속하지 않은 여성을 구분하는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중동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의 각 도시국가들이 성장하면서, 여성에 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해졌다. <함무라비 법전>을 시작으로, 아시리아 법에서는 베일 착용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군주의 여성들과 첩들은 베일을 착용해야 하며, 신전에 바쳐진 여성들도 결혼 후 베일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매춘부나 노예는 베일을 쓸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아시리아에서 시작된 베일 착용은 그리스와 로마, 유대교, 비잔틴에까지 영향을 미쳐 중동 지역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히잡 착용의 관습은 이슬람 이전시대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꾸란>에 의해서다.

“믿는 여성들에게 일러 가로되,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그리고 가슴을 가리는 머릿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의 아버지와 그녀의 아들과 남편의 아들과 그녀의 형제와 그녀 형제의 아들과 그녀 자매의 아들과 여성 무슬림과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하녀와 성욕을 갖지 못한 하인과 그리고 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외에는 드러내지 않도록 하라. ” - 제24장 <빛의 장> 제31절

구절을 보면 ‘유혹하는 것’과 가슴이라고 언급되었을 뿐 무슬림 여성이 가려야 할 신체 부위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려야 할 부위가 역사가 흐르면서 이슬람 법학자들의 해석에 따라 결정됐다.

이슬람 초기에 히잡 착용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업을 통해 막강한 부를 축적한 무슬림들이 유입된 공동체에서는 상류층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쓰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동화되고자 했던 피지배 계층 여성들에게까지 히잡이 확산되면서 점차 퍼져 나갔다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의 의복은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의 표시물이었다. 비잔틴과 사산 제국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머리를 덮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이마를 드러내놓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등 가지각색이었다.

한 아랍인 부부가 전통 복장을 입은 채 쇼핑몰 안을 걷고 있다
히잡의 정치화와 반 히잡 시위
그러다 19세기에 접어들며 식민주의의 영향과 함께 서구 문화의 침투가 늘어나면서 히잡 착용에 일부 변화가 나타난다. 식민화된 지역에서는 히잡을 둘러싼 관행과 규제가 완화되거나 변형되기도 했으나, 많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히잡을 문화적 저항과 정체성 유지의 수단으로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 예로 근대화와 서구화를 지향했던 이란 팔레비 왕조(1925~1979)는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근대화에 장애가 된다고 믿었다. 심지어 1934년에는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이슬람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1979년 호메이니가 일으킨 이슬람 혁명으로 귀결됐다. 이슬람 회귀를 주장하며 권력을 잡은 정권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슬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그들의 정치 이념과 성과를 효과적으로 선전해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히잡이었다.

혁명 후 이란에서는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했고, 이는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역할에 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러한 강압정책은 이란 시민들의 오랫동안 불만을 가져오게 됐고, 결국에는 지난 2022년 이란에서 대규모 반 히잡시위를 가져오게 된다.

시위 중 이란 젊은이 500여명이 사망하고 2만여명이 체포됐으며, 10·20대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시위는 국제사회로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에도 히잡은 단순한 옷이 아닌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이다.

UAE 두바이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 관광객의 히잡 착용이 매우 자유롭다.
중동 여행 시 히잡 가이드라인
중동에 위치한 각 주요 나라별 히잡착용과 관련된 대략적인 인식은 다음과 같다. 관광객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1.아랍에미리트(UAE): 매우 자유롭다. 관광객이라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도 전혀 무방하며, 이에 대해 눈치를 주거나 그런 것도 없다. 모스크 같은 종교시설을 방문할 때만 히잡을 착용하면 된다.

2.사우디아라비아: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나라로,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히잡과 아바야(몸을 가리는 긴옷) 착용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빈살만 왕세자의 사회 개혁의 일환으로 관광객 여성은 히잡착용이 의무가 아니지만, 그래도 의복은 정숙해야 한다.

3.이란: 대규모 히잡시위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이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에 반기를 들며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관광객이라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따르는 것을 추천한다.

4.튀르키예: 튀르키예(터키)에서도 여성의 히잡 착용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관광객에게 특별한 제약이 없으며, 대부분의 공공장소와 관광 명소에서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된다.

한번은 개인적으로 UAE에 사는 한 현지 여성에게 히잡 착용과 관련해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밖에 나갈때 검은 옷만 입고 나가면 그래도 조금은 불편하지 않냐, 가끔씩은 예쁜 옷들도 마음껏 입고 싶지 않냐는 것이었는데, 이 여성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글쎄요, 전 이렇게 우리의 전통복장을 입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타인과 저를 구별시킬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전통을 중시하는 한 개인으로써 이렇게 입고 다니는 것이 좋아요.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해요.”

이는 서구에서 말하는 ‘여성인권의 억압으로서의 히잡’ 인식으로만 익숙해져 있던 필자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외국인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UAE에서 여성 무슬림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랑스러운 수단이라는 뜻이다.

이 UAE 여성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당신이 한국인이라서 그럴 것이다. 필자도 솔직히 100% 공감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중동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으면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관광객이라면 방문하는 각 나라의 규정과 문화를 미리 알고, 존중하며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슬람 유적이나 장소는 특별히 더 보수적인 복장 규범이 적용되므로 방문 전 해당 장소의 규칙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관광객들에게는 너그러운 태도가 적용되나, 현지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불쾌감을 주거나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중동지역으로 관광을 올 때 UAE나 튀르키예와 같이 히잡을 확실히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면, 헷갈릴 때는 보수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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