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표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면 마늘과 양파, 시금치부터 식탁에 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름진 고기를 줄이고 초록색 채소를 챙겨 먹으면 혈관이 금세 깨끗해질 것처럼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름 시장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볶음과 무침으로 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콜레스테롤 관리 식단에 활용하기 좋은 채소가 따로 있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보라색 껍질과 폭신한 속살을 가진 가지입니다. 가지가 시금치와 부추를 제치고 공식적인 혈관 채소 1위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또한 혈관 벽에 붙은 찌꺼기를 수세미처럼 긁어내는 음식도 아닙니다. 가지가 주목받는 현실적인 이유는 열량 부담이 낮고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기름지고 포화지방이 많은 반찬을 대신하기 좋다는 데 있습니다.

가지를 자르면 안쪽에 작은 씨가 박힌 스펀지 같은 속살이 나타납니다. 이 조직에는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섬유질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 안에서 물을 머금고, 음식물과 담즙산이 이동하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담즙산은 간이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만들어 지방을 소화할 때 사용하는 물질입니다. 장에서 담즙산의 일부가 변과 함께 배출되면 간은 새로운 담즙산을 만들기 위해 콜레스테롤을 사용하게 됩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도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사법으로 포화지방을 줄이고 수용성 식이섬유를 늘리는 방식을 권합니다. 가지 역시 오크라와 귀리, 보리, 사과 등과 함께 점성이 있는 섬유질을 제공하는 식품을 활용한 식단에 포함돼 연구된 바 있습니다.

부드럽게 익힌 가지를 씹으면 속살과 껍질이 잘게 부서져 위와 장으로 내려갑니다. 가지의 당과 일부 영양소는 작은창자에서 흡수돼 혈류를 따라 간과 여러 세포로 이동합니다.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은 물을 머금은 채 큰창자까지 이동하며 담즙산과 음식물의 배출 과정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혈관 속 찌꺼기 배출’은 이 흐름을 쉽게 표현한 말입니다. 이미 혈관 벽에 만들어진 죽상경화반을 가지가 녹이거나 떼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혈중 LDL을 관리하는 식생활을 오래 유지해 새로운 침착물이 쌓일 부담을 낮추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가지 추출물이나 가지 음료가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춘다는 주장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고, 스타틴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가지가 기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가지 자체는 가볍지만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면 스펀지 같은 속살이 기름을 빠르게 흡수합니다. 가지튀김에 달콤한 소스를 붓거나, 고추기름과 설탕을 많이 넣어 볶으면 채소 반찬이 고열량 음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고기와 치즈를 겹겹이 넣은 가지 요리 역시 포화지방 섭취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많이 먹으면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가지를 먹는 것보다 버터와 가공육, 튀김을 줄이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도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채소와 통곡물, 콩을 늘리는 동시에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과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제한하도록 안내합니다.

가지는 기름에 푹 담그기보다 찌거나 구워 먹는 편이 좋습니다. 세로로 잘라 전자레인지나 찜기에 익힌 뒤 간장과 식초, 다진 파를 소량 넣어 무치면 기름과 소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팬에 구울 때는 기름을 가지 위에 직접 붓지 말고 붓이나 분무기로 얇게 바르십시오. 두부와 버섯, 콩을 곁들이면 포만감과 단백질을 함께 보완할 수 있습니다. 가지 껍질의 보라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계열 성분도 연구되고 있지만, 이것만 믿고 가지즙이나 농축 제품을 따로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가지 한 접시에 의존하기보다 귀리와 보리, 콩, 견과류와 여러 채소를 고르게 먹어 전체 식이섬유 섭취량을 높여야 합니다. 처방받은 콜레스테롤약이 있다면 가지를 먹는다는 이유로 약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됩니다.

가지는 혈관 속 찌꺼기를 하룻밤 사이에 비워 주는 청소 음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햄볶음과 삼겹살, 튀김이 차지하던 자리에 담백하게 익힌 가지 반찬을 자주 올리면 포화지방과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금치와 부추를 밀어내야 할 경쟁 식품도 아닙니다. 서로 다른 채소를 번갈아 먹을 때 식이섬유와 다양한 영양소를 더 고르게 챙길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가지를 기름에 흠뻑 볶기보다 살짝 쪄서 두부와 함께 무쳐 보십시오. 이런 소박한 교체가 한 달과 일 년, 10년 동안 이어지면 LDL 콜레스테롤과 혈관이 받는 부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과 오래 걸어도 숨이 차지 않고, 깨끗한 혈류로 일상을 지키는 노후는 특별한 보양식보다 매일 접시에 올리는 담백한 채소 한 가지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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