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분양가 27억짜리?" 날림공사에 난리난 대치동 오피스텔
[땅집고] “사전점검 갔는데 진짜 이게 27억짜리 집이 맞나 했어요. 하이엔드 아파트라면서 시공사 수준도 다운 그레이드되고, 내부 공사도 날림으로 하니까 분양 받은 사람들 모두 그 자리에서 경악했죠.”
2년여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3.3㎡(1평)당 1억5000만원에 분양했던 하이엔드 오피스텔 ‘대치 아티드’가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지난 13일 사전점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전점검 당일, 높은 분양가만큼 건물이 고급스럽고 완벽하게 시공됐을 것이라고 기대한 수분양자들의 기대가 무너졌다. 입주를 불과 2주 앞두고 있는데도 단지 내 공용시설이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집안 곳곳에서 각종 하자가 발견돼 수분양자들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치 아티드’는 2022년 5월 최초로 분양한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다. 총 2개 타워로 구성한다. A타워는 지하 3층~지상 15층에 오피스텔 28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 B타워는 지하 3층~지상 12층에 오피스텔 16실과 도시형생활주택 28실 규모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학군이 좋고 입시 학원가 통학이 편리해 입지가 좋다고 평가 받는 대치동에 들어서는 점을 내세워, 평당 분양가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전용 51~55㎡가 26억~3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달 12~13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사전점검 과정에서 수분양자 원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건물이 다 지어진 상태에서 둘러보기만 하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방문했는데, 점거 단지 출입구 쪽에 조성하는 공개공지 부분이 구덩이처럼 푹 파여있어 공사판을 방불케했던 것. 각 가구 내부마다 마루, 벽지, 천장 등 부분에서 뒤틀림이나 찍힘 등 하자가 여럿 발견돼 하이엔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오피스텔 전용 55㎡를 약 27억원에 분양받았다고 밝힌 A씨는 “사전점검에 방문한 수분양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시멘트고 나무고 시공한 자재마다 다 쪼개져있고, 집안 바닥도 굴곡이 져서 공이 굴러다닐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부나 공용시설 등이 모두 최고급 수준이라고 홍보하길래 27억원을 주고 계약한 것인데, 이건 2억7000만원도 안되는 집”이라고 전했다.
입주자들은 ‘대치 아티드’를 분양받은 뒤 갑자기 시공사가 변경되는 바람에 시공 수준이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이 단지 시공은 범 현대가 건설사인 HN Inc가 맡았다.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씨가 사장으로 있는 시공사다. 하지만 2023년 3월 HN Inc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서 같은해 7월 시공사가 상상토건으로 변경됐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상상토건은 2013년 설립한 건설사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223억원 정도인 중소기업이다. 기존 시공사인 HN Inc가 법정관리 전 연매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중견건설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공사 규모가 크게 축소한 셈이다.
수분양자 B씨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을 표방하면서 시공사 수준을 낮추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시공사 변경 안내 통지문을 받긴 했지만 최고급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믿고 분양받았는데 배신감이 컸다”고 했다.
수분양자들은 상상토건 측이 이달 30일로 예정된 ‘대치 아티드’ 사용승인 기한을 맞추려는 목적으로 공사를 너무 날림으로 진행하면서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강남구청에 사용승인을 불허해달라는 민원을 제출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상상토건은 수분양자들의 걱정과 달리 ‘대치 아티드’ 공정률이 95% 이상으로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며, 안전하게 지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상토건 관계자는 “현재 각 세대 내부는 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고, 지상층 공개공지나 공용부분 및 조경 공사를 진행 중이라 수분양자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남은 부분 공사는 입주민 안결과 연결되는 부분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으며 10월 말 준공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세대 내부 불량 시공의 경우 입주 후 하자보수 기간에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