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방서, 마두로가 웃었다

“요즘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들이 생긴다. 이 마법들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다.”
‘야구 월드컵’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 대진이 미국과 베네수엘라로 정해진 17일(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이어 “미국의 51번째 주(statehood #51)가 될까?”라고 적었다. 대다수 야구 팬은 지난 1월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트럼프가 WBC 결승전 상대를 얕보는 ‘조롱’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콧대를 꺾는 한 방을 날렸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대2로 꺾고 WBC 챔피언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에 베네수엘라 국가가 울려 퍼지자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국가를 따라 불렀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WBC 우승 직후 “오늘의 위업은 국민 모두의 기억에 새겨질 것”이라며 결승전 다음 날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역시 “우리가 세계 챔피언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야구가 축구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나라다.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다음으로 메이저리거를 많이 배출했다. 지난해 MLB(미 프로야구) 개막 로스터 기준 베네수엘라 국적 선수는 63명에 달하고, 시즌 중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까지 더하면 90명이 넘는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구가 국기(國技)가 될 수 있었던 건 공교롭게도 미국 덕분이었다. 192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원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직원들이 즐기던 야구가 함께 들어왔다. 미국 기업들은 산업 단지 주변에 야구장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야구 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1939년 알렉스 카라스켈이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1941년 베네수엘라가 세계아마추어야구대회에서 우승하자 야구 인기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1945년 프로야구 리그가 출범한 베네수엘라에서 야구는 ‘성공의 사다리’가 됐다. 야구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이 대다수 10대 소년들의 꿈이고, 덕분에 유소년 단계부터 선수층이 두껍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루이스 아파리시오, 오마 비스켈, 요한 산타나, 호세 알투베 등 메이저리그 톱스타를 줄줄이 배출했다. 이번 WBC 대표팀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루이스 아라에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윌리어 아브레우(보스턴 레드삭스) 등 정상급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을 이뤘다.
베네수엘라는 이날 결승에서 3회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5회 아브레우의 솔로 홈런으로 2-0으로 리드를 잡았다. 선발 투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4와 3분의 1이닝 동안 미국 강타선을 단 1안타로 봉쇄했다.
베네수엘라는 8회말 수비 때 미국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했지만, 9회초 무사 2루에서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신시내티 레즈)가 2루타를 쳐 결승점을 뽑았다. 9회말 등판한 베네수엘라 마무리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시카고 컵스)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글러브를 하늘 높이 던지며 환호했다. 결승전에서 선제 타점을 올린 가르시아가 대회 MVP(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미국은 2023년 결승전에서 일본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려 이번 대회 역대 최강 선수진을 꾸렸지만, 2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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