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들고 이렇게 예쁘다고? 몰래 간직하기 아까운 그곳

7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담양군 ‘명옥헌’)

정원을 마주하는 순간, 각자에게 떠오르는 감정은 다르다. 누군가는 고요함을, 누군가는 위안을, 또 누군가는 시간이 머물다 간 자취를 느낀다.

여름의 초입인 7월, 수많은 여행지 가운데 오래된 연못과 고택, 그 곁에 깊이 뿌리내린 나무들이 조용히 제 빛을 발하는 한 정원이 있다. 단순한 정원이라기보다는 풍경이 공간을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름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곳은 실제로 조선시대 선비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삶의 터전이었고, 오늘날까지 그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여름의 이 정원은 더욱 특별하다.

정원을 따라 늘어선 배롱나무가 7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며 연못과 어우러져 강렬한 붉은 색채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6월이라 아직 개화 전이지만, 7월이 되면 이곳은 배롱나무 감상의 명소로 조용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담양군 ‘명옥헌’)

게다가 이곳은 입장료도, 주차비도 따로 들지 않아 가볍게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힐링 여행지다.

다가오는 7월, 배롱나무의 고요한 여름 풍경을 가장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정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명옥헌

“7월에 꼭 가야 하는 꽃 명소, 그냥 걷기만 해도 힐링이에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담양군 ‘명옥헌’)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위치한 ‘명옥헌’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선비였던 오희도의 옛 집터다.

이곳은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지은 정자를 중심으로 조성된 민간 정원으로, 지금까지도 정자와 연못, 주변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옛 원림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명옥헌 앞뒤로 조성된 두 개의 연못은 설계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위쪽 연못은 인공적인 석축 없이 단순히 땅을 깊게 파낸 형태로, 마치 큰 우물처럼 보이며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반면 아래쪽 연못은 경사진 암반 지형을 활용해 주변에만 둑을 쌓아 만들었다. 전체 정원은 인위적인 구조물보다 자연과의 어울림을 우선한 구성으로, 고즈넉한 미감을 완성하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담양군 ‘명옥헌’)

7월부터는 명옥헌의 여름을 상징하는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정원을 따라 심어진 배롱나무는 석 달 넘게 붉은 꽃을 피우며 연못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화려한 색채보다 조용한 깊이가 느껴지는 이 여름 풍경은 담양의 대표적인 정원 비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에는 역사적인 일화도 남아 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호남 지역의 인재를 찾기 위해 이곳을 세 차례나 방문했다는 것이다.

당시 인조가 정원 북쪽의 은행나무 아래 말을 매었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그 은행나무 한 그루가 ‘인조대왕 계마행’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담양군 ‘명옥헌’)

또한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이 정원의 경치와 맑은 물소리에 감동해 바위에 ‘명옥헌’이라는 세 글자를 새겼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자연과 사대부의 정신이 깃든 정원으로, 단순한 관람지를 넘어 조선 선비의 삶과 미학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명옥헌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와 주차 요금은 모두 무료로, 여름철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조용한 여름날, 인공적인 소음과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시간이 머무는 정원을 찾고 있다면, 담양 명옥헌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