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귀농직설] 농협과 사회연대경제

관리자 2025. 9.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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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출자로 전국 뿌리내린 ‘농협’
조합원 삶과 밀착된 협동조합
통합돌봄·기후에너지·주택 등
지역주민 사회적 수요도 폭증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시동
‘협동·연대 맏형’ 농협 역할 기대

나는 제주 서귀포 표선농협 조합원이다. 나처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농사짓는 이들이 우리 표선농협의 100% 출자지분을 갖고 있는 조합원이다. 전국의 농촌에는 표선농협처럼 그 지역의 이름을 딴 많은 농협이 있다. 각자 자기 지역의 농협들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우리나라 97만 전체 농가들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가을, 표선농협에 가입하고 100만원 출자금을 냈다. 출자증서를 받으니 이제 진짜 농부가 됐구나 싶었다. 연말에는 출자 배당과 이용고(利用高) 배당을 합쳐 연 5% 가까운 첫 배당금을 받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표선농협의 지점이 있다. 집처럼 수시로 드나드는데, 직원들이 제 식구 대하듯 친절하다. 조합원은 구매 기록이 모두 저장돼 있어 방제 약이나 비료를 맞춤형으로 추천해준다. 같은 약을 연속으로 방제하면 저항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매 대금은 외상이라 감귤 수확철이 끝나 돈이 생기면 무이자로 상환하면 된다.

손에 들어오는 장비마다 웬 고장이 그리 잦은지 분무기를 돌리는데 갑자기 호스가 터지고 고무벨트가 끊어지질 않나, 예초기는 말썽쟁이라 풀 베는 시간보다 병원 가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표선농협의 농기계수리센터가 바로 밭 근처에 있어, 큰 걱정하지 않는다. 고장 난 녀석을 들고 가면 아침 7시부터 대기하는 ‘맥가이버’들이 순식간에 고쳐놓는다.

은퇴 전 도시에서 일할 때는 농협에 비판적인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농협, 우리 농협’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고 있다. 농자재를 구매하고 농기계를 수리하며 수확물을 판매할 때, 마을 농협이 사시사철 내 삶에 밀착해 있다. 표선농협은 표선면의 농민 조합원들이 출자해 세운 협동조합이다. 나 같은 조합원이 주인이다. 동시에 조합원들은 농협의 물건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절대적인 평생 고객이다. 조합원이 주인이고 최고의 고객인 협동조합이기에, 직원들 또한 정성과 친절을 다한다.

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과 함께 사회연대경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기업 형태다. 전국의 지역에 뿌리내린 농협들은 모든 협동조합 또는 사회연대경제 전체의 맏형이라 할 수 있다. 때마침, 이재명정부가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당당히 포함시켰다. 사회연대경제가 더이상 변방의 실험적 대안이 아니라, 건강한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가는 주류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의지를 천명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연내 제정을 위한 발걸음도 확실하게 내딛고 있다. 8월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추진 모임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37명 의원들이 참석해 결의를 다졌다. 그 자리에서 김영배 입법추진단장(민주당 의원·서울 성북갑)은 개별법 소관으로 돼 있는 농협·수협·산림조합 등을 ‘사회연대경제기본법’으로 포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통합돌봄·기후에너지·사회주택 등의 분야에서 지역주민의 사회적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회연대경제 사업체들이 앞서 뛰고 있지만, 지역의 농협들이 협동과 연대로 손바닥을 합친다면 태산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농협 조합원이 바로 지역주민이다. 농협이 사회연대경제의 실질적인 맏형 노릇을 하는 날을 즐겁게 상상한다.

김현대 농사저널리스트·전 한겨레신문사 대표

2024년 3월부터 ‘귀농직설’을 집필한 김현대 농사칼럼니스트께서 8월31일 별세하셨습니다. 마지막이 된 칼럼은 8월29일에 보내주신 원고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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