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가 회사를 고르는 기준.jpg

취업시장이 달라졌다. 이제는 재택근무 기업인지도 체크하며 이력서를 넣는다는 MZ들. 도대체 그들이 재택근무를 원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에 ‘영원히 재택근무’를 외친 회사에 근무 중인 한 직장인을 인터뷰해 보았다.

Q. 어떤 회사에 근무하는지 소개해달라.

익명으로 진행하고 싶다. '글로벌 IT 회사 T사'에 다니고 있다. 현재의 회사에 다닌 지는 3년 정도 됐다.

Q. 왜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게 됐나?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코로나로 인해서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성과를 보니 재택을 하기전과 후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고, 재택으로도 충분히 잘 돌아간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무기한 재택근무로 가게 된 거다.

Q.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가?

초반에는 이게 좋은지 잘 느끼지를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니까 다들 부럽다고 말하더라. 우리 회사도 오피스를 열어두긴 했다. 자율적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집에서 일해도 무관하다. 사실 나도 이제는 5일 출근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Q.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는?

일단 너무 당연하게도 출퇴근 시간의 비효율이 줄어든다. 또 회사입장에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타지역에 사시는 분 중 좋은 인재들이 입사할 수 있어서 인재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집을 이사 했는데 수도권에서 구하는 집 비용이면 외곽에서 훨씬 넓은 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직장 다니시는 분들의 경우 아이 등원이나 하원을 하고 바로 집에 돌아가서 일하면 되니까 결국 시간상으로 절약이 많이 되는 셈이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어디에서 일하든 상관없다는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제주도나 강릉에서 일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10일 정도 지냈는데 공유오피스가 있는 곳에서 일하며 지내니 너무 좋았다. 카페에서 일하는 것보다 바다를 보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있으니 일도 더 잘됐다.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가 일하는 공간, 미팅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잘 되있어서 일하다가 나와서 산책하고 바다를 보고 내가 덜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것 같다.

Q. 본인의 돈을 써가면서 제주도/강릉까지 가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이것은 재택근무의 단점인데 집에서 혼자서 일만 하니까 고독하고 외로워지는 것도 있다. 회사에 나가면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점심도 먹고 그러는데 회사를 안 나가니까 집 밖으로 3일 동안 안 나간 적도 있다.

또 퇴근하면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쉴 곳과 일하는 곳이 혼재되어 있으니까 공간이 분리가 안 되는 점도 단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리프레시가 되고 굉장히 동기부여가 잘돼서 일도 더 잘되더라.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서는 또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도 있고.

한번은 강릉에 워케이션 공간인 ‘일로오션’에서 묶으며 일주일간 일한 적도 있는데 큰 창문 너머로 대나무 숲과 바다를 바라보며 일하는 게 정말로 일의 능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나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영감을 채워 넣으니 어찌 일이 잘 안될 수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 사람들이 일과 휴식을 온전히 함께 누리는 워케이션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 싶다.

Q. 재택근무를 해도 성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까? 농땡이 부리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 가도 잘한다. 특히 재택근무를 해도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셀프모티베이션이 잘 되는 사람이다. 집에 있어도 일을 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그것에 대한 책임감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러니 결국은 일과 휴식을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재택근무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사실 재택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해서 앉아있고 야근도 하면서 나의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재택근무로는 내가 한 일들을 증명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 시간을 쏟는 게 피곤하기는 하다.

최근에는 재택근무를 폐쇄한 회사도 있다고 들었다. 집에 있으니까 효율이 떨어진 회사도 있으니까. 그런데 무조건 출근하라고 하니 그게 싫어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일을 구할 때도 첫 번째로 고려하는 사항이 재택인지 아닌지를 본다고 하더라.

Q. 앞으로도 재택근무는 지속될까?

적어도 코로나 전으로 100%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재택이 주는 편리함, 출퇴근의 시간을 절약하고 그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으며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등 업무효율이 올라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100% 오피스 출퇴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은 프로페셔널하게 일할 수 있는 인재들로 채워져있다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충분히 해내는 사람들이 많다면 어디에서 일하든 어떤 곳에서 일하든 회사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면 회사에서도 자율성의 중요도를 인지하게 되는 것 같고. 경영자가 직원을 믿어주고, 직원도 책임감 있게 일해 성과를 낸다면 재택근무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