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조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가 답"
한국일보 노조, 자회사 글로벌이앤비에서 주최하는 미스코리아 폐지 요구
"매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구성원들조차 숨기고 싶은 사업으로 전락"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4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딥페이크 관련 질문이 나와 논란이 된 가운데, 한국일보 노동조합에서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가 답”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관사는 한국일보의 자회사인 글로벌E&B(이앤비)이다.
앞서 해당 대회에서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이라는 질문이 나왔고 논란이 되자 주최측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영상물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단어를 사용한 것은 주최 측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관련 기사: 미스코리아 주관사 “딥페이크 질문 분명한 잘못…깊이 사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1년에 하루만큼은 신문을 보고 싶지 않다. 신문 1면에 미스코리아 행사가 큰 사진으로 게재되는 날”이라며 “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라고 하지만 매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구성원들조차 숨기고 싶은 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지부는 “올해는 논란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상품화 논란을 넘어 이번에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희화화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구성원들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정말, 한국일보는 미스코리아와 결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지부는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나온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사람 얼굴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을 뜻하는 용어이지만, 성착취와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더구나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후보자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연령대 여성들이다.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것을 넘어 성범죄 기술을 희화화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력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접한 구성원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라며 “한국일보는 정론지를 표방하는 언론사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보도로 일관해왔다. 최근 한 달 동안 '딥페이크'가 언급된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90% 이상이 범죄와 관련된 기사이고 한국일보는 언론사 중 처음으로 홈페이지 내 모든 기자 페이지에 딥페이크 범죄 예방 경고 문구를 삽입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한국일보, 홈페이지 기자 페이지에 딥페이크 범죄 경고문구 삽입]
한국일보 노조의 한 조합원은 “딥페이크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어떻게 문제의식을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해오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게 창피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지부는 “준비 과정에서 아무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도 개탄스럽다”며 “질문지는 사전에 작성돼 심사위원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검토를 거쳤다. 그럼에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영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또한 해당 질문 외에도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 직면한 '유리천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요?”라는 질문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일보 지부는 “유리천장을 없애는 것은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데 개인이 극복할 문제로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노동조합은 이번 성명 외에도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미스코리아 폐지를 주장해왔다. 2021년에는 '콘텐츠의 지향점과 정반대 사업을 여전히 운영중인 것은 큰 모순'이라며 “답은 미스코리아 폐지 혹은 완전한 결별 뿐”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관련기사: 한국일보 노동조합 “구시대 유물, 미스코리아대회 폐지하라”]
한국일보 지부는 “회사는 전통을 지키겠다며 사업을 고수하는 대신 성 상품화 논란을 줄여 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보듯 미스코리아는 이미 '고쳐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 외모를 경쟁 대상으로 삼는 시대착오적인 행사를, 정론지를 지향하는 언론사가 주관한다는 이 근원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매년 논란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며 “경영진은 미스코리아를 폐지하는 결단을 내려라. 또 다시 '개선'을 운운하며 어물쩍 넘어가려 할 경우 더욱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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