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몰아낸다며 군 동원…트럼프, 속내는 따로 있다

정유경 기자 2025. 8.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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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디시(D.C.)에 군을 투입해 치안권을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숙자를 내쫓고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워싱턴디시 경찰 권한을 연방정부가 장악하는 이례적인 사태를 두고 진짜 속내가 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우세한 도시에서 연방군·주방위군을 동원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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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텐트 철거할 것”
11일 미국 워싱턴디시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디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가 경찰을 통제도록 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에 따르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워싱턴디시 경찰을 관할하게 된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디시(D.C.)에 군을 투입해 치안권을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숙자를 내쫓고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워싱턴디시 경찰 권한을 연방정부가 장악하는 이례적인 사태를 두고 진짜 속내가 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공공 안전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워싱턴디시에 주방위군 800명을 투입하고 지역 경찰을 연방정부 통제 아래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디시가 “폭력 갱단과 피에 굶주린 범죄자, 약물에 취한 광인과 노숙자”에게 장악됐고 “지방정부는 도시의 공공 안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를 범죄, 유혈 사태, 혼란, 더러움에서 구해내겠다”며 “오늘은 디시 해방의 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노숙자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수도가 더럽다면 나라 전체가 더럽게 보이고, 외국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며 “공원에서 노숙자 텐트를 철거하고 노숙자를 다른 곳으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이송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디시의 경우 수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연방법상 대통령이 ‘비상사태’라고 규정하는 경우에 한해 30일간 경찰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워싱턴디시의 폭력 범죄는 감소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워싱턴디시 범죄율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디시 시장은 “코로나19 이후인 2023년을 제외하면 범죄율은 꾸준히 감소했으며 살인 사건은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디시 노숙자지원단체(SOME)에 따르면, 노숙자 수는 5년 전 대비 19% 줄었다.

노숙자를 몰아낸다는 이유로 군대를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도 논란이다.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이민 단속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났을 때도 트럼프 행정부가 주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방위군을 투입한 바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우세한 도시에서 연방군·주방위군을 동원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는 뉴욕시·볼티모어·오클랜드 등 민주당 우세 지역 도시들에 대한 추가 조처를 시사했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군 병력을 계속 확대 사용하는 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이번 군 투입은 트럼프의 의료보험 삭감, 관세, 그리고 여러 다른 문제들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11일 미국 워싱턴 길가에 텐트들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노숙자들에게 도시를 떠나라고 명령했으며, 노숙자 텐트 철거를 비롯해 도시 치안 단속을 위해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연방요원과 주방위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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