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들이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사천국군묘지 70여년 만에 이전
“호국영령들이여, 이제는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6,25전쟁 때 숨진 사천 출신 국군장병 44명의 유해가 안치된 사천국군묘지가 현충일인 6일 사천시 종합장사시설인 ‘누리원’으로 이전했다.
그동안 좁은 면적에 접근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늘지고 습한 데다 관리마저 부실해 이전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간 사천국군묘지는 1953년 10월 15일 사천시 구암리 사천공항 건너편 200㎡의 좁은 면적에 조성됐다. 이곳에는 총 44기의 호국영령이 안치돼 있으며, 1976년 국군묘지로 개칭됐다.
하지만 호국선열에 대한 예우는 비참할 정도였다. 관리 주체를 두고 국가보훈처와 논의 끝에 2016년부터 사천시가 관리하고 있었지만 여건상 제대로 된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안타까움은 더했다. 유족들은 물론 보훈단체 등으로부터 이전이나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실은 불가능했다. 안치된 44기 중 국가보훈처 등록자 25기, 미등록자 19기인데 이중 확인 불가자가 6기로 파악돼 국가보훈처 소관 국립 호국원 이전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 1996년 이장을 위해 연고자 조사 후 유족들과 협의 했지만 일부의 반대에 무산됐고 2015년 다시 국군묘지 유족 연락처 조사를 했지만 9명만 확인됐고 나머지는 사망 또는 확인불가상태로 파악돼 사실상 이장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고민이 깊어진 시는 기존 시설의 확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누리원으로 국군묘지를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젊은 시절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해 직계 자손이 없다는 것이다. 자손이 있는 안장자 역시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자손과 연락이 끊긴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시는 사천국군묘지 안장자의 방계 혈족 등 유족 파악을 위해 노력했다. 이어 시는 가족관계등록부, 제적등본 등 공부를 확인하고, 국가보훈처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묘지 이전을 위한 동의 절차를 진행했고 무연고 묘지 이전 공고도 내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시는 지난해 6월부터 사천시 송포동 소재 누리원에 4억6200만 원을 들여 봉안 당이 아닌 자연장지에 조경시설 공사를 진행해 마무리한 뒤 방치되다시피 한 사천국군묘지를 이전할 수 있게 됐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70여 년 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실상 지워졌던 영령들을 늦었지만 밝고 깨끗한 환경을 갖춘 시설에 편히 모실 수 있어 다행스럽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선열의 넋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경남 #사천 #누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