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이번 스토브리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 가지 감정이 먼저 스친다. 답답함이다.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해서 반등을 노릴 시기라고 모두가 생각했지만, 정작 현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가까웠다.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롯찬호”는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결국 롯데가 처한 현실은 3년 전 잘못된 선택의 후폭풍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이번 겨울 내내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사실 롯데는 이번 겨울이 기회라고 봤던 팀이 많았다. 샐러리캡 여유가 생겼고, 상한선까지 올라가면서 최소한 한두 명은 외부 FA를 데려올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무엇보다 팀이 지난 시즌 3위에서 무너져 7위까지 떨어졌고, 무려 8년째 가을야구를 못 갔다는 점을 떠올리면 공격적인 보강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처럼 보였다. 김태형 감독도 현장에서 꾸준히 전력 보강을 요청했고, 가장 절실했던 자리가 유격수였던 만큼 박찬호에 대한 구단 내부 기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호처럼 타선의 무게감을 끌어올릴 자원도 시장에 나왔고, 롯데가 뛰어들 명분은 어느 때보다 명확했다.

그런데 결과는 조용함이었다. 그저 지켜봤을 뿐이고, 실제로 움직였다는 기미조차 없었다. 박찬호가 강력히 원했던 선수였다는 건 야구계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정작 롯데는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 사이 두산은 발 빠르게 움직여 4년 80억이라는 조건을 내걸며 마음을 사로잡았고, 박찬호는 사실상 두산행을 확정했다. 강백호 역시 메이저리그 도전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국내 팀의 움직임 자체가 적었지만, 그나마 원하는 팀 중 하나였던 롯데는 아예 관심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롯데가 손발이 묶인 가장 큰 이유는 170억 투자 실패다. 유강남 4년 80억, 노진혁 4년 50억, 한현희 최대 40억. 이 세 계약은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롯데 역사상 최악의 투자로 꼽힌다. 당시에는 모그룹이 190억을 유상증자하며 통 크게 지원을 했고, 그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투자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세 선수 모두 전력 외 수준의 경기력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구단과 모그룹은 한 번 잘못 쓴 돈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번에도 다시 모험을 할 경우 또 실패할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노진혁 사례는 FA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유격수로 데려왔지만 잦은 부상과 부진, 그리고 실책 때문에 유격수로 뛰지 못한다는 판단까지 받았다. 결국 1루 백업이나 지명타자, 혹은 대타 자원으로 소모되고 말았다. 유강남 역시 몸값 대비 활약을 했느냐 묻는다면 팬들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한현희도 사실상 전력 외 판정을 받으며 1군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이렇게 실패가 연달아 터지면, 다시 수백억짜리 계약서를 꺼내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롯데가 겁을 먹었다기보다, 구단과 모그룹이 ‘선택을 잘못했을 때의 상처’를 너무 깊게 겪은 셈이다.

이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과 박준혁 단장의 답답함은 어쩌면 팬들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지금이 전력을 보강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고 실제로 박찬호 영입을 강하게 원했지만, 지나간 과거의 잘못된 계약 때문에 팀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지도자 입장에서 가장 억울한 일일 것이다. 박준혁 단장 역시 현장을 돕고 싶어도 모그룹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것’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외국인 선수 쪽에서도 기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올랜도 아르시아가 갑자기 롯데 SNS를 팔로우하면서 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실제로 롯데가 빅터 레이예스와 재계약을 우선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며 혼란은 더 커졌다. 레이예스는 최근 2년 동안 KBO 최다안타를 기록한 타자이자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이다. 김태형 감독도 레이예스를 “어떻게 바꾸나”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시아 영입설이 도는 건 오히려 롯데가 방향을 명확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진 해프닝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롯데가 이번 겨울에 택할 현실적인 길은 2차 드래프트와 외국인 조합을 통한 전력 보강뿐이다. 그동안 2차 드래프트에서 얻은 성과도 들쭉날쭉하다. 과거 김성배, 오현택 같이 즉시전력감을 건진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올해 롯데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일 것이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보며 한 가지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롯데는 다시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여유도, 자신감도 없다. 과거의 실패는 너무 컸고, 그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올해가 김태형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이 더 아프다. ‘올해는 다르겠지’라는 기대가 무너지며 분노보다는 허탈함이 남는다. 그 마음이 누구의 잘못인지 묻기 전에, 롯데가 이제는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의 정체가 더 길어진다면, 롯데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단지 돈을 아끼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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