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與의 ‘15대1 압승론’…영남 동남풍, 낙동강 넘어 한강까지 흔들까

박성의 기자 2026. 5.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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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소 취소’ 역풍, 결집하는 보수…野, 분열 멈추자 “해볼 만한 선거” 뭉쳐
살얼음판 접전 구도로 바뀐 PK·TK…‘한동훈 맹추격’ 부산 북갑도 혼전 양상
서울도 점점 격차 줄어…‘내란 심판론’ ‘증시 상승세’에 골든크로스는 미지수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낙동강에서 불기 시작한 '보수 동남풍'이 추풍령을 넘어 한강까지 다다른 모습이다. 부산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무소속 출마로 보수 재편의 불씨를 키운 가운데, '김부겸 대세론'이 확산하던 대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향한 지지세가 빠르게 커져가는 양상이다. 여기에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업고 질주하던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폭력 전과 논란 등으로 흔들리는 사이 5선을 노리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어느덧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 내친김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소 취소' 특검법 역풍을 순풍 삼아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풍이 선거판 전체를 흔드는 돌풍이 될지는 미지수다. '내란 심판'을 바라는 민심의 거센 파도 앞에 장동혁호(號)의 장밋빛 전망을 말하는 이는 여전히 많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한 달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민심과 여당의 기류다. 한때 여권에서 언급되던 '15대1 압승'(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석권) 시나리오는 이제 이른 축배를 경계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지방선거까지 보름여, 영남발(發) 동남풍은 한강의 물결을 흔들 수 있을까.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후보 ⓒ연합뉴스·뉴스1

'메기 효과' 한동훈에 뜨거워진 부산

지난 조기 대선 후 국민의힘은 폐허의 모습에 가까웠다. 계엄과 탄핵의 잔재 속예 당 지지율이 여당과 더블스코어 격차까지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매달, 매주 발표됐다. 당내 계파 갈등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설상가상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마저 공천 잡음이 불거졌다. 반면 행정과 입법권을 모두 쥔 정부·여당은 순항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비롯해 '명심'을 업은 거물급 여당 주자들이 전국 곳곳에 투입되자,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경북 지역에만 고립되는 'K자민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선거판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전의 진원지는 영남, 그중에서도 부산, 특히 부산 북갑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인 하정우 민주당 후보에 맞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치열한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면서, 부산 북갑은 단순한 지역 보궐선거를 넘어 이번 지방선거 최대 전국구 격전지로 부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최근 한 달간(4월14일~5월14일) 주요 후보들의 검색 관심도를 분석한 결과, 한동훈 후보는 평균 지수 24를 기록했다. 한 후보의 검색 관심도는 하정우 후보(10)의 2배를 웃돌았고, 박민식 후보(5)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주목할 부분은 관심의 '확장성'이다. 한 후보를 향한 관심도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11)와 정원오 후보(7)에 대한 관심도를 각각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과 부산 북구의 인구 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보궐선거 지역의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군보다 더 높은 검색 관심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색창에서 확인된 뜨거운 열기는 실제 지지율 지표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5월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 북갑에서 하정우 후보가 39%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동훈(29%), 박민식(21%) 후보가 맹렬히 추격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여권의 우위다. 다만 보수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 대결 시 하 후보(46%)와 한 후보(40%)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4.3%p)으로 좁혀졌다. 반면 하 후보와 박 후보 간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각각 50%, 37%로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였다.

정치권은 유권자들이 승산 있는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높은 관심도를 바탕으로 한 후보가 빠르게 '경쟁 가능한 후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야권 안팎에선 이러한 흐름이 침체됐던 보수 유권자층의 지방선거 참여 의지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지 한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보수 진영 내부에 "이번 선거는 해볼 만하다"는 기대심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월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남 결집, 서울 보수층 뭉치게 하는 기폭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5월12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한동훈 후보의 최대 약점이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여론 흐름을 보면 보수 유권자 상당수가 한 후보를 보수의 대표자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비토(거부) 감정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부산 북갑의 판세가 곧 전국 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흐름'이다. 지금 정치권이 부산 북갑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지지율 추이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감지되는 '샤이 보수의 결집' 기류 때문이다. 흩어지고, 등 돌렸던 보수층이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부산을 넘어 영남권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전재수 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승부가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며, 한때 민주당 우세로 기울었던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시장으로 전재수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43%, 박형준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41%로, 오차범위(±3.5%p) 안이었다. 한 달 전 세계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시행한 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전 후보 51%, 박 후보 40%로 11%p 차였다. 정치권에선 "부산 북갑의 흥행이 부산시장 선거의 보수 결집까지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궐선거와 광역단체장 선거가 서로의 지지층을 끌어올리는 '상승 작용'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대구 이어 서울도 '오차범위 내 접전'

대구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선거 초반 '보수 회초리론'을 내세운 김부겸 후보가 압도적인 1강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공천 내홍 끝에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된 추경호 후보가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다. 한국갤럽 지지율 조사에서 김부겸 후보가 44%, 추경호 후보가 41%로, 오차 범위 안이었다. 컷오프(경선 배제)에 반발했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보궐선거 출마로 퇴로를 열어주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보수 내부 분열이 봉합된 영향으로 보인다. 김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험지의 전황'을 전했다.

여야 전현직 도지사 간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경남도 박빙 구도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45%,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38%로 오차 범위(±3.5%p) 안이었다.

야권은 PK와 TK를 하나의 '낙동강 벨트'로 묶어 막판 결집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 북갑에서 시작된 흥행 효과가 수도권 보수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야권 일각의 기대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영남의 결집이 서울 보수층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국 선거의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판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대통령이 택한 행정가' 프레임을 앞세워 두 자릿수 이상의 큰 격차로 앞서가던 정원오 민주당 후보의 독주 체제에 미세한 균열이 이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조사에서, 정원오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46%로, 오세훈 후보를 선호한다는 응답자 38%보다 8%p 많았다.

정 후보와 오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월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44.9%, 오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39.8%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5.1%p로, 오차 범위(±3.1%p) 안이었다. 같은 기관의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중도층 일부가 오 후보를 지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 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8.9%에서 48.4%로 소폭 하락한 반면, 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33.0%에서 38.3%로 5.3%p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가 최근 '폭행 전과'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일부 중도층과 여성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회를 잡은 오 후보는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연일 정책 토론과 함께 각종 논란과 관련한 입장 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오 후보와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민주당 부적격 후보자 검증 태스크포스(TF)는 논평을 내고 "정 후보는 공권력을 유린한 엽기적인 주폭"이라며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내란 옹호' 장동혁의 공소 취소 비판? 설득력 낮아"

물론 최근 감지되는 보수 결집 흐름이 실제 '골든크로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전히 이번 지방선거의 운동장이 여권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의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국민의힘 내부 역시 친윤·친한 갈등의 상처를 봉합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동혁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게 중도층 확장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기에 증시 상승세 속에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은 보수의 반등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설령 국민의힘이 영남에서 선전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전국적 반등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2024년 총선 때도 영남권 지지율 반등이 수도권 역전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앙과 수도권에서 먼저 흐름을 만들어야 영남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보수진영 내부에선 '반명(反이재명) 표심'의 결집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탄핵 역풍 아래 치러진 지난 조기 대선에서도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40%를 상회했다는 것이 민주당이 우려하는 지점이자,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지표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반명 유권자를 재결집시킬 태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남 지역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보수층이 결집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이를 곧바로 '보수 동남풍'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아직 무리가 있다"면서도 "이 결집세를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이슈가 더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 역시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 개혁이나 특검법의 찬성률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다는 점은 여권에 분명한 경고등"이라며 선거 막판 진영 결집의 파괴력을 주목했다.

결국 보수 대반격의 성패는 '공소 취소'라는 강력한 연료를 태울 메신저의 신뢰도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장동혁 지도부가 보여주는 쇄신의 폭이 중도층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보수 동남풍의 열기는 추풍령을 넘지 못한 채 지역적 현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교수는 "문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라며 "내란을 옹호하는 장동혁 지도부가 공소 취소 논란을 계속 이야기하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우리는 합리적인 보수가 될 수 있다'는 사인을 함께 보여줘야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논란의 폭발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부산 북갑: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5월12~13일 부산 북갑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다.

부산: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5월10~11일 부산에 사는 18세 이상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다.

대구: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5월9~10일 대구에 사는 18세 이상 803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다.

경남: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5월11~12일 경남에 사는 18세 이상 804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다.

서울: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실시한 조사는 지난 5월9~10일 서울에 사는 18세 이상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다.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월12~13일 서울에 사는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는 무선 전화 ARS 방식으로 시행했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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