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성인 ADHD 개인 문제일까 [질문+]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외계인 같다” 핀잔 들어
급증하는 성인 ADHD
‘지원의 사각지대’ 있어
일본은 장애인 수첩 발급
지원 시스템 구축 시급해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쉬운 문장도 여러 번 봐야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이 종종 "외계인 같다"며 핀잔을 놓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성인 ADHD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경향성이어서다. 문제는 성인 ADHD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옆 동료, 심지어 나 자신도 성인 ADHD란 질환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성인 ADHD는 '현대인의 질병'이라고도 불린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6/thescoop1/20241206092949925rwip.jpg)
# "난 평소에 너를 보면 외계인 같다고 생각했어." 김솔지(가명·39)씨는 회사 상사에게 이런 핀잔을 들었다. 산만한 데다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게 이유였다. IT 기획자로 일하던 솔지씨는 쉬운 문장도 2~3번 봐야 이해할 수 있었다. 개발페이지를 검수할 때도 오타를 체크하지 못했다. 거래처에서 질책을 듣는 일도 다반사였다. 상사의 핀잔을 들은 후 그길로 정신병원에 간 솔지씨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이전에 솔지씨는 콜센터상담원, 경리, IT 기획자, 쇼핑몰 MD 등 많은 직업을 거쳤고, 번번이 사표를 던졌다.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면 초반에는 일이 새롭고 즐거워 일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3개월이 흐르면 금세 질려버려 지각과 실수가 잦아지곤 했다. 솔지씨는 금전관리에도 취약했다. 택시를 타버리는 것은 일상이고, 20만원짜리 향수를 충동적으로 사기도 했다.
# 이문택(30)씨는 학생 시절 지각이 지나치게 잦았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고 숙제도 하지 않아 혼쭐이 나는 일이 많았고, 수업시간에 공부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그럴수록 의욕과 자신감이 쪼그라들었다. 성격 역시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성인이 된 문택씨는 매체에서 설명하는 성인 ADHD가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에 정신병원에 갔고,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
문택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의 괴로움이 내 탓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몇주간은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왔어요. 그동안 돌고래가 하늘을 날길 바라는 것처럼 안 되는 것을 나 자신에게 원해왔던 셈이죠."
성인 ADHD 환자가 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지난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ADHD 진료인원은 2019년 1만8105명에서 지난해 8만9664명으로 39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여성은 2019년 1507명에서 2023년 1만4320명으로 850.2%나 늘어났다.
'숨어 있는' 성인 ADHD 환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ADHD 증세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정신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왜 집중을 못하지"라면서 단순하게 넘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택씨처럼 말이다.
공존질환이 많은 것도 성인 ADHD 환자들을 괴롭히는 요소 중 하나다. 반건호 경희대(정신건강의학) 명예교수는 "성인 ADHD 환자들은 우울증, 강박증, 수면장애, 섭식장애 등 공존질환을 가진 이들이 많은데, 표면으로 드러나는 공존질환에 가려져 성인 ADHD임을 늦게 깨닫는 케이스도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일찍부터 성인 ADHD를 정신질환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6/thescoop1/20241206092951240nmsg.jpg)

그럼 ADHD는 무엇일까. ADHD는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ADHD는 주의력·집중력·실행능력 등을 담당하는 뇌 전두엽의 고유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런 상태를 아동·청소년기에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성인이 돼서야 발견한 이들을 성인 ADHD라 칭한다. ADHD의 발병 원인은 100%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특성이 있긴 하지만, '부모가 ADHD 성향이 있을 때 발병 가능성이 조금 높다'는 수준이다. 이해국 가톨릭대(정신의학) 교수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 이들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산만함과 충동성을 비난하기보단 적절한 시기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등을 받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뇌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성인 ADHD 환자들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커녕 단 한곳의 지자체도 지원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AD HD까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생각해볼 점은 있다. 성인 ADHD 환자들이 당장 내일 우리 옆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거다.
성인 ADHD는 '현대인의 질병'이라고도 불린다. 복잡한 일을 한번에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에겐 이전에 비해 고도의 주의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인 ADHD에 걸릴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덕인 한림대성신병원(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청소년기에는 공부만 하면 되고 사회적 관계도 폭넓지 않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좀 더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한꺼번에 복잡한 일들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시절에는 잘 모르고 넘어간 후 성인이 돼서야 자신이 ADHD 환자임을 깨닫는 케이스가 많다."

이를 일찌감치 인식한 듯 몇몇 나라는 정부 차원이든 시민단체 차원이든 성인 ADHD를 정신질환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ADHD를 장애로 인정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정신장애인 수첩'을 발급한다. 수첩을 발급 받으면 직업훈련이나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제도는 성인을 넘어 정신건강에 취약한 '청년'을 위한 안전망을 만드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정신질환 및 고립·은둔 청년 지원 단체인 '펭귄의날갯짓'의 이광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 ADHD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질환이어서 사회의 적절한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성인 ADHD를 포함한 정신질환은 직접적인 지원이 거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성인 ADHD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정신질환 사각지대가 조금씩 없어지고 정신질환을 이상하게 보는 편견도 사라질 것이다."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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