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 법안 하원 통과...상원 손에 넘어간 'K-전기차·배터리 세액공제' 운명

감세 재원 마련 위해 韓 전기차·배터리 기업 대상 보조금 조기 폐지
트럼프 "상원, 빨리 내 책상으로 보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추진을 위한 세제 법안이 22일(현지시각) 미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갔다.

만약 상원에서도 법안이 가결돼 입법이 완료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수혜를 입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등 각종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 / 현대차그룹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결처리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행사했고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에서도 반대 2표, 기권(재석) 1표 등 이탈표가 나왔지만 결국 하원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을 연장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작년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입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됐다.

문제는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해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공화당이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하원 통과 법안을 원래 발의안과 비교하면, 청정전력생산세액공제(45Y)와 청정전력투자세액공제(48E) 폐지 시점을 앞당기도록 수정됐다.

이 세액공제는 태양광, 풍력, 지열, 원자력 발전소, 에너지저장시설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가 받을 수 있는데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이 법안 제정 60일 이내에 착공하고 2028년 말까지 가동을 시작한 시설로 그 대상을 제한했다.

다만 원전의 경우 2028년 말까지 건설을 시작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원안을 수정했다.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30D)의 경우 폐지 시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6년 앞당겼다.

하원은 2026년의 경우 세액공제 대상을 지난 16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20만대를 넘지 않는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로 제한했는데, 사실상 올해가 지나면 혜택을 받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도 수혜 대상이었던 차량 대여(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 제공하는 세액공제(45W)도 폐지키로 했다.

청정수소를 생산한 업체에 주는 세액공제(45V)는 원래 2033년 이전에 착공한 시설에서 생산한 수소까지 받을 수 있게 했으나 착공 시기를 2026년 이전으로 앞당겼다.

이밖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45X)의 경우, 폐지 시점이 2033년에서 2028년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수정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 상원 심의 과정에서 또 다시 수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상원에서는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메디케이드와 기타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기를 원하는 가운데 더 온건하고 정치적 입지가 취약한 의원들은 메디케이드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공약을 실현할 법안이 '1차 관문'을 통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고무돼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제 미국 상원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일을 시작해 이 법안을 가능한 한 빨리 (법안 서명을 위해) 내 책상으로 보낼 시간”이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되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크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의회예산국(CBO)의 분석을 인용해 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연방 정부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8000억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