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DMO 1위’로 올라선 체급 변화
한국 바이오가 생산 하청의 변방에서 글로벌 의사결정의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중심에는 초대형 항체의약품·ADC 물량을 흡수하며 연간 70만ℓ대 후반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대형 플랜트의 동시 다라인 운영, 배치 성공률, 멀티사이트 품질 시스템을 무기로 북미·유럽 빅파마의 장기 위탁생산을 ‘묶음 계약’으로 따내는 전략이 작동했다. 업계에선 특정 적응증 파이프라인과 바이오시밀러 상업 생산을 합쳐 단일 연간 수주가 30조원대 규모로 잠기며,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공급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ADC와 항체 대량생산의 결합
수술·화학요법의 빈틈을 메우는 항체·약물 접합체 시장이 급팽창하며 생산 병목이 생겼다. 핵심은 고순도 항체 대량생산과 링커·페이로드 접합의 공정 일관성을 한 몸처럼 운영하는 역량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임상·상업 전환 구간에서 원액(DS)과 완제(DP)를 끊김 없이 넘기는 수율 관리와 밸리데이션 속도로 고객의 시간 가치를 극대화했다. 대용량 배치와 소량 고부가 배치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캡파 구성이 신규 승인과 적응증 확장을 뒷받침하면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전체를 통으로 맡기는 ‘앵커 계약’을 이끌어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의 스케일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확장으로 플랜트 간 표준화가 진전되자, 라인 증설의 시간·비용 곡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설계·시운전·밸리데이션 표준을 공장 간 이식하고, 배치 간 편차를 줄이는 데이터 기반 공정제어가 품질 편차를 흡수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다중 규제권의 감사 대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문서·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승인이 잦은 다품종 포트폴리오에서 결정적 장점이 됐다. 고객사는 출시 지연 리스크를 숫자로 줄일 수 있어 선가보다 총소유비용 관점에서 계약을 키울 유인이 커졌다.

‘세계 1위’와의 격돌 구도
전통의 글로벌 1위 CDMO는 오랜 임상 네트워크와 포트폴리오 다양성이 강점이지만, 초고속 증설과 배치 성공률, 리드타임 단축에선 아시아 거점의 스피드가 앞섰다. 설비 노후, 에너지·인건비 상승, 규제 대응 병목이 겹친 사이, 한국의 대규모 신규 설비가 연쇄적으로 가동되며 ‘한 번에 여러 적응증을 동시에 수용’하는 옵션을 제시했다. 다수 빅파마가 기존 파트너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더라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핵심 품목을 한국 쪽에 집중 배분했고, 이에 따라 특정 연도의 대형 물량이 한국 단일 사업자에게 한꺼번에 몰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생산 하청’에서 ‘계약 주도’로
주문은 생산에 그치지 않았다.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급증하며 한국 기업의 협상 지위가 상승했고, 임상 생산에서 상업 전환까지 한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일괄 계약이 표준화됐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진출, 다수 중견사의 면역·대사항암 신약 후보 라이선스 아웃은 생산-임상-유통의 긴 사슬을 동시 설계하는 ‘코디네이션 능력’을 국내에 축적했다. 정부의 인허가 패스트트랙, GMP 인력 양성, 원부자재 내재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해외 본사의 핵심 제품 라인 일부가 한국에 영구 배치되는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파이프라인과 신뢰로 미래를 잇자
이제 관건은 수주 총량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배치 성공률 유지, 원부자재·소모품 공급 안정, 밸리데이션·규제 대응의 병목 해소가 호황의 질을 결정한다. 동시에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질적 도약이 이어져 생산기지와 지식재산이 같은 국적 안에서 선순환해야 글로벌 협상력이 구조화된다. 거대한 수주를 일시적 이벤트로 소비하지 말고, 인력·설비·데이터 표준을 세계 수준으로 고정해 지속 우위를 공고히 하자.
스케일과 신뢰를 무기로 ‘메이드 인 코리아’ 바이오의 표준을 세계시장에 각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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