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랠리에 서버 터진 중국증시, 도대체 무슨 일이?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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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를 보는 색(色)다른 시선]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서버 터질 정도... “3년” 만의 거래량 폭증, 주가 급등

9월 27일 상하이증시에서는 10시경부터 거래시스템이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 시작 후 10시부터 거래량 폭증으로 시스템이 느려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상하이거래소는 부랴부랴 대응조치에 나섰다. 

11시 이후부터 거래는 다시 정상화되었고 상하이거래소는 시스템 장애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간 3년간 주가 하락으로 거래량이 지지부진해 일 거래량이 5,000억 위안을 밑돌았는데 최근 3일간 연속 1조 위안(190조 원)을 돌파했고 9월 27일에는 1조 4천억 위안이 거래되었다. 2억 명이 넘는 중국 개미들의 주식 매수 주문 폭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중국증시는 홀로 내리 3년간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2024년 들어서 다시 주가가 최저가를 갱신하자 증시를 총괄하는 증권감독원장을 이회이만(易会满)에서 우칭(吴清)으로 바꾸는 강수를 두었다.

우칭은 중국판 증시 밸류업 정책을 펴 상해지수를 5월 22일에 3158(+17%)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소비경기 추락, 성장률 하락(5.3→4.7%)이 이어졌고 부동산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상하이지수는 2월의 저점 수준인 2704(9.13)로 다시 추락했다.

그런데 9월 25일부터 중국증시는 갑자기 수직상승을 시작해 단숨에 3,000포인트를 넘어섰고 9월 27일에는 서버가 터질 정도로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일직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증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장대 주가 상승의 배후, 정부의 “보이는 손, 3가지”

이번 증시 저점에서 주가를 폭등시킨 것은 중국의 “보이는 손”, 정부의 입김이 있었다. 증시에 대한 정부의 간여는 한국도 증시가 낙후되었던 80~90년대에 자주 볼 수 있었던 현상이었는데 중국 정부의 증시 입김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주가의 폭등 폭락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주가는 폭등도, 폭락도(大起大落) 아닌 안정적 상승을 원했다. 통상 정부가 개입해도 주가는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게 지금까지 중국증시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주가가 수직으로 “장대 상승”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3가지의 이례적인 현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정책 발표에 “금융 수장(인민은행장, 금융감독총국, 증감위원장)”들의 총출동이고,
두 번째는 ”9월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경제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공무원의 “정책실시의 3가지 면책 조항”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통상 중국의 정부 정례 정책 발표 기자회견은 각 부처의 실·국장들이 기자실에서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인민은행장(한국으로 치면 한국은행 총재: 장관급)과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총국장, 증권 업무를 총괄하는 증감위원장이 동시에 나와 함께 금융과 증시 부동산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 부문의 최고위 직급들이 모두 나와 브리핑하는 것은 시진핑 3기 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파격이다.

중국 당 서열 25위까지의 정치국원들이 실질적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를 이끌고 가는 핵심 리더들인데 이들 25명의 정치국원은 매월 1번씩 회의를 한다. 정치국 회의는 연간으로 매월 회의의 주제가 정해져 있고 경제문제를 다루는 회의는 4월, 7월, 12월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9월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분기에 4.7%까지 떨어진 GDP 성장률을 의식해 연간으로 5% 내외의 성장 목표를 잡은 것을 달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발표를 했다. 경제문제가 중국정치에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이는 남은 4/4분기에 경제회복에 올인한다는 시그널이다.
세 번째는 시진핑의 특별한 지시 사항이다. 소위 “3 면책 조항”이다.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은 어디나 마찬가지고 불경기에 정책을 시행했다가 실패하면 모두 자기 책임이다. 그래서 호경기에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불경기에는 눈치만 보고 누워있다. 중국이 연초 이래 많은 경제정책을 쏟아 냈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것은 판을 바꿀 큰 정책이 아니라 찔끔찔끔 대증요법 식 정책만 쏟아냈기 때문이다.

9월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면 공무원이 실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3가지 면책(免責)을 언급했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실시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실수하거나, 개혁을 위한 실험, 경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실수를 저지른” 3가지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

주석이 나서서 당원과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민간 부분을 지원하고 경제 회복을 최우선 순위로 하라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고 어려움에 처한 민간 기업을 도울 때 공무원들에게 실수에 따른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도록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를 한 것이다.

중국경제 3대 아킬레스건 “부동산, 소비심리, 주가”를 직접 해결?

중국이 2024년 들어 각종 경기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가 계속 추락한 것은 정부의 3년간 부동산기업, 플랫폼 기업, 사교육 기업의 과도한 규제로 자산 가격이 폭락한 “벼락 거지 효과”와 “소비심리의 악화”가 있었다.
부동산 가격 회복을 위한 각종 정부 규제는 모두 풀었지만, 가격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있고 소비 역시 소비심리는 최저이고 소비 증가율은 2%대로 추락했다. 이 상태라면 4/4분기에 5%는 고사하고 4%대의 성장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정부가 연초 공표한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4/4분기에 성과 달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1분기 5.3%, 2분기 4.7%, 3분기에도 4.5%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는 데 4분기에 적어도 5%대의 숫자가 나와야 연간으로 4%대가 나오더라도 정부가 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체면이 선다. 중국의 3개 부분 금융 수장과 주석까지 나선 데는 경기부양의 시급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확실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verything Rally” 만든 3대 금융 수장들, 무슨 소리를 했길래?

강에 봄이 왔는지는 강에 놀고 있는 오리가 가장 먼저 안다. 중국증시에 3년 반의 긴 겨울에서 봄이 왔는지는 금융주와 증권주의 동향을 보면 된다. 9월 27일 상해증시에서는 증권주들이 줄 상한가를 쳤다. 증시에 큰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소비, 증시에 무슨 소리를 했기에 주가가 일직선 장대 주가를 보였을까? 중국 금융의 3대 수장들이 합동 발표한 내용을 보면 “Everything Rally”가 올 만한 파격의 조치를 쏟아 냈다. 통화, 부동산, 증시 안정에 7개 분야 26개의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상장사 관리다. 지수에 편입된 대형주들은 시가총액 제고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대주주가 자사주 매입하는데 중앙은행이 재대출해 준다는 조치까지 들어 있다. 금융기관들은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주식 투자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공급받아 주식을 사라는 조치까지 들어있고 보험 같은 장기투자가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주식 투자를 하라는 조치도 들어가 있다. 
또한 상장사 중에서 정부가 밀고 있는 신 품질생산력-기술 중심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지원하고 이를 위해 작은 기업들 모아 대형기업 만드는 산업구조조정에 필요한 M&A 자금까지 지원한다.

"돈 뿌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월가의 격언에 “돈 뿌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dead cat bounce)”는 말이 있다. 소비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실시하고, 증시에서는 수요진작을 위해 중앙은행 돈까지 끌어넣고, 부동산에는 그간 미진했던 지원 정책을 더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파격의 정책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정부는 자금 지원하고, 기업은 시총 관리하고, 모든 금융기관은 주식 사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간 3년간 주가 하락을 보면서 증시를 소 닭 쳐다보듯 하던 2억 명의 중국 주식 개미들도 화들짝 놀라 주식시장에 돈 퍼 넣는 바람에 거래소 서버가 마비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주식 매수 자금만 5000억 위안(스왑 펀드)+3,000억 위안(자사주 매입) 합계 8,000억 위안(152조 원)이 투입된다. 8월 말 기준 예금 잔액이 297조 위안인데 50bp 지준율인하로 시중의 유동성이 1.5조 위안(292조 원)이 풀릴 전망이고 4분기에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도 예정하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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