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이청용이 골을 넣고 골프 스윙을 했다. 그 한 동작이 며칠째 한국 축구의 한가운데를 흔들고 있다. 누구를 겨냥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경질된 신태용 전 감독을 둘러싼 ‘골프채 논란’과 베테랑들과의 불화설이 여름 내내 팀을 옥죄던 시점이었고, 그 바로 다음 경기에서 나온 제스처였다.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과 “왜 하필 지금, 왜 그렇게”라는 비판이 충돌한다. 그 장면을 ‘독’으로 볼지, ‘득’으로 볼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이 한 번의 스윙이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니라 한국 축구 문화와 팀 운영, 팬과 선수의 관계, 그리고 K리그의 공론장까지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울산은 한 시즌에 두 번 감독이 바뀌는 초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성적 부진과 내부 갈등 의혹 속에 물러났다. 원정 버스 골프채 사진이 퍼졌고, 신 전 감독은 “집으로 보내려다 실렸다”고 해명했다. 동시에 그는 “베테랑들의 항명, 바지 감독” 등 날 선 표현을 쏟아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이미 여론은 뜨거웠다. 그리고 광주전.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성공한 이청용이 관중석을 향해 골프 스윙을 했다. 이후에도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는 경기 뒤 “누가 더 진솔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남은 목표(잔류)부터 마무리하고 말하겠다는 취지였다. 선수협은 악성 댓글과 인신공격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외신도 이 장면을 받아썼다. 황선홍 감독은 “존중의 문화가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렇게 퍼즐 조각들이 한 곳으로 몰렸다.
이제 질문. 이청용의 골프 세리머니는 독일까, 득일까. 먼저 ‘독’의 논리부터 보자. 팀이 강등권 싸움을 하는 와중에, 논란의 불씨를 키우는 메시지는 경기 외적 소음을 키운다. 선수 개인의 표현이라 해도, 울산처럼 팬덤과 이해관계자가 많은 팀에서는 곧바로 조직 전체의 이슈가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성적이 모든 것을 덮어주는 시기’가 아니다. 연패와 부진이 길어질수록, 그 장면은 “하극상” “선 넘음” 같은 꼬리표로 되살아난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고참이 왜 지금, 왜 굳이”라며 분노하고, 악플이 쏟아졌다. 선수협의 법적 대응 예고도 팬들의 반발을 자극했다. “감독도 쫓아내더니 팬을 고소하나”라는 역반응까지 나왔다. 여론의 골이 깊어질수록, 다음 경기 한 번의 실수는 “봐라, 그래서 문제라 했다”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팀 운영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임시 체제는 가뜩이나 불안정하고, 선수단이 언론전과 SNS 이슈에 에너지를 빼앗기면 훈련의 질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존중의 문화’에 균열이 갔다는 상징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반대로 ‘득’의 논리를 보자. 때로는 내부의 쓴 감정을 밖으로 뱉고 나서 비로소 팀이 하나로 묶인다. 이청용은 말을 아꼈다. “부끄러운 목표(잔류)를 먼저 달성하겠다.” 세리머니는 메시지였고, 그 이후의 침묵은 책임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속이 뒤틀린 채 서로 눈치만 보며 끌려가는 분위기보다, 한번 터뜨리고 다시 경기력으로 증명하자는 방식이 팀에선 오히려 약이 될 때가 있다. 광주전과 히로시마전 연속 무실점 승리는 그 해석에 힘을 싣는다. 논란을 팀 내부 결집 에너지로 바꿔낸 사례는 축구장에서 낯설지 않다. “우리는 우리끼리 버티자”라는 정서가 확실할 때, 라커룸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무엇보다 이 사안은 선수들 입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오래 팀을 지켜본 베테랑이, 여러 감독과 함께 뛴 선수가 “여기까진 아니다”라고 느꼈을 수 있다. 국내 정서상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은 유효하지만, 그가 감내할 후폭풍을 알면서도 행동했다면, 적어도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결국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그래서 다음 일정이 더 무겁다.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 ACLE 조별리그, 잔여 리그 5경기. 이 기간 동안 울산이 보여줄 경기력과 결과가 여론의 방향을 바꾼다. 이긴다면 ‘잡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가 되고, 지면 ‘이래서 독이었다’가 된다.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울산과 이청용, 그리고 K리그가 이 상황을 실패로 남기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메시지의 주체와 순서를 정리해야 한다. 선수협의 법적 대응은 원칙적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타이밍과 문구는 더 세심했어야 한다. 팬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포한 것처럼 읽히면, 본말이 전도된다. 악성 루머와 인신공격은 분명히 선을 넘는다. 다만 “구체적인 허위사실 유포 건에 한해 증거를 모아 조치한다”는 식의 단계적 대응이 현명하다. 구단 또한 침묵만으로 버티지 말고, 최소한의 사실관계와 향후 소통 계획을 안내해야 한다. “시즌 종료 후 구단·선수단 공동 입장 발표” 같은 장치가 있으면, 여론의 불필요한 추측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라커룸의 룰을 다시 세워야 한다. 감독·선수·프런트 사이의 소통 경로, 징계와 보상 기준, 원정과 휴식의 프로토콜(예: 개인물품 탑재 규정, 미디어 응대 기준)까지 문서화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번 건은 상징적 사안이지만, 실제론 관리·소통 시스템의 허점이 빚은 문제다. “존중의 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절차에서 만들어진다. 표준이 명확하면 오해가 줄고, 오해가 줄면 감정이 덜 끓는다.
셋째, 경기장 안에서의 답을 준비해야 한다. 임시체제의 장점은 간결함이다. 공·수 전환 타이밍, 세컨드볼 대응, 세트피스 수비·공격 패턴을 2~3가지 핵심 원칙으로 묶어 반복해야 한다. 울산은 최근 두 경기에서 라인의 간격을 조여 전방 압박과 미드블록 전환을 간명하게 가져갔다. 이청용이든 루빅손이든, 경험 많은 선수에게 ‘압박의 시작 신호’와 ‘속도 조절의 기준점’을 맡기면 경기의 흐름이 안정된다. 결국 ‘세리머니’의 기억을 지우는 건 또 다른 세리머니가 아니라, 90분의 집중과 스코어보드다.

넷째, 팬과의 관계를 끊지 말아야 한다. 광주전 뒤 많은 선수가 눈물을 보였다. 그 장면은 말보다 강하다. 다음 홈경기에선 감독대행과 주장단이 짧은 사과·설명·다짐의 멘트를 준비해도 좋다. “시끄러웠다, 송구하다, 남은 경기로 보답하겠다.” 이 세 문장으로도 온도는 달라진다. 선수 개인 SNS는 잠시 정리하고, 구단 공식 채널로만 메시지를 단일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섯째, 우리 축구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의 기준을 만들었으면 한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문화가 ‘볼거리’로 소비되면, 다음 세대에게 남는 건 냉소뿐이다.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존중은 시대착오가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억지 미화도, 묻지마 비난도 지양하자. 대신 절차와 기준, 그리고 결과로 평가하자.

마지막으로 이청용 개인의 시선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 경기만 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그의 다음 인터뷰는 아마도 시즌이 끝난 뒤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팬들도 더 차분하게 들을 준비가 될 것이다. 그날까지 남은 숙제는 단순하다. 득점, 승점, 잔류(혹은 목표 달성). 축구가 좋은 데엔 이유가 있다. 결국 그라운드가 모든 소음을 덮어준다. 이번 ‘골프 세리머니’가 독으로 기억될지, 득으로 남을지는 그래서 아직 미정이다. 공은 이미 찼고, 답은 앞으로의 90분들이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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