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 남녀가 만났더니 생긴 일

김희애(56), 조진웅(47)
[리뷰:포테이토 지수 79%] '데드맨', 사건 파악 시간도 주지 않는 '2배속' 영화
'데드맨'은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인생을 되찾으려고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을 따라다닌다.

영화 '데드맨'(제작 팔레트픽처스)은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에 대한 하준원 감독의 질문과 고민의 결과물로,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의 세계를 그린다.

이름을 잘못 판 뒤 제목 그대로 죽은 사람이 된 이만재(조진웅)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뒤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화는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를 미덕으로 한다.

저축은행 파산 사태로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만재는 장기를 팔러 갔다가 주저한다. 그러다 "이름도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지사장의 세계에 입성한다.

만재는 탁월한 계산 능력으로 단숨에 업계 에이스에 등극하고 7년 동안 승승장구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00억원 횡령 누명을 쓰고 중국의 한 사설감옥에 갇힌다. 그 사이 한국에서 만재는 이미 죽은 사람이 됐다.

그렇게 3년 동안 사설감옥에 수감된 만재에게 어느 날 정치 컨설턴트인 심 여사(김희애)가 찾아오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이한다. 심 여사는 1000억원이 정치자금으로 세탁됐다고 보고, 그와 함께 사건의 배후를 쫓기 시작한다. 여기에 만재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는 공희주(이수경)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합류한다.

세 사람은 1000억원을 설계한 진짜 배후를 쫓는다. 최종 보스로 향하는 과정이 마치 게임 퀘스트를 깨듯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브로커, 가짜 '쩐주', 국회의원, 후원회장, 인장가, 클럽 MD 등 바지사장 세계 속 복잡한 먹이사슬을 이루는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사설감옥에 수감됐던 이만재는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와 횡령 사건의 배후를 쫓기 시작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데드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년)의 공동 각본을 맡은 하준원 감독의 데뷔 작품이다. 하 감독이 5년에 걸쳐 실제 바지사장의 세계를 조사한 만큼 영화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들의 실체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동시에 이름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흥미로운 데뷔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렇지만 영화는 곧바로 아쉬운 점을 드러낸다.

정경유착을 깊숙하게 다루는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전달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관객이 각 캐릭터에 이입하거나 사건의 흐름을 파악할 시간조차도 주지 않고 스피드하게 질주한다. 여기에 위인들의 명언과 은유, 상징법까지 더해져 어지러운 느낌마저 안긴다.

그러다 보니 만재 일행이 정착 최종 보스로 향하는 과정에서 관객에 선사해야 할 카타르시스가 적다. 그저 빠르게 함께 달려나갈 뿐이다.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 범죄 추적극이 줄 수 있는 재미 요소는 갖췄으나 서사가 쌓일 시간이 부족하니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들의 연대도 쉽게 와닿지 않는다.

다만 설 연휴를 겨냥한 '소풍' '도그데이즈' 등과 장르적인 차별화를 이뤘다는 점은 영화의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데드맨'은 노년의 우정을 그린 '소풍', 반려견 소재로 위로를 안기는 '도그데이즈'과 2월7일 나란히 개봉한다.

'데드맨'은 설날 연휴를 겨냥해 2월7일 개봉한다.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감독: 하준원 / 출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외 / 장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복수 / 개봉: 2월7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