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서울 경리단길이 확 뜬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전국의 O리단길들.

뭐 만하면 리단길을 붙이니까, 아예 블리자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보스인 일리단의 이름을 따와서 일리단길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수많은 리단길 중에 요새 가장 핫한 곳은? 바로 용리단길이다.

주로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상권을 뜻하는데, 분위기 좋고 맛있는 식당이나 까페가 많다.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파브리키친도 여기에 있고, 유명 빵집들도 주말엔 웨이팅이 기본.

근데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처럼 한때 잘 나가다 이제는 망해버린 곳들이 많은데, 용리단길도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메일로 “용리단길도 다른 곳처럼 망할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용리단길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진걸까?

원래 요 지역은 오래된 주택이 주를 이뤘던 노후화된 동네였다. 근방에 용산 미군 기지가 있어 개발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2003년 기지 이전이 공식화되고 국제업무지구,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다 빵 뜬 건 2017년 신용산역 바로 앞에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들어오면서부터다.

2021년에는 BTS가 소속된 하이브 본사까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LG유플러스, 삼일회계법인, 웰컴금융그룹까지 신용산에 몰리면서 용리단길은 명실상부 직장인들이 몰리는 장소가 됐다.

현대적인 식당과 분위기 있는 노포가 공존한다는 것도 용리단길만의 강점.

한때 이곳은 낙후된 지역이라 임대료가 저렴했고, 젊은 셰프들과 창업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살려서 리모델링 해 특색있는 가게를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대원식당, 정성손칼국수같이 오래된 노포들도 아직 남아 있다. 노후화된 주거지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특색 있는 지역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

용리단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도 있다. 바로 남준영 셰프. 문화기획사 ‘TTT’ 대표로서, 11개 매장, 연매출 100억을 달성한 사업가이자 스타 셰프다.

그는 2019년 ‘효뜨’를 시작으로 꺼거, 키보 등 용리단길에서만 6개 매장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용리단길유행을 이끌었다.

대기업이 들어서고 핫한 식당과 까페가 몰리면서, 용리단길의 월평균 매출액은 2019년 대비 올해 343% 급증했다.

근데 이렇게 잘 나가는 용리단길을 두고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경리단길, 홍대, 가로수길처럼 될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 상인들이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용리단길을 포함한 신용산 상권의 임대료는 말도 못하게 뛰고 있는 상황.

[용산의 한 부동산A]
몇 년 사이에 임대료가 한 2-3배는 기본으로 올랐죠. 권리금도 2억, 3억씩도 받는 곳도 있고 그러니까...

실제로 현재 신용산역 부근 상가 월 임대료를 살펴보면 평당 30만원 이상 받는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사실은 서울의 가로수길 이런 데 다 망했잖아요. 이렇게 자본이 막 밀고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그 거리의 활성화가 지속되기 어렵다.

요런 추세를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용리단길 대표 맛집인 베트남 식당 ‘효뜨’ 얘기다.

이 식당은 2021년 월세 470만원에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다 3개월 이상 월세를 연체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상실하게 됐다.

이후 임대인이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려 재계약 할 것을 제안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커졌다. 다 떠나서 용리단길의 가파른 임대료 상승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효뜨는 현재 6년간 장사했던 용리단길 중심지를 떠나 신용산역 부근으로 옮겨 장사를 하고 있다.

다만 용리단길이 근 시일 내에 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직장인이 많은 상권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유행이 꺼지더라도 상권을 지탱해주는 ‘기본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경리단길처럼 갑자기 상권이 죽지는 않는다는 거다.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생활 인구 자체가 많은 지역인 거예요. 그래서 다른 지역과 동일한 절차를 밟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용리단길 같은 사람이 몰리는 동네에 젠트리피케이션은 언젠가는 닥칠 숙명같은 건데, 그 속도를 좀 늦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박진아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가장 큰 문제는 뭐냐면,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거거든요. 10년, 15년, 20년 걸렸던 게 한 3년, 5년 이렇게 확 변하는 거예요. 천천히 변하면 그나마 좀 적응을 할 수 있는데, 너무 빨리 변할 때 크게 문제가 되고 빨리 획일화된다는 거죠.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점차적으로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면은 큰 부작용이 없어요. 임대료와 업종의 순환이 너무 빨라질 때 그때 부작용이 생기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