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웃은 회사들…"돈 많이 벌었네" 이탈리아 '횡재세' 이번 대상은

김하늬 기자 2024. 10. 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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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횡재세'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2년 전 에너지기업에 부과했던 횡재세의 일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약 석달 만이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들의 순이자 수익에 40% 횡재세 도입을 발표했다.

헌재는 2022년 에너지기업에 부과됐던 횡재세가 일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난 6월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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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횡재세'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2년 전 에너지기업에 부과했던 횡재세의 일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약 석달 만이다. 이번 횡재세 대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실적이 급증한 방산기업이 될 전망이다.

30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단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날 멜로니 총리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민관에서 만나 양국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2024.07.30. /로이터=뉴스1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안카를로 조르제띠 재무장관은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블룸버그는 "조르제띠 장관은 방위산업 기업의 수익이 급증했다고 언급했다"며 사실상 횡재세 대상이 방산업체일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 주최 '금융의 미래'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조르제티 장관은 "여러 산업군에 적용할 세금을 검토중"이라면서도 "이익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개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한 국가 전체가 수행해야 할 노력의 일환"이라고도 말했다.

특히 방산업체를 예로 들었다. 조르제띠 장관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전쟁 속에서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 세계적 갈등이 커질수록, 방산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횡재세의 잠재적 타깃이 방산이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다만 행보는 조심스럽다. 블룸버그는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기업 임원들이 정부 계획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작년에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발표 직후 증시에서 은행주가 대폭락하자,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조르제티 장관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들의 순이자 수익에 40% 횡재세 도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선 '슈퍼 부자'에 대한 증세를 확정했다. 신규 거주자의 해외 수입에 대한 연 고정세를 현행 10만유로에서 두 배 올린 20만유로(약 3억128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승인하면서다.

헌법재판소가 횡재세에 대해 일부 위헌이라고 판결내린 점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헌재는 2022년 에너지기업에 부과됐던 횡재세가 일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난 6월 판결했다.

이를 의식한 듯 조르제티 장관은 "모든 조치는 이탈리아 헌법에 따른 정부의 권한과 일치할 것"이라며 "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여하도록 촉구하는 호소가 있다. (세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고 발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사실상 기업들에 '자발적인 기여'를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은 은행, 보험, 기타 금융회사들과 만나 어닝서프라이즈와 관련, 정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탈리아 은행연합회는 "국가 예산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은행연합회는 "이런 조치는 일시적이어야 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은행 경쟁력이 유럽 경쟁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함께 냈다.

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번 세수를 늘려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EU가 정한 3% 한도도 훌쩍 넘긴 상태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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