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키며 정부와 대화하자" 중재 나선 의대 교수들, 내놓은 제안은

정심교 기자 2024. 2.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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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업무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2.23.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책을 놓고 정부와 의사집단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이 중재자로 자처하며 등장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첫 주말에 의대 교수들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나서면서 다음 주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24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필수 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속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음 주 예견된 의료 공백 확대 우려를 일축했다.

이들은 "의대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절망에서 벗어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다시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이번 주말 이후 국내 의료 현장의 혼선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응급 수술 등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 의대 교수 등까지 단체 행동을 나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내부 논의 끝에 의료 현장을 지키면서 정부와 우선 협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이 나왔다.

이 성명서에는 가톨릭의대, 가천의대, 강원의대, 건국의대, 경북의대, 경상국립의대, 고대의대, 대구가톨릭의대, 순천향의대, 연대의대, 영남대의대 등 전국 의과대학 및 병원 교수협의회 회장이 참여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붕괴의 다른 원인은 손대지 않고 정원만 크게 늘리는 것은 잘못된 정책 결정"이라면서 "신중함과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한 의료정책을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시스템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2.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제시한 새로운 가능성은 '정확한 의료 인력 추계를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이다. 기존 협의체와 달리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협의체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는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갈등이 심화할수록 의료계 내에서 개원 의사나 종합병원 의사, 각 전문 진료과목별 별 분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봉합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단체와 협력하면서 제자인 전공의들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최근 수년에 걸쳐서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해결책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방관했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소명임은 분명하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 학생 휴학 결정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사들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현 의료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행동 후 첫 주말을 맞은 가운데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의료 공백 여파가 이어졌다.

뉴스1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첫 주말.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병원은 응급실은 '빨간불'(사용할 수 있는 병상 수 50% 미만) 상태가 이어졌다. 응급의료포털에서 확인한 결과,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대학로의 서울대병원은 26개 일반 병상이 모두 가동된 상태이며, 환자 4명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신촌의 세브란스병원은 응급 환자 4명이 자리 나길 기다리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소아 응급실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서울 빅5 병원의 경우 응급실 환자들은 대기가 길어지면서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입원은 대부분 거절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8건의 119구급차량 지연이 발생했다.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를 시작하고 나흘 동안 발생한 5건에 비해 급격하게 증가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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