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촬영이 거의 끝난 상황에서 주연 배우가 갑자기 하차한다면 남겨진 사람들은 사상 초유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미 공들여 찍은 장면을 통째로 폐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칫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체 20회 중 18회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남자 주인공이 전격 교체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제작진은 새로운 배우를 긴급 투입해 대대적인 재촬영을 감행했고, 이미 전파를 탄 회차까지 다시 찍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제작 현장의 모든 상식을 뒤엎은 위기를 딛고 결방 없이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지켜낸 2021년 KBS2 사극 《달이 뜨는 강》의 숨겨진 기록을 되짚어봅니다.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당찬 공주 평강과 순박한 청년 온달의 사랑, 그리고 왕실을 둘러싼 권력 다툼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20부작 퓨전 사극입니다.
배우 김소현이 주체적인 삶을 개척하는 평강 역을 맡았고, 초반에는 지수가 온달 역으로 캐스팅되어 극을 이끌었습니다.
탄탄한 서사와 웅장한 연출로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지만, 예상치 못한 장외 변수가 터지면서 드라마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됩니다.
주연 배우의 하차라는 전무후무한 악재가 제작 현장을 덮쳤기 때문입니다.

작품에 대위기가 찾아온 시점은 2021년 3월이었습니다.
온달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아주던 지수에게 학폭 의혹이 제기되었고, 논란이 커지자 그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뒤 드라마에서 불명예 하차했습니다.
당시 드라마는 이미 6회까지 방영된 상태였지만, 진짜 끔찍한 문제는 촬영 진도였습니다.
전체 20부작 중 무려 18회 분량의 촬영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사실상 거의 다 만든 작품의 남자 주인공을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지수의 빈자리를 채운 구원투수는 배우 나인우였습니다.
7회부터 긴급 투입된 나인우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준비할 겨를도 없이 카메라 앞에 서야 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제작진의 과감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미 방송된 1회부터 6회까지의 분량 역시 새 온달인 나인우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주연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극한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대공사였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주연 교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지지 보냈다.
나인우가 온달로 첫 등장한 7회는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안착했고, 마지막 회까지 흔들림 없는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달이 뜨는 강》은 방송 기간 내내 동시간대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수많은 스태프의 헌신과 재촬영이라는 피나는 노력 덕분에 사상 초유의 위기를 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무사히 종영했으나, 주연 배우 하차로 발생한 후폭풍은 수년 동안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작사 캔버스엔은 지수의 전 소속사인 키이스트를 상대로 재촬영 비용 등 약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는 배상액이 약 8억 8천만 원으로 조정되었으며, 2026년 6월 키이스트 측이 상고를 취하하면서 최종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소식은 2026년 7월 언론을 통해 다시 한번 조명받으며, 방송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와 책임의 무게를 묵직하게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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