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10세 소년부터 79세 최고령까지...세대 넘어 하나 된 ‘완주의 기쁨’
2030세대 MZ 러닝크루 대회장 '활력'
형제·부부·쌍둥이 아빠의 뭉클한 사연
"함께 뛸 때 더 오래, 멀리 뛸 수 있어"

23회 호남마라톤 대회에는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달리는 참가자들이이 눈길을 끌었다.
19일 오전 광주 승촌보에서 출발해 나주 영산교 부근을 돌아오는 '호남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출발점 앞으로 모여 진행자들의 구호에 맞춰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생애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는 70대 어르신부터 부부 동반 참가자, 2030 러닝크루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페이스 메이커들 또한 노란 풍선을 달고 달리미들 사이에서 '명품조연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호남마라톤을 자신의 '생애 마지막 공식 대회'로 선언한 장영현(76)씨의 사연과 감동적인 완주 현장은 눈길을 끌었다.
장씨는 지난 2005년 해남 마라톤을 시작으로 22년 동안 60여 회의 대회를 완주한 베테랑 러너다.
출발 전 장씨는 "70대 중반이 넘어가니 체력적으로 힘이 부치는 게 느껴져 올해로 공식 대회 출전은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기록보다는 기권 없이 다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 시간여 뒤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하며 22년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장씨는 "노인들을 대표해 뛰는 것만 같아 나름의 책임감을 가지고 뛰었는데 막상 끝났다고 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한 어린이들의 끈기와 열정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지음(10)군과 조유찬(12)군은 "10㎞ 완주를 목표로 '재밌게 하자'는 생각으로 달리다보니 더 빨리 뛸 수 있었다"며 "마라톤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매력이다"고 어른스럽게 말하자 주변 성인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끈끈한 형제끼리의 유대감을 안고 달린 이들의 열정도 엿볼 수 있었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형제 러너' 김민규(32)·김승규(29)씨는 하반기 풀코스 마라톤 도전을 앞두고 실력 점검차 이번 대회에 나섰다.
김민규씨는 "사는 곳은 다르지만 최대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 날짜를 맞춰 함께 뛴다"며 동생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가족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아 출전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출근전 이른 아침 시간을 활용해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박상수(47)·김현서(45) 부부는 10㎞를 나란히 완주했다.
생애 첫 마라톤 대회에 나선 아내 김씨는 "남편과 함께 아침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덩달아 대화도 많아지고 공통된 관심사가 생겼다. 실전은 처음이라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는데 무사히 완주해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었다.

초보 마라토너와 2030 세대의 러닝크루도 대회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운동 많이 된다', '자기 전에 생각 많이 날 거야' 등 요즘 유행어가 적힌 단체복을 입고 대회 참가한 러닝크루는 대회에 볼거리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