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 1년'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난방 약세 뒤집을까
보일러 사업 계열사 귀뚜라미, 4년 만에 적자전환
냉방·냉동 신사업 성장…여전히 매출 1위는 보일러
[더팩트|우지수 기자] 귀뚜라미그룹의 근간인 보일러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냉방 등 신사업이 성장하는 것과 달리 보일러 사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지주사 경영을 맡은 창업주 최진민 회장의 복귀 1년 차가 다가오는 가운데 올해 본업인 보일러 경쟁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난방 보일러를 생산하는 귀뚜라미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2022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귀뚜라미는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귀뚜라미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가장 높다.
귀뚜라미는 지난 2019년 영업손실 42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3년간(2020년~2022년) 흑자를 냈다. 다만 2019년 감사보고서는 당시 귀뚜라미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당해 11월~12월 사업 실적만을 반영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귀뚜라미 영업손실은 지주사 체제 첫 연간 적자인 셈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지난 2019년 11월 계열사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를 하나로 합친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를 설립했다. 지주사 설립과 함께 최진민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송경석 전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당시 그룹 경영관리본부장)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했다.
최진민 회장은 지난해 11월 지주사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본업인 보일러 사업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공학박사 출신 최 회장은 21세에 보일러 회사를 설립한 난방기기 전문 기술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귀뚜라미홀딩스는 냉방 등 신사업이 성장하면서 지난 4년간 최대 매출액·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귀뚜라미홀딩스 연결 매출액은 1조2372억원,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13.5%씩 성장했다.
이 같은 귀뚜라미그룹 실적을 견인한 계열사는 귀뚜라미범양냉방(반도체·바이오·데이터센터용 냉동공조 장비 판매), 신성엔지니어링(산업 시설 냉난방공조, 클린룸 시스템 공급), 센추리(원자력 발전소·조선 산업 특화 냉동공조 솔루션)다. 지난해 세 회사 영업이익을 더하면 374억원으로 같은 기간 귀뚜라미홀딩스 연결 영업이익의 93%에 달한다.
냉방 사업 부문이 성장하고 있지만 귀뚜라미그룹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는 보일러 사업을 운영하는 귀뚜라미다. 귀뚜라미그룹이 보일러 사업 적자를 벗어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귀뚜라미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408억원으로 귀뚜라미범양냉방(2355억원), 신성엔지니어링(2183억원), 센추리(1811억원)보다 많았다. 지난해 지주사 감사보고서 상 귀뚜라미의 순자산가액도 3484억원으로 계열사 중 가장 크다.
최 회장의 귀뚜라미 보일러 사업 청사진은 해외 시장 공략이다. 귀뚜라미는 그룹 냉방, 공조 사업 등 연계 효과를 꾀해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액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20개국으로 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10% 수준이다.
현재 귀뚜라미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지난해 7월 부임한 김학수 대표다. 김 대표는 귀뚜라미 해외영업본부장을 지내면서 북미 지역 신제품 출시, 러시아 법인 설립, 중국 법인 안정화 등 성과를 냈다. 지난 2월에는 러시아 최대 냉난방 전시회에 참가해 현지 맞춤형 난방 솔루션을 선보였다.
최 회장은 지주사 대표이사 복귀 당시 "생성형 AI 기술이 가져올 사업 전반에 대한 대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그룹 비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겠다"며 "핵심자산인 난방·냉방·공조·에너지 기술의 동반 상승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이 경영 복귀 첫 해인 올해부터 보일러 사업을 크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업계 의견이 나온다. 올해 국내 보일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해외 사업 비중이 아직 적은 귀뚜라미 입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시장은 올해 건설 경기 등 침체와 맞물려 수요가 줄었다. 국내 사업 비중이 큰 회사들은 예년보다 사업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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