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과장님 육아 부담, 회사가 책임질게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포스코 13년 차 과장 황모(36)씨는 오전 7시 아이 등교 준비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출근 준비와 아이 등교 준비를 같이하는 직장인과는 다르다. 황씨는 아이 아침밥과 책가방을 챙겨주고 오전 8시 거실로 출근한다. 배우자 편에 등교하는 아이를 보내고 오전 8시부터 집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4시간 집중 업무가 끝나면 12시에 노트북을 덮고 퇴근한다. 황씨는 12시30분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후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황씨는 하루 4시간만 재택 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 제도’를 사용 중이다.
저출생과 육아 문제가 사회적 고민거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육아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과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주는 정도의 복지가 있었다면, 이제는 육아기 재택근무, 유연근무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원들의 육아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육아 특강을 수시로 여는가 하면 사내 어린이집을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이 이처럼 적극적인 육아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저출생 문제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양육 고민을 적극적으로 덜어주면서 한창 일할 시기인 30~40대 육아기 대리·과장들의 인력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업들, 각종 육아 지원 프로그램 내놔
육아기 재택근무를 확대하거나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육아 시간을 보장해 주는 기업도 늘고 있다. 포스코는 만 8세 이하 자녀 1명당 최장 4간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지난 2020년 도입하고, 근무시간도 8시간 전일 근무와 6시간, 4시간 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본 연봉은 동일하고 성과급과 수당만 근무시간에 따라 차이를 둔다.
LG디스플레이도 ‘육아기 자율근무제’를 작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출근 시간과 재택 시간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를 코어 시간으로 정하고 이때 사무실에 있으면 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아이 등·하원 시간을 보장해 주고 있다.
기업이 육아 전문 업체와 협업해 육아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육아 전문 업체인 ‘오은영 아카데미’와 협업해 자녀 양육을 중심으로 맞춤형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대차 양재 본사에서 근무 시간 중 한 달에 2번, 1시간 반씩 진행된다.
밤 10시까지 아이를 맡아주겠다고 나선 회사도 있다. HD현대는 지난 9일 경기 성남시에 마련한 신사옥 글로벌R&D센터(GRC) 내에 300명까지 보육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이 어린이집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시간 맡아주는 게 특징이다. 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채택하거나 귀가가 늦어진 경우에도 상황에 맞춰 등·하원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0∼5세 자녀를 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워킹대디·워킹맘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리보딩(Re-boarding)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복직 시 희망 부서에 우선 배치해주고 재택근무도 지원해 준다.
◇日서는 육아휴직 쓰면 동료에 응원 수당도
우리나라보다 저출생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정부가 직접 기업들에 재택근무나 근무 일수 단축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지난 2016년부터 육아 때문에 사표를 내는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일주일에 단 2시간만 회사에 나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파격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육아 휴직으로 생긴 업무 공백을 메우는 동료에게 ‘응원 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대형 보험사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오는 4월부터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의 팀 동료에게 최대 10만엔(약 98만원)을 응원 수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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