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거취, 축구협회가 스스로 판단해야”

■ 문체부, 감사 결과 발표… “축구대표 감독 선임 절차 불공정”
권한 없는 이임생이 추천 개입
질문지·참관인도 없이 면접 진행
이사회 일부 이견에도 최종의결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홍 감독의 해임을 요구하지 않았고 거취에 대해서는 축구협회의 자율적 판단을 주문했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부적정한 감독 선임 문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개입과 다른 후보자들과 다른 면접 등을 지적했다. 이 이사는 지난 6월 사퇴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대신했다. 문체부는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이 아니며 감독 추천 권한이 없음에도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후보자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며 “홍 감독과 대면 면접 과정은 질문지와 참관인 없이, 장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홍 감독)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요청하는 등 다른 면접 상황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 이사회가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형식적으로 통과시켰다고도 밝혔다. 문체부는 “이사회 이사 중 일부가 ‘서면 결의가 단순 요식행위에 가부 판정으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으나 의결정족수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고 전했다.

문체부는 그러나 홍 감독의 해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축구협회는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전력강화위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문체부는 “당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전력강화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후보자 20여 명에 대한 접촉을 진행하는 등처음부터 전력강화위를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의 이사회 선임 절차 누락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 대해선 인정하지 못한다고 답변서를 보냈다. 문체부는 10월 말에 축구협회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 이를 반영해 종합적으로 처분 수위를 결정한 후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