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옷을 얼마나 자주 구입할까요?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옷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죠. 작년에 입었던 니트를 꺼낼까, 새로운 트렌치코트를 장만할까 하고요. 스파 브랜드(기획·생산·유통을 직접 하는 의류업체 브랜드) 등장으로 패션 소비의 변화 속도도 빨라졌어요. 문제는 이런 소비 패턴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거예요. 쉽게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환경에 큰 부담을 주고 있거든요. MZ세대는 옷을 얼마나 자주 사고 버릴까요? MZ 맞춤형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어피티'가 머니레터 구독자 461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옷의 구매빈도와 구매처, 한 달 평균 의류비 등 MZ세대의 패션 소비 습관과 패스트 패션에 대한 생각을 알아봤어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유행과 환경 사이
패스트 패션에 대한 MZ들의 생각은?
옷 구매? “1년에 10벌 정도”

1년에 옷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 묻는 질문에 ‘6~10벌(36%)’, ‘1~5벌(25%)’, ‘11~20벌(24.7%)’ 순으로 나타났어요. 주목할 만한 점은 ‘20벌 이상’도 13%에 달했다는 거예요. 평균 10벌을 구매하는 셈이에요.

아이돌이 입어서 한동안 유행했던 ‘테니스스커트’라든지 Y2K(Year to 2000) 열풍으로 다시 뜨고 있는 ‘버뮤다팬츠’ 등이 의류 쇼핑몰 인기 차트에 올라 있는데요, MZ세대는 옷을 구매할 때 유행을 얼마나 따라갈까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59%가 ‘유행을 따라 옷을 구매한다’고 해요. 물론 ‘유행에 따라 옷을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도 36%에 달했고 5%는 ‘유행과 상관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만 구매한다’고 대답했어요. 무조건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이나 필요에 맞는지 따져보고 고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옷은 얼마나 오래 입을까요? 절반 이상인 53.3%가 ‘3년 이상 입는다’고 대답했어요. 더 구체적으로는 ‘3~5년’이 26.2%, ‘5년 이상’이 27.1%에 달했어요. ‘2~3년’도 27.1%인 것을 보면 10명 중 8명은 최소 2년 이상 입는다는 뜻이죠.

Z세대 대학생 님은 “대학 새내기 때는 싼 옷을 사서 금방 입고 버렸지만 이제는 최소 3년은 입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옷을 사요. 옷 가격을 예상 착용 횟수로 나눠 한 번 입을 때마다 얼마인지 계산해보면 비싼 옷도 실제론 경제적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30만 원짜리 겉옷을 1년에 50번, 5년 동안 입으면 한 번 입을 때 1200원밖에 안되니까요”라고 말했어요.

한 달 평균 의류비는 34.9%가 ‘5만 원 이하’, 34%가 ‘5만~10만 원’이라고 답했어요. ‘10만~20만 원’도 22.8%나 됐어요. 옷 한 벌에 대한 평균 지출을 살펴봤더니 ‘2만 원 미만’이 3.3%,‘2만~3만 원’이 21.7%, ‘3만~5만 원’이 39.9%, ‘5만~10만 원’이 26.2%로 5만 원 이하가 64.9%에 달했어요.

옷 구매처로는 ‘스파 브랜드(318명)’와 ‘보세 의류(267명)’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는데요. 스파 브랜드는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면서도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췄고 보세 옷은 저렴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많기 때문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MZ세대한테 딱이라는 것이죠. 그 외 ‘메이커 의류(211명)’, ‘디자이너 브랜드(129명)’, ‘중고 의류(50명)’, ‘명품 브랜드(6명)’도 있었어요.

중고 의류의 인기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요. 환경과 관련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기도 했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하는 중고 의류를 통해 독특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MZ세대가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요? 45.1%가 ‘디자인’이라고 답했어요. 그다음으로는 ‘가격(25.6%)’, ‘원단 소재 및 품질(22.1%)’이었어요.

패스트 패션? “환경 문제 알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50.5%

패스트 패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식이 실제 소비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들여다봤어요. ‘패스트 패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73.1%인 반면 ‘전혀 들어본 적 없다’가 15.8%, ‘이름만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11.1%에 그친 것을 보면 대부분의 MZ세대는 패스트 패션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옷을 살 때 환경 문제를 고려하는 비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환경 문제가 옷을 선택할 때 영향을 끼치는지 물어본 결과 ‘조금 신경 쓰지만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35.3%)’,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15.2%)’는 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27.8%)’, ‘상당히 신경 쓰고 영향을 끼친다(16.5%)’, ‘항상 고려해 옷을 선택한다(5.2%)’보다 약간 많았어요.

Z세대 신신 님은 “옷을 구매하는 것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탓인지 실제로 옷을 살 때는 그 사실을 잠시 잊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의류 산업의 환경 오염 문제가 일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구매 욕구를 이길 만큼 직접적으로 체감하지는 못한다”, “나를 가꾸고 드러내는 것과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등의 의견도 많았어요.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환경 문제를 고려한다’고 답한 사람 10명 중 1명은 의류 폐기물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의류 산업의 명과 암에 대해 알게 됐다고 언급했어요. 특히 소나 코끼리가 풀 대신 의류를 먹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해당 다큐멘터리를 본 후 옷을 살 때 환경 문제를 더 많이 고려하게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어요.

“지속가능한 패션 소비 위해 노력해요”

이와 함께 패션을 소비하는 자신만의 지속가능한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유행하는 옷, 싼 옷들을 많이 사서 입고 버렸지만 지금은 구매할 때도 신중하게 하고 원단을 따져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위주로 사요”라고 말한 M세대 슈딘 님과 비슷한 의견이 많았어요. 또 많은 응답자가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옷 구매 자체를 줄이고 구매한 옷도 수선해서 오래 입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어요.

“3~4년 정도 시즌별로 입고 이후에 중고 애플리케이션(당근, 차란) 등을 이용해 처리해요”라는 식의 책임 있는 소비도 늘어나고 있었어요.

진정한 멋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책임 있는 소비,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많은 MZ세대는 이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실천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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