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자영업자 ‘비상 사태’
어수선한 시국에 회식·단체 모임 취소 잇따르며 ‘12월 특수’ 실종
광주 지난해 폐업자 2만6000여명으로 껑충…끝모를 불황에 시름
윤석열 정권의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자 연말 회식, 단체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고물가, 고금리로 삼중고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안한 국내 정세로 ‘12월 특수’마저 실종된 것이다.
10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A(50)씨는 “탄핵 정국 이후 단체예약을 통틀어 40명 자리가 취소됐다”고 토로했다.
12월이면 단체 회식을 위해 예약전화가 빗발치곤 했는데, 올해는 예약 취소 전화만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엄령 선포 이후 시민들이 안전의 위협을 느낀데다 불안한 정세에 ‘먹고 마시며 놀 때가 아니다’는 인식이 자리잡아 회식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연말 특수까지 제대로 누리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며 “정치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시급하게 정국을 안정시켜야 서민들도 일상으로 돌아가 먹고 살 것이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광산구 송정동에서 떡갈비 가게를 운영하는 B(47)씨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B씨 가게에서는 당장 이번 주에만 단체 예약 4건이 줄줄이 취소됐다. 인원 수로 따지면 40명이 넘는 손님이 하루아침에 빠져나간 것이다.
B씨는 “불경기에 단체 예약 손님이 얼마나 소중한데, 예약취소 연락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대통령은 왜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해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사는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원망했다.
광주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코로나19 이후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게시된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광주 지역 폐업자 수는 2019년 2만 5331명, 2020년 2만 4639명, 2021년 2만 4079명, 2022년 2만 3101명으로 차츰 줄어들다가 2023년 경기 침체로 2만 6064명으로 급증했다.
경제 침체로 인한 타격은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컸다. 지난해 폐업자의 업종은 소매업(7056명, 27.0%), 서비스업(5922명, 22.6%), 음식업(4741명, 18.1%)이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될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환율 상승, 주식시장 침체 등 여파로 금융권이 흔들리면서 자영업자들은 대출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받은 정부 대출에 대한 상환 날짜가 도래하는 가운데 추가 정부 대출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벼랑끝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이 기댈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김형 광주소상공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 식당에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자영업자들이 고사할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손님들이 죄다 서울로 집회하러 간 모양이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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