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위기설' 퍼스트리퍼블릭 구제…나스닥 2.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큰 폭 반등했다. 스위스계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공포가 커지나 했지만,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불안 심리를 잠재웠다. 특히 미국 주요 은행들은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거론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공동으로 구제하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7% 상승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6% 올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48% 오른 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관련 소식과 함께 등락했다. 장 초반만 해도 이 은행 주가가 30% 안팎 폭락하면서 3대 지수 역시 약세 압력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퍼스트리퍼블릭이 매각을 포함한 자체적인 안정화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고, 주식 투매 현상은 더 강해졌다. 앞서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과 피치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로 하향했다.
그러나 미국 초대형 은행들이 공동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들이 총 250억달러(약 33조원) 이상을 투입해 퍼스트리퍼블릭을 구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고, 3대 지수는 곧바로 고공행진을 했다.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가 살아난 것이다.
이후 장 막판 미국 11개 은행들은 성명을 통해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해 공동으로 구제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번 조치는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4대 은행으로 꼽히는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는 각각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25억달러씩을, US 뱅코프,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오브뉴욕멜론은 각각 10억달러씩을 투입하기로 했다. WSJ은 “어떤 구제 협상이라고 해도 주가 하락과 예금자 이탈이라는 퍼스트리퍼블릭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10.24% 뛰었다.
전날 위기설이 돌았던 CS 역시 살아났다. CS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CS 주가는 19.15% 급등했다. 스위스 정책당국이 CS에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안도한 것이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디마르 호프눙 연구원은 “스위스 국채에 대해 유지하고 있는 최상위 등급(Aaa) 평가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뉴욕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채권금리 상승). 현재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214%까지 올랐다. 20bp(1bp=0.01%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87%까지 뛰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달 25bp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CS 사태 직후여서 관심을 모았던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는 예상 밖 빅스텝으로 결론 났다.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50bp 인상했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3.00%와 3.75%로 50bp씩 올리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CS 위기설까지 겹치자, ECB가 25bp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ECB는 이같은 예상을 깨고 50bp 빅스텝을 밟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 단호하게 싸울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을 때 물가 상승 기조를 유지한다면 추가로 (인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CS 위기설 등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은행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강한 상태”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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