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CTV 속 '일본도 살인' 현장…처참한 상태로 병원까지 32분

오승렬 기자 2024. 9. 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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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일본도 살인사건의 전말
[앵커]

뉴스룸의 탐사보도 트리거, 오늘(3일)은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을 추적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범행 과정이 담긴 CCTV를 입수했는데, 당시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끔찍했습니다.

먼저 오승렬PD입니다.

[오승렬 PD]

여느 날 같은 여름밤이었습니다.

[피해자 부인 : 그 뒷모습 그 옷 다 기억하고 있는데 왜 그러고 나가는데 갑자기 안 들어와 분명히 다 같이 잘 준비하고 어제 같은 날 그제 같은 날 똑같은 날 보내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그 사람이 저녁에 사라졌어.]

아내, 아이들과 함께 있던 피해자는 집 앞에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왔습니다.

그때, 아파트 CCTV에 길 건너편의 남성이 다가가는 게 찍혔습니다.

같은 단지에 사는 37살 백모 씨입니다.

일본도를 넣은 골프 가방도 보입니다.

잠시 뒤 백씨로부터 어깨를 베인 피해자가 경비초소 앞으로 다급하게 달려옵니다.

경비초소는 울타리로 막혀있는 상황, 피해자는 경비원에게 도움을 청하며 신고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백씨가 칼을 들고 쫓아옵니다.

필사적으로 피하고, 그만하라고 하는데도, 백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휘두릅니다.

당시 경비원은 신고하는 중이었습니다.

[피해자 부인 : 그렇게 살려고 도와달라고 갔다는데 얼마나,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피해자는 결국 몇 걸음 옮기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맙니다.

[목격 주민 : 경찰차도 많이 왔었고 범인은 이미 집으로 도망간 상태였고 피해자 피 엄청 흘리고…]

[피해자 부인 : 저희 집이 정문이 보여요. 그곳이 거실 베란다를 열면 그쪽이 보이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섬찟해서 놀라가지고 왜 신랑 안 들어와, 미친 듯이 전화를 했어요. 안 받아 왜, 왜 안 받아, 아니야, 아니야 받아야지, 왜 안 받아.]

CCTV에서 사라진 백씨는 잠시 뒤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온몸에 피가 묻어있고, 일본도는 범행의 충격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태연히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거나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기도 합니다.

이후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방 안에 앉아 있다가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선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생각했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 유족들을 더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남언호/변호사 :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 이 행위를 하였습니다'라고 대답을 했거든요. 그런데 피해자는 중국 스파이도 아니었고요. 이건 허위 사실을 적시를 한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지금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유족 : 아직도 안 믿겨져요. 나 지금 바로 퇴근해서 돌아올 것 같은데 퇴근해서 올 것 같은데 어제도 안 돌아오고 집이 너무 싫어요. 아침에 눈 뜨는 게 너무 싫어 눈 뜨면 인정해야 되는데 꿈에서 깨기 싫은데 이러면서…]

[앵커]

피해자는 일본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한동안 의식을 유지하며 버텼습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피해자를 더 빨리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던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어서 임지수 기자입니다.

[임지수 기자]

그날 밤 11시 27분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합니다.

신고 3분만입니다.

주변을 살피고, 목격자를 찾습니다.

2분쯤 뒤, 119구급대가 도착해 피해자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몸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119 구급활동일지에는 옆구리와 어깨, 손가락, 머리에 난 끔찍한 상처가 기록돼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있었습니다.

다리를 굽혔다가 펴고, 말을 걸면 반응하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병원으로 출발하기까지 17분이 걸렸습니다.

[남언호/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피해자가 살아 있었습니다. 그 17분이 그 피해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이었다 (생각합니다.)]

유족은 더 빠르게 처치되지 못한 현장이 야속합니다.

이송 병원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구급대원들이 구급상황관리센터 전화를 두 번 놓치면서 5분가량 늦어진 것도 원망스럽습니다.

[피해자 부인 : 그때까지 맥박이 뛰었는데 그동안까지 계속 누워 있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 사람 얼마나 아팠을까…]

서울소방재난본부 측은 JTBC에 "환자의 출혈과 경추손상 방지 조치를 하는 등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40분 거리 국립중앙의료원 중증외상센터로 옮겨지던 중 심정지 상태가 됐고, 규정에 따라 은평성모병원으로 방향을 틀며 11시 56분에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신고부터 병원 도착까지 32분이 걸린 겁니다.

[피해자 아버지 : 들어오는 과정에 사망을 했다는 거야. 이미 숨이 끊어져서 들어왔다는 거야. 피를 너무 많이 흘려갖고… 그냥 어이가 없어.]

이후 피해자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11시면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에요. 그 시간에 칼 맞아 죽게 만들어 놓는 세상이 이게 정상적인 국가냐 어이가 없어 갖고 이제 말도 안 나와 말도…]

[VJ 허재훈 한재혁 이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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